사회를 듣는 귀

카드정보 유출 대란, 신용카드의 늪에서 벗어날 계기가 될까?

너의길을가라 2014. 1. 27.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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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3사 탈회 65만명..해지·재발급 473만건 <연합뉴스>


정말 난리(亂離)다. 카드 3사의 탈회 회원이 무려 65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NH 농협카드 28만 명, 국민카드 22만 6천 명, 롯데카드 14만 4천 명 순이다. 해지는 총 173만 7천 건(국민카드 76만7천 건, 농협카드 62만8천 건, 롯데카드 34만2천 건 순)이었고, 재발급은 299만 8천 건(농협카드 133만1천 건, 국민카드 92만9천건, 롯데카드 73만8천건 순)이나 됐다. 언론에서는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사실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상황에 적응을 했을 뿐이지 여전히 불안감은 팽배해 있다.




- <연합뉴스>에서 발췌 - 


강기정 "정보유출 카드해지자 적립포인트 68억 위기" <연합뉴스>


지난 26일, 민주당의 강기정 의원은 "(금융사가) 피해자에게 보내는 개인정보 유출 통지문에서 네 번째 항목인 '개인정보 처리자 대응조치 및 피해자 구제조치'가 빠져 있다"고 지적하면서 "정부 당국의 의도적 지시에 의해 해당 항목이 빠진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다"고 언급했다. 또, 카드 고객들이 카드를 해지하면서 기존에 적립했던 포인트를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강 의원은 그렇게 사라지는 포인트가 무려 68억 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정보유출 카드사, 탈회시 포인트 현금으로 돌려준다 <머니투데이>


지난 23일, 농협카드는 2~3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실시한다면서, 이로 인해 농협카드가 부담하는 비용이 많게는 1억 원에 달한다고 생색을 냈다. 다른 두 카드사도 무이자 할부를 고려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생색의 뒤에는 적립포인트를 '날름'할 심산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포인트가 카드 3사 합계 68억 원 상당이라고 하니 2~3개월 무이자 할부를 해도 훨씬 남는 장사가 아니겠는가? 게다가 카드 3사로서는 어떻게든 고객들을 묶어두는 게 유리할 테니 말이다. 


강 의원의 지적이 뼈아팠던지 (물론 고객들의 수많은 항의가 있었겠지만) 카드 3사는 탈회시 적립되어 있던 포인트를 현금으로 돌려준다고 발표했다. 깔끔하게 현금으로 돌려주면 좋겠지만, 카드사들이 그렇게 순진할 리가 없다. 국민카드는 현금으로 환급해주기로 했지만, 농협카드는 BC계열 타 카드로 포인트를 옮기도록 하거나 캐쉬백으로 전환, 롯데카드는 롯데백화점 상품권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결국 계열사의 매출을 신장할 수 있는 방안들을 짜낸 것이다. 



- <머니투데이>에서 발췌 - 


해지·탈퇴 행렬에 놀란 카드사들, '협박성 거짓말'로 고객 붙잡기 <한겨레>


여기까지만 보면, 그래도 카드 3사가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과연 그럴까?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카드 해지를 하면 연말 정산 소득 공제를 받기 어렵다거나 신용등급이 내려간다는 '괴담'도 흘러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탈회만 하고 개인정보 삭제를 요청하지 않으면, 카드사에서 5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하게 되어 있으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또, 카드사들이 "개인정보를 삭제하면 보상이 어렵다"면서 탈회를 만류하는 등 '협박성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개인정보를 삭제하더라도 정보 유출 피해를 입증하면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혹시 모를 피해 입증을 위해서 탈회 전에 금융정보 유출 페이지의 화면을 캡쳐해놓는 등의 준비를 해둬야 한다.)


카드사·은행, 주말도 영업..직원들 수당은 꿈도 못꿔 <머니투데이>


이러한 상황 속에서 피를 보고 있는 건, 결국 금융기관의 말단 직원들이다. 우선, 늘어난 영업시간과 업무량이 직격탄이다. 각 은행마다 연장근무를 시작했는데, 국민은행과 농협의 경우에는 마감시간이 오후 6시다. 주요 거점 점포에서는 오후 9시까지 근무를 하고 있다고 하니 직원들 입장에서는 참 끔찍할 것 같다. 당연히 과로로 쓰러지는 직원도 나오고 있다. 물론 눈치가 보여서 초과 근무 수당 등은 입밖에 꺼내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카드사들의 허술한 보안 시스템과 금융 당국의 안이하기 짝이 없는 관리 탓에 애꿎은 사람들만 죽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금융기관의 말단 직원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그들도 역시 개인정보가 털린 피해자일 텐데 말이다.



- <세계일보>에서 발췌 - 


정말이지 최악 중의 최악이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현재 카드 정보의 2차 유출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물론 금융당국은 애초부터 "고객 정보 2차 유출 및 확산 가능성은 없다"고 못박았지만, 아무래도 설득력이 조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금융당국은 검찰의 말을 인용했던 것인데, 검찰은 처음부터 "계속 수사 중"이라는 입장을 취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기성을 부리고 있는 브로커의 출현도 금융당국의 말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다. 물론 현재로서는 이번에 유출된 카드 3사의 개인정보인지, 과거에 유출됐던 개인정보들인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고객들의 입장에서는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외상유혹에 일단 쓰고 보자.. 빚 만드는 '신용카드의 그늘' <세계일보>


최악의 상황에서도 건지는 것이 있어야 한다. 카드 3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신용카드'에 대한 사회적 논의로 확산이 된다면 이번 일이 '잃기만 하는 장사'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 <노컷뉴스>에서 발췌 - 


신용카드 이야기.. 부채사회! 부채인간!


일전에 위와 같은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신용카드라는 것이 결국 빚을 내는 것임에도 그에 대한 별다른 경각심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1인당 신용카드 보유수는 지난 2011년 4.9개로 최고점을 찍었고, 2012년에는 조금 줄었지만 4.6나 됐다. 가처분소득 대비 신용카드 사용액 비율은 점차 늘어 지난 2012년에는 43%에 달했다. 대한민국은 이미 신용 과잉 사회에 접어들었다. 에듀머니의 제윤경 대표는 "카드 결제가 지나치게 편리한 세상은 위험천만하다"고 경고하면서 "순차적으로 조금씩 카드 결제 대상을 축소해야 한다"고 권유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도 신용카드 사용의 위험성을 언급하면서, "여러 카드를 해지하고 한 장만 남기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카드정보 유출 대란을 통해 시민들이 강구(講究)해야 할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카드사의 보안 시스템과 금융당국의 관리 및 제도적인 부분을 고쳐가도록 압박해야 한다. 이번에는 결코 설렁설렁 넘어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거듭된 개인정보 유출에도 늘 수수방관해왔던 잘못된 관행(습성?)을 뜯어 고쳐야 한다. 이와 함께 개인적 차원의 고민도 함께 했으면 한다. 쓸데없이 늘어난 카드들을 정리하고 하나(혹은 두개)로 단일화 하는 것은 어떨까? 또, 자신의 소비 패턴을 파악·정리하고, 신용카드 결재 비중을 줄이는 등 '건강한' 소비 습관을 만들어가는 계기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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