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반값 등록금, 박 대통령의 거짓말? 그러면 새정치는 무엇을 했나?

너의길을가라 2014. 10. 2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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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능력에 관계없이 공부할 능력과 의지만 있으면 누구든지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2014년까지 대학 등록금을 절반으로 줄이겠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반값등록금'을 제시했다. 당선자 시절에도 '2014년까지 대학 등록금으로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과연 그의 공약은 실현됐을까? 지난 1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윤관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14학년도 4년제 대학의 연간 등록금은 평균 637만5400원으로 작년에 비해 1.7% 올랐다고 밝혔다. 인하(引下)도 아니고, 인상(引上)이라니! 도대체 '반값등록금' 공약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물론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는 할 말이 있을 것이다. 애초부터 박 대통령의 공약인 '반값 등록금'은 야권이 주장하는(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반값 등록금'과 다른 개념이었다. 등록금 고지서에 찍히는, 다시 말해서 실질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액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 야권의 '반값 등록금'이라면, 박 대통령의 반값 등록금은 부모의 소득에 따라 학생들에게 국가 장학금을 차등적으로 지원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박 대통령의 '2014년까지 대학능록금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선언은 '2014년까지 대학등록금 부담을 절반으로 줄이겠다' 정도로 해석해야 정확한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가 지원하는 장학금'의 액수가 증액돼 대학생들(과 그 부모)의 실질적 부담이 절반으로 떨어졌다면, 박 대통령으로서는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해 노력했다고 변명할 수 있는 셈이다.



지난 17일 정홍원 국무총리는 대학생 20명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는데, 이 자리에서 학생들이 고액 등록금 문제를 언급하자 "대학 등록금이 내년에는 적어도 (현행 등록금의) 절반 수준이 될 수 있도록 장학금 혜택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2014년까지 대학 등록금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공약은 박 대통령식 해석으로 본다고 해도 실패한 셈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떨까?


정 총리가 밝힌 것처럼 국가 장학금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밝힌 내년 교육예산은 올해보다 4.6% 늘어난 53조 원인데, 국가장학금 지원액이 2000억 원 증액되고, 국가장학생의 장학금도 평균 380만 원으로 증가한다고 한다. 이러한 예산을 책정하면서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던 '반값 등록금'이 내년에 완성(?)된다고 밝혔다. 물론 상당히 허황된 이야기다. 액수로 보나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는 대학생의 수로 보나 현저히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이는 전 국민의 절반이 혜택을 보면, '반값이 아니냐'고 주장하는 것처럼 모순적이다.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등록금 자체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다. 이런 쉽고 합리적인 방안을 두고, 국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결국 대학의 배만 불리는 바보 같은 짓에 불과하다. 전국 4년제 대학과 전문대, 대학원대학교의 누적 적립금은 11조 8,171억 원에 달한다. 고액의 등록금을 통해 대학들은 자신들의 곳간을 열심히 채우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등록금 인하 정책을 펼치기보다 세금으로 대학의 호주머니를 채워주고 있는 것이다. 정말이지 한심한 노릇이다.


애초에 박 대통령의 '반값등록금' 공약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꺼내든 카드에 불과했다. 야권이 선점한 공약을 '공유'함으로써 선거에서의 차별성을 없애버린 것이다. 게다가 개념조차도 전혀 다른 것이었다. 따라서 박 대통령에게 '공약을 이행하라', '약속을 지켜라'고 하소연하고 타박하는 것은 현재로선 무의미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이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까?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 물론 그것도 병행해야 할 일이지만, 무엇보다 야권이 해야 할 일은 실천 가능한 영역에서 야권의 힘으로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는 것이다.



야권은 줄기차게 '반값 등록금'을 외쳐왔다. 최근에 치러진 각종 선거에서도 그러했고, 박 대통령에 대해 공세를 펼칠 때도 '반값 등록금'은 제법 쏠쏠한 무기였다. 그렇다면 이렇게 물어보자. 새정치민주연합은 '반값 등록금'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는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한다면,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1년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후 서울시립대에 '반값 등록금'을 실현할 것뿐이다. 하지만 당시에 박 시장은 무소속이었음을 잊지 말자.


결과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은 '반값 등록금'을 입으로만 외쳤을 뿐이다. 계획도 실천도 없었고, 당 차원의 유기적인 움직임도 없었다. 혹시 정권 교체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변명은 하지 않길 바란다. 서울시가 서울시립대의 등록금을 반값으로 인하한 것처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지자체장이 있는 지자체의 경우 충분히 반값 등록금을 시행할 수 있었다. 이시종 충북지사가 충북도립대학의 한 등록금을 100만원 이하로 인하한 것이 거의 유일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중앙당에서는 '반값 등록금' 실현이라는 문구를 당의 정책에서 제외하는 등 혼선을 반복했다.



윤관석 의원이 "서울시립대학교의 경우 반값등록금을 시행하자 신입생 자퇴율 하락, 해외 교환학생 신청자 증가, 대출자 감소 등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고 밝힌 것처럼 반값 등록금의 효과는 분명히 긍정적이다. 야권 지지자 대다수가 '반값 등록금'을 지지하고 염원하고 있다. 지지율이 곤두박질친 새정치민주연합이 살아나는 길은 자신들이 국민에게 했던 약속들을 실제로 실행해나가는 것이다.


물론 야당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은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야당이라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극도로 제한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지자체 별로 (시립 · 도립대학에 한해서)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중앙당에서는 반값등록금을 전면에 내세워 이를 쟁취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 찔끔찔끔 보여주기 식으로 구호만 외치거나 비판에만 몰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에 대한 불신을 잠재우는 유일한 방법은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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