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선거구 재조정과 선거제도 개편, 헌재가 열어젖힌 판도라의 상자

너의길을가라 2014. 10. 3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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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 제25조(국회의원지역구의 획정) 


① 국회의원지역선거구(이하 "국회의원지역구"라 한다)는 시·도의 관할구역안에서 인구·행정구역·지세·교통 기타 조건을 고려하여 이를 획정하되, 자치구·시·군의 일부를 분할하여 다른 국회의원지역구에 속하게 하지 못한다. 다만, 제21조(국회의 의원정수)제1항 본문 후단의 요건을 갖추기 위하여 부득이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04.3.12., 2012.2.29.>

국회의원지역구의 명칭과 그 구역은 별표 1과 같이 한다.[2004.3.12. 법률 제7189호에 의하여 2001.10.25.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된 별표1을 개정함.]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 아닐까? 30일 헌법재판소고모 씨 등 6명(정의당 당원)이 "강남갑 유권자의 투표가치가 영천 유권자의 1/3에 불과해지면서 평등권이 침해됐다"는 이유로 공직선거법 제25조 제2항에 의한 선거구 구역표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최대 선거구와 최소 선거구의 인구 편차가 3대1에 달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6대 3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 결정이란 해당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만,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정을 하기 전까지는 효력을 유지하는 변형 결정이다. 헌법재판소는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현행 3대1에서 2대1 이하로 바꾸라며 입법기준을 제시했고, 선거구 구역표 개정 시한을 내년(2015년) 12월 31일로 정했다. 오는 2016년 4월 13일 실시하는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선거 제도 개편이 예고된 셈이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동안 헌법재판소가 취해왔던 기존의 입장이 한걸음 씩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뿐이다. 지난 1995년 12월 27일 헌법재판소는 선거구별 인구 편차가 4대1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입법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2001년 10월 25일에는 그 기준을 3대1로 기준을 낮췄다. 이미 당시에 "선거구별 인구 편차는 2대1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시기상조"라고 밝혔던 만큼 13년이 지난 2014년 바람직하다고 했던 2대1을 적용한 것이 놀랄 일은 아니다.


ⓒ 이데일리



이제 여야를 비롯한 국민들의 관심은 '그래서 초과된 선거구는 어디고 미달되는 선거구는 어디야?'와 '앞으로 어떻게 된다는 거야?'일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9월을 기준으로 2대1로 인구편차가 변경될 경우에 선거구별로 상한 인구수는 27만 7,966명이고, 하한 인구수는 13만 8,984명이다.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상한 인구수를 초과한 선거구는 37곳이고, 하한 인구수에 미달된 곳은 25곳이 된다. 무려 62곳이 이번 헌법재판소의 불합치 결정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별로 의석수는 어떻게 바뀌게 될까? 잠재적인 분석이긴 하지만, 서울 1석, 인천 5석, 대전 1석, 경기 16석, 경남 2석, 충남 1석이 늘어나고, 부산 1석, 세종 1석, 강원 2석, 충북 1석, 전북 2석, 전남 2석, 경북 5석이 줄어들게 된다. 당연한 결론이지만, 인구 밀집도가 높은 도시가 많은 지역은 의석 수가 증가하고, 인구가 적은 농·어촌 지역이 많은 지역은 의석 수가 줄어든다.




이에 대해 당장 불만을 가질 의원들이 많을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불합치결정이 내려지자, 국회에서는 "폭탄을 맞았다", "애도를 표한다", "내가 아니라 옆 지역구 의원에게 애도를 표해라" 등의 반응이 나왔다고 하니 상황이 대충 그려진다. 물론 인구 수를 기준으로 해서 여러 지역이 하나의 선거구로 묶일 경우, 지역구  자체가 지나치게 커져 각 지역 주민들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또, 전체 지역구 의석 수가 현행 246개에서 258개로 늘어나게 된다. 비례대표 54석을 합하면 전체 의석 수는 312석이 된다. 앞선 문제보다 오히려 이것이 더 큰 벽이 될 수 있다. 가뜩이나 국회의원들의 온갖 특권에 비판적인 국민들이 이를 용납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의석 수를 늘리는 선택을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특권 내려놓기'가 병행되어야만 한다. 국회의원 세비 삭감에서부터 각종 특권들을 없애고, 연금도 손을 봐야만 한다. 기득권 지키기에 여념이 없는 국회의원들로선 이러한 상황이 결코 반갑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비례대표를 줄이는 것은 독일식 정당명부제 등 앞으로 나아가야 할 정치 개혁에 역행하는 일이기에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앞으로 국회에서는 치열한 눈치 싸움과 함께 각종 창구를 통한 로비 활동이 아주 활발히 진행될 것이다. 당연히 그 주체는 선거구 개편으로 인해 의석을 잃을 가능성이 높은 호남, 강원, 영남의 의원들이 될 것은 자명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선거구 획정문제에 '국회의원'들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이 "의원들이 자기 손으로 유리하게 선거구 획정을 하지 않도록 법개정을 통해 선관위에 맡겨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형님, 아우님"하는 국회의원들이 손을 댈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해보인다.


앞으로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선거구 획정'에 대한 이해관계를 놓고 다투는 것이 아니라 선거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이 되어야만 한다. 그 논의에는 중대선거구제와 석패율제, 권역별 비례대표, 독일식 정당명부제까지 도입 가능한 모든 선거 제도가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거기에 대통령 선거에 있어 '결선투표제' 도입도 함께 논의된다면 좋을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혔고, 그 상자 속에 있던 '선거제도 개편'이라고 엄청난 '논란거리'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것이 '선물'이 될지, 아니면 '폭탄'이 될지는 현재로선 아무도 알 수 없다.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가장 합리적인 논의의 장을 만들어가는 것이고, 국회의원들의 '뻘짓'을 경계하고 감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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