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전작권 환수 재연기와 군비 증강, 악순환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너의길을가라 2014. 10. 25.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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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가 사싱상 무기한 연기됐다. 지난 23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척 헤이글 미국 국방부 장관은 위싱턴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2015년 말로 예정되어 있던 전시작전통제권 반환 시기를 '일정 조건을 충족할 때까지' 재연기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후보 당시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기 위해 한미 동맹을 포함한 포괄적 방위역량을 강화해 나가고 2015년 전시작전권 전환을 차질없이 준비하겠다(2012년 11월 5일)"고 했던 공약은 또 다시 파기됐다.



공약 파기에 대한 청와대의 변(辨)은 이러하다. "전작권 전환은 그 어떤 경우에도 계획된 전환시기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공약의 철저한 이행보다는 국가 안위라는 현실적인 관점에서 냉철하게 바라봐야 할 사안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국가 안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말은 그만큼 국가 안위가 위태로워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애초에 예정됐던 전작권 환수가 어려워질 정도로 '국가 안위'를 위협 속으로 몰아넣은 박근혜 정부의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다.


청와대로서는 '우리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모든 것은 '북한 탓'이다'고 변명하고 싶겠지만,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까는' 것부터 시작해서 남북 관계를 긴장과 대립 속으로 몰아 넣은 장본인은 박근혜 정부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아니겠는가? 최근 '대북 전단 살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민병두 의원은 2013년 총리실이 대북 전단살포단체들에게 2억 원을 지원한 것을 밝혀냈다. 결국 박근혜 정부가 박 대통령이 외쳤던 '통일 대박'을 위해 무엇을 해왔는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 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군사능력 구비 - 미국, 보완 및 지속 제공 능력 

▲ 국지도발과 전면전 시 초기단계에서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한국군의 필수 대응능력 구비 - 미국, 확장억제 수단 및 전략자산 제공 및 운용


어쨌거나 한미는 전시작전권 환수를 재연기했다. 한국이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에서 반환받기 위한 조건은 위의 세 가지다. 복잡하고 어려운 용어와 표현들이 난무하지만 핵심은 간단하다. '무기를 더 사라'는 것이다. 지난 24일,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전작권 전환이) 어느 시점이 될 것인가를 예측할 수 있는 사업은 KAMD(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와 킬체인(Kill Chain·선제타격시스템)이다. 완성 시한은 군사 정찰위성이 배치되는 2023년"이라고 밝혔다. 최소한 2023년까지는 전시작전권 환수는 물 건너간 셈이다.


이제부터 견적을 한 번 뽑아보자. KAMD라고 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및 선제타격시스템인 킬체인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17조 4,48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한다. 국산 다연장 로켓 실전 배치에 3조 원, 스텔스기인 F-35 40대를 구입하는 데 7조 3,418억 원, 한국형 전투기(KF-X)를 개발하는 데 8조 5,000억 원 이상이 소요될 예정이다. 이지스 구축함을 3척 추가하는 데 4조 원, 3000t급 차기 잠수함 도입 사업에 6조 원이 들어간다. 이 정도만 해도 대략 50조 원이다.



이것이 바로 평화 없는 한반도의 대가다. 흥미로운 것은 남북 관계와 전시 작전 환수권을 둘러싼 묘한 악수환이다. 간단히 표현하면 이렇다. '남북 관계가 (서로의 필요에 의해) 악화된다 북한의 군사 위협의 강도가 세진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전시 작전권 환수는 위험하다(는 인식을 불러일으킨다) 진정한 전작권 환수를 위해 군력을 증강한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사이클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다. 50조 원의 돈을 쏟아부어서 KAMD 와 킬체인을 완성한다고 치자. 그동안 북한은 아무 것도 안 하고 놀고 있을까? 우리가 군비를 증강시키는 만큼 북한도 그러할 것이고, 방어 체제를 뚫을 새로운 무기들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 때가 되면 한미는 다시 똑같은 말을 되풀이할 것이다. "전시작전통제권 반환 시기를 '또 다른' 일정 조건을 충족할 때까지 재연기한다. 왜냐하면 지금의 한반도는 너무도 위험하기 때문이다."



전시작전권을 반환받기 위해 군비를 엄청나게 늘여야 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당장 또 다른 걱정이 앞선다. 과연 저 50조 원는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의 '비리'로부터 무사할 것인가? 지난 2013년 9월 방위사업청 전·현직 간부와 현역 해군 장교 등이 스텔스 기능 개발 사업(음향 무반향 코팅재 개발 사업)과 관련해 1억 2,000만 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4월에는 방위사업청이 무기체계 연구개발사업 업체와 계약을 하면서 상한가를 설정하지 않아 거액을 낭비했던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9월에는 통영함에 장착된 선체고정형 음파탐지기가 70년대 건조된 평택함과 비슷한 성능의 제품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2억 원 상당으로 추정되는 이 음파탐지기를 대한민국의 방위사업청은 41억 원이나 주고 구입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최첨단 구축함인 광개토대왕함은 486 컴퓨터가 장착되어 있어 잦은 고장을 야기했고, 최신 이지스 율곡이이함의 어뢰기만탄은 2만 8,000원 짜리 후방 마개가 없어 바닷물에 부식됐다.



그 외에 부수적인 피해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전작권 재연기가 결정됨으로써 주한민군사령관이 지휘하는 한·연합사령부도 존속하게 됐다. 이로써 '용산공원' 조성 계획은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또,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 주둔하고 있는 210 화력여단도 잔류하게 되면서 동두천 일대 개발도 차질이 생겼다.


이에 대해 김종대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은 "이렇게 된 것은 대한민국에 돈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는 자조섞인 웃음과 함께 무상복지, 무상급식에 쓸 돈은 아까워도, 주한미군에 쓰는 돈이 아깝지 않기 때문이다. 미군에는 언제든지 몇조 원의 지갑을 열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안보 중요한데 그럼 미군 나가라는 말이냐'고 윽박지르면 누가 반론을 제기할 수 있겠나"고 한탄했다.


전시작전 환수권 재연기의 이유가 '안보환경 때문'이라는 논리는 모순적이다. 안보환경이 전향적으로 개선되려면 결국 '평화'가 정착이 되어야 하지만, 북한의 위협을 군사적 대응으로 '억제'하기 위해 '군비 증강'으로 나아가는 것은 도리어 평화를 해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위협을 느낀 북한은 더욱 웅크린 채 핵·미사일 강화에 힘쓸 테고, 남는 것은 남북의 군비 경쟁뿐 아니겠는가?


대한민국 국민들의 피와 땀이 담긴 세금은 그저 '국방비'로 줄줄 새어나가게 될 것이다. 정작 돈을 챙기는 것은 누구일지는 뻔한 일이다. 이에 편승해 자신의 호주머니를 채우려는 악질적인 자들도 기승을 부릴 것이다. 이 지긋지긋한 악순환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가장 완벽한 국방 정책은 '평화'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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