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은 다 거기서 거기 아니야?'
대체로 그렇죠. 삼겹살은 (일부 지나치게 저렴한 고기를 쓰는 곳을 제외하면) 웬만하면 맛있기 마련입니다. 고기는 좀처럼 실망시키지 않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식당 입장에서는 손님을 사로잡을 '특별함'이 필요하고, 그 차별화의 맥락을 정확히 짚어낸 식당을 만나면 손님 입장에서는 행복합니다.
왕돌삼겹살
주소 : 충남 천안시 동남구 수곡로 67
영업 시간 : 17:00 - 03:00(일요일 21:00까지)
휴무일 : 1, 3, 5 주 일요일 휴무
주차 : 식당 앞 + 건물 지하 가능
천안 신방동 먹자골목에 위치한 '왕돌삼겹살' 외관상 평범합니다. 규모로 손님을 압도하지도 않고, 간판이 세련되지도 않죠. 실제로 내부로 들어가보면 테이블이 많지도 않고, 오밀조밀한 분위기입니다. 이쯤에서 행여나 실망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럼에도 엄청난 사이즈의 '돌판'이 기대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저 돌판에 고기를 구워먹으면 어떤 맛일까?', '돌판이 저렇게 큰 이유가 있겠지?' 일단, 들어왔으니 낙잡불입! 삼겹살 4인분(1인분 15,000원)을 주문했죠. 솔직히 말하면, 파채와 쌈채소가 세팅된 후에도 일말의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았어요.
'왕돌삼겹살'에서는 메인 고기가 나오기 전에 콩나물, 김치, 소시지, 팽이버섯, 어묵, 돼지껍데기 등이 불판 위에 세팅됩니다. 처음에는 이 또한 고개를 꺄우뚱하게 합니다. '뭐지, 고기에 자신이 없나?' 그런 의심이 들거든요. 아, 불신의 벽은 높기만 하여라!
여전히 반신반의하지만, 젓가락으로 집는 녀석들마다 하나같이 맛있어서 깜짤 놀라는 타이밍이 오고야맙니다. 소시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자꾸 손이 가고, 돼지껍데기는 차가운 상태의 꼬들함이 더 매력적이에요. 여기에 된장찌개와 누룽지까지! 이젠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적당히 달궈진 돌판 위에 본격적으로 거기를 익힐 차례입니다. 돌판 위에 고기가 가득 올려지니 식욕이 폭발합니다. '왕돌삼겹살'에서는 사장님이 직접 고기를 구워주시기 때문에 편하게 먹기만 하면 되는데요. 곁들여 먹을 반찬도 다양하기 때문에 각자의 취향에 맞게 즐기면 됩니다.
어라, 돌판 위에 고기가 있었던가요? 정신을 차려보니 고기는 순삭되어 버리는 마법이 벌어졌네요. 아쉬운 마음에 고기를 1인분 더 추가해서 먹은 후 볶음밥을 요청했습니다. 절대 포기할 수 없죠. 고민 끝에 2개만 시켰는데 밥의 양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사장님은 본인이 다른 식당에 갔을 때 공깃밥 양이 적은 게 너무 싫다면서 넉넉함의 이유를 설명해주셨어요. 볶음밥을 완성하신 뒤 바닥을 긁지 말고 위의 밥을 먹으라고 하시더라고요. '불판이 긁히는 걸 싫어하시나' 생각했는데, 다시 나타나셔서 바닥을 제대로 긁어 누룽지를 만들어주시는 걸 보고 반성했답니다.
약간의 의심과 함께 시작했던 식사는 감탄과 경탄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엄마는 지인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며 조만간 다시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셨고, 가족들 모두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식사의 퀄리티에 대만족했습니다. 굉장히 기분 좋은 저녁이었습니다.
맛고 서비스뿐만 아니라 친절함과 정성까지 모든 게 완벽했던 '왕돌삽겹살'을 어찌 추천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장사는 이렇게 하는 거야'의 교과서와 같은 사장님께 또 한번 배웠습니다. 오늘 저녁은 돌판 위에 구운 삼겹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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