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윤전추 미스터리, 대통령 헬스 트레이너? 민원 담당 행정관?

너의길을가라 2014. 10. 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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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러분을 꿀벅지로 만들어 드릴 특별한 한 분을 모셨습니다. 전지현, 한예슬등의 대한민국 최고 여배우 두 분의 명품 몸매를 트레이닝 시킨 중앙대학교 윤전추 강사님에게 예쁜 허벅지와 힙 만들기 노하우를 배워 보겠습니다." (2010년 헬스 관련 동영상)



유명 연예인ㆍ대기업 총수의 개인 트레이너였던 윤전추 씨가 청와대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건 지난 8월 14일이었다. 당시 <일요신문>은 윤전추 씨가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실에 근무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청와대 부속실이 현직 대통령의 건강 및 몸매 관리를 위한 곳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는 부속실에 건강 주치의 개념의 현직 행정관을 둔 전례가 없다"고 꼬집었다.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실은 영부인 관련 수행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다. 미혼인 박 대통령에게는 사실상 무의미한 부서였지만, 인수위 시절 박 대통령은 "소외된 계층을 살피는 민원 창구로 활용하겠다"면서 제2부속실을 존속시켰다. 문제는 이 자리에 개인 트레이너였더 윤전추 씨가 행정관으로 임명됐다는 것이다. 부족한 상상력으로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그 어떤 업무 연관성을 찾기가 힘들다. 당연히 '윤전추 행정관이 대통령의 개인 트레이너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심을 던져볼 만하다.




당시 청와대에서는 "윤전추 행정관 임명에는 법적, 윤리적 하자가 없으며 건강 주치의 개념으로 근무하고 있지도 않다"면서 전면 부인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부속실 비서에 남성 밖에 없고 유일한 여성이어서 쉽게 말하면 박 대통령의 여비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지만, 역시 윤전추 행정관이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맡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명쾌하게 풀리지 않은 문제들은 잠복기를 거쳐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기 마련이다. <오마이뉴스>와 팟캐스트 <정봉주의 전국구>는 공동취재를 통해 청와대에서 지난해 2~3월 사이에 수입산 개인 트레이닝 장비 32점(1억14000만 원 상당)을 구입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공교롭게도 윤전추 행정관이 청와대에 입성한 시점이며, 구입한 장비의 브랜드는 윤 행정관이 개인 트레이너로 근무했던 서울 강남의 피트니스 클럽에서 사용하는 브랜드와 같았다.



그렇다면 장비를 구매하는 실무는 어디에서 맡았던 것일까? 이 또한 공교롭게도 제2부속실이 담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는 장비 납품에 관여한 한 업체 관계자와 인터뷰를 했는데, 그 관계자는 "보통 수입 제품은 납품에 꽤 시간이 걸리는데, 지난해 2월 통상적인 절차와 달리 제2부속실에서 납품 시기를 급하게 요청했고, 브이아이피가 쓰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처럼 의혹을 떨쳐내려고 해도, 점점 새로운 의혹이 쌓여만 간다. 게다가 윤 행정관은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떠날 때도 동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외부 일정시옷 갈아입기 등 남성 수행비서들이 돕기 어려운 일들을 담당하는 여성비서로 보시면 될 거 같다"고 설명했다. 애초에 밝혔던 것처럼 '소외된 계층을 살피는 민원 창구'로 활용이 되고 있는 것인지조차 의문스럽다.



지난 28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청와대 대상 국정감사가 열렸다. 윤전추 행정관에 대한 논란이 주요 쟁점이 되는 것은 당연했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헬스기구 비용이 1억1400만원인데 어디서 지출했느냐"고 물었고, "청와대 내에는 직원과 청와대 출입(기자)을 위한 운동시설을 갖추고 있다. 대통령 헬스기구 중 노후된 것은 교체한 게 있다. 대통령 건강관리는 사생활과 관계된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장비 구입 내역 제출을 거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제보를 통해 청와대에 납품한 장비 목록을 수집해 전문가에 의뢰해보니 이 장비들이 일반 헬스용 장비가 아닌 몸매 관리를 위한 필라테스 스튜디오 장비였다"면서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장비들은 트레이너 없이 혼자 사용할 수 있는 장비가 아니며 결국 전지현씨의 트레이너 출신인 윤 씨가 대통령 몸매관리 행정관이라는 강한 의구심 생긴다"고 주장했다.



윤전추 행정관 지인은 <채널 A>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되기 전에 운동을 가르치고 지도를 했었어요. 대통령이 되면서 특채가 된 것"이라며 윤전추 행정관과 박 대통령의 인연을 설명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앞서 최민희 의원이 "윤 씨가 대통령 몸매관리 행정관이라는 강한 의구심 생긴다"고 주장한 내용에 무게가 실린다. 


과연 윤전추 행정관의 정체는 무엇일까? 34세의 S라인 전문 트레이너 출신의 민원 창구 담당 행정관.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아무리 특채가 '아무나 갖다 꽂는' 의미라고는 하지만, 적성과도 어울리지 않는 엉뚱한 채용이다. 청와대가 밝힌 것처럼 윤 행정관이 대통령의 개인 트레이너 역할을 하고 있을 리 만무하지만, 차라리 그가 자신의 적성과 특기를 살려서 대통령의 개인 트레이너로 청와대에 채용됐다면 훨씬 더 좋지 않았을까?


국가의 원수인 대통령의 건강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필라테스가 됐건 요가가 됐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은 필수이고, 이를 관리할 수 있는 트레이너도 있어야 한다. 이참에 청와대는 개인 트레이너로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윤 행정관을 대통령의 건강을 담당하는 트레이너로 채용하는 것은 어떨까? 물론 이미 개인 트레이너 역할을 하고 있다면 괜한 오지랖이겠지만 말이다. 아, 그렇게 되면 청와대가 거짓말을 한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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