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낙하산 김성주와 함께 추락한 대한적십자사의 위상과 이미지

너의길을가라 2014. 10. 2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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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브랜드(MCM)를 아이템으로 사업을 운영했던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은 '이미지'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난 9월 24일, 대한적십자사가 "중앙위원회에서 위원 28명의 만장일치로 김성주 회장을 임기 3년의 차기 총재로 선출했다"고 밝혔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뭔가 의아하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 ⓒNews1 -


아니나 다를까? 언론에서 석연치 않았던 내정과 선출 과정을 두고 '보은 인사', '낙하산'이라는 보도가 쏟아졌고, 대한적십자사의 이미지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평소 꾸준히 헌혈을 했던 사람으로서 이동 중 헌혈의 집을 지나치거나 헌혈을 하러 헌혈의 집에 들릴 때마다 '김성주'라는 이름과 함께 불쾌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대한적십자사는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이 "성폭력 · 가정폭력 피해자와 한부모가족, 북한 이탈여성, 미혼모 등 여성과 아동 복지 증진에 기여하고 해외구호사업을 통한 세계 평화 발전에 노력해왔다"면서 그를 대한적십자사 총재로 선출한 이유를 설명했다. 물론 그것이 끼워맞춘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준정부기구인 대한적십자사는 사회봉사, 구호사업, 혈액사업 아니라 분단 상황에서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주의 사업을 통해 남북의 중요 창구 역할을 해왔다.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함부로 '낙하산'을 내려보낼 만큼 가벼운 자리가 아니다. 그런 기구의 총재에 업무와 관련이 없는 기업인 출신을 앉힌 것은 아무리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였다. 결국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 캠프의 선대위원장을 지냈던 '충성'에 대한 보답이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었고, 대한적십자사의 위상 추락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 ⓒ뉴시스 -


논란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은 지난 1일,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총재선출을 위한 중앙위원회 회의록'을 제출 받아 확인한 결과 대한적십자사가 김성주 총재를 선출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11분에 불과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전형위원회가 8시 3분에 시작됐고, 추천과 검토 그리고 선출까지 모든 일정이 끝난 시간은 8시 14분이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대한적십자사 총재 후보를 단 11분 만에 어떻게 검증한 것인지 놀라울 따름이다. 대선공신 낙하산 인사에 대해 적십자사 중앙위원회가 거수기 노릇을 충실하게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김성주 총재는 적십자 회비를 최근 5년 동안 납부한 사실이 없었고, 헌혈에 참여한 것도 지난 2003년 6월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도대체 대한적십자사 전형위원회는 무엇을 검증한 것일까? 물론 검증은 없었을 것이다. '2014년도 제2차 중앙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9월 24일 총재 선임을 위해 모인 21명의 중앙위원에는 황우여 사회부총리를 비롯해서 문형표 복지부 장관, 류길재 통일부 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이 참석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복심'이 담겨 있는 인사에 대한적십자사가 '검증'을 제대로 할 수나 있었을까?



'뒷배'가 든든하기 때문일까? 김성주 총재의 안하무인은 국정감사까지 이어졌다. 오는 23일 대한적십자사에 대한 국감이 에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김성주 총재는 일방적으로 국감 불출석 의사를 밝히고 중국 베이징으로 떠났다. 국제적십자사연맹 아태지역 회의 참석한다는 명분이지만, 동명이인인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의 지적처럼 "국회 역사상 기관증인이 국감을 거부하고 출국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새누리당의 김현숙 의원도 "김 총재가 국감을 앞두고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불출석하겠다고 한 것은 상당히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적십자사의 김성주 총재는 기관 증인으로서 국정감사에 출석해야 하는 법적인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면피성 해외 출장'을 떠난 것은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제기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그가 당당하고 떳떳하다면 23일 국감에 출석해서 소명과 해명을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의 도피 행각을 계속한다면 동행명령장을 발부하는 등 가능한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국감을 우습게 만들고, 국민을 조롱하는 김 총재의 안하무인을 용납해선 곤란하다. 이는 그를 '낙하산'으로 꽂은 박 대통령에 대한 예의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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