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짧은 교복 치마? 성급한 일반화와 꼰대 정신

너의길을가라 2014. 10. 27.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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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들의 짧은 교복 치마..정말 못 봐주겠습니다


다음 아고라(agora)에 올라온 글이다. change라고 하는 필명의 글쓴이(이하 change)는 '요즈음 여학생들의 짧아도 너무 짧은 교복 치마는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는 것 같'다면서 두 장의 사진을 함께 게시했다. 사진을 확인해보자.




누가 봐도 (이런 표현이 껄끄러울 수 있겠지만) '불량 학생'의 모습이다. 우리가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표현도 불편할 수 있겠지만) '일반적인(교복 치마를 입고 있는) ' 학생이라고 할 수 없다. 학교에서 소위 일진 쯤되는 학생일 가능성이 높다.


사실 '교복 치마 길이'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글을 읽고, 일부 보수적인 어른들이 시각에서는 '그렇게 볼 수 있겠다'고 여기고 넘어갈 생각이었지만, 몇 가지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change'가 저지른 가장 기본적인 잘못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다. 과연 대한민국의 여고생들은 모두 저런 치마를 입고 있을까?



-대정여자고등학교 2014년 졸업식-


-제17회 인당봉사상 시상식(2014년 6월 11일)-


필자는 위의 사진에서 나타난 '여고생의 치마 길이'가 일반적이고 보편적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 길거리를 다니면서 어떤 모습을 더 자주 목격했는가? 'change'가 보여준 모습인가, 아니면 필자가 보여준 모습인가? 


사진에 나온 것처럼 누가 봐도 심각할 정도로 짧은 치마를 입은 학생은 아주 극소수다. 교칙이 조금 엄격한 학교에서는 무릎 위로 올라오는 교복을 입지 못하게 하고 있고, 그보다 조금 너그러운 교칙을 적용하는 학교에서는 '적당히 짧은' 무릎 위로 살짝 올라오는 정도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change의 글을 더 이상 독해할 필요가 없는 까닭은 '전제'부터 틀렸기 때문이다. 일반화시킬 수 없는 특수한 사안을 '현실'인 것처럼 포장해 글을 썼기 때문에 더 이상의 대화가 불가능한 것이다. 가령, 살인을 저지르고 강간을 하는 일부 범죄자를 보고 모든 어른들은 살인범이고 강간범이라고 말한다면 이를 납득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치마 길이'를 가지고 학생의 '인격'을 논하는 change의 논법은 비약의 정도가 심하다. 또, 그는 '저는 딸이 없는 입장이라 해당사항이 없지만 딸 가진 부모님들은 이런딸들을 보고 아무 말도 못하고 사십니까?', '제발 교육은 가정에서부터 라는 말도 있는 것처럼 자식들에게 관심 좀 갖고 삽시다. 딸 가진 부모로서 걱정도 안됩니까?' 라면서 '치마 길이'를 가정 교육의 문제로 확장시키기까지 했다.


'학생이면 학생답게 단정하게 입고 다니면 얼마나 좋습니까'라는 말에 들어 있는 '꼰대 정신'은 또 어떠한가? 자신의 바라는 '단정함'에 학생들을 끼워맞추고자 하는 보수적인 시각이 짙게 드러난다. 학생에게는 그 어떤 개성도 용납될 수 없다는 뜻일까? 그동안 이러한 억압과 제재의 사고방식이 아이들의 숨통을 조여왔고, 결국 아이들과의 소통을 단절시켰다는 것을 알고는 있을까?


성장을 함에 따라 고등학교 1학년 때 구입했던 교복이 점차 짧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시대의 유행에 따라 조금이라도 예뻐보이고 싶은 마음을 '교복 길이'를 통해 표현하는 것도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지금은 어른이 된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그런 학창시절을 겪어오지 않았던가?


아이들을 통제하고 싶어하는 어른들의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일부의 사례를 가지고 전체인양 호도하거나, 이를 토대로 노골적으로 학생들의 사고방식과 자유를 제한하려고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필자는 위의 사진 속의 여고생들의 모습에서 그 어떤 '불량함'도 찾을 수 없었다. 그들을 이해하지 못할 그 어떠한 근거도 발견할 수 없었다. 특히 그들의 부모가 꼰대 아저씨에게 훈계를 들어야 할 이유 역시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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