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을 판단하는 기준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만, 요즘에는 '정성스러움이 느껴지느냐'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여기에서 '정성'이란 조금 광범위한 개념인데, 손님을 응대하는 친절함부터 내부 인테리어 및 그릇과 집기 등에 쏟은 애정과 세심함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음식에 담긴 마음을 전부 포괄합니다.
말은 좀 어렵지만, 우리가 식당에 가보면 직관적으로 알 수 있잖아요. 이 식당에 얼마나 진실되고 성실한지 말이에요. 심지어 어떤 곳은 손님이 들어가도 사장님이 휴대전화를 붙잡고 '맞고'에 열중하며 인사도 건성건성하기도 하죠. 또, 식당 내부의 청결도가 떨어지는 곳도 있고요. 그런 곳에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기대하기란 어려울 겁니다.
물론 사장님 특유의 무신경함이 매력 포인트일 수도 있고, 노포만이 지닌 허름함이 손님들을 매료시킬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식당이 갖춰야 할 토대와 근본이 마련된 곳이 주는 안정감과 쾌적함이 있기 마련이죠. 게다가 무신경함과 노포에도 정성이 없는 건 아니라서 음식에 담긴 자부심과 애정은 있기 마련이거든요.
[버락킴의 솔직한 맛집] 90. 음식에 담긴 정성의 끝판왕! '무구옥'의 이북식 삼계백반에 푹 빠졌다
이번에 소개할 식당도 바로 그런 정성이 듬뿍 느껴지는 곳입니다. 이상하게도 명절 연휴가 되면 궁궐을 가거나 그 주변을 어슬렁거리게 되는데요. 이번 설에는 경복궁 바로 옆에 위치한 '무구옥'이라는 식당을 찾았습니다. 가마솥으로 끓인 진한 육수가 특징인 닭 요리 전문점으로 이북식 삼계백반을 먹을 수 있는 식당입니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도 벌써 입소문을 탔는지 웨이팅은 기본입니다. 아무래도 위치가 워낙 좋아서 회사원들의 방문이 용이하고, 한옥의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와 정갈한 그릇에 담긴 음식 사진이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홍보됐기 때문이겠죠. 현재 예약을 받지 않고 100% 워크인만 가능한 시스템인데,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습니다.
무구옥
주소 : 서울 종로구 율곡로1길 7 지상1층
영업시간 : 11:30부터 21:00
브레이크 타임 : 15:00부터 17:30
휴무 : 예약 없이 연중무휴 운영
한옥의 멋스러움을 풍기는 '무구옥'의 외부는 정말 근사한데, 내부의 분위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매장 가운데 '무구옥'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가마솥이 위치해 있고, 목조 창틀과 서까래, 나무 테이블과 의자 등이 훌륭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경복궁 옆의 한옥 식당이라는 콘셉트 자체가 벌써부터 설렘을 주지 않나요?
이북식 삼계백반(18,000원)
매운 닭찜(중 40,000원)
청국 닭도리탕(중 40,000원)
메인 메뉴는 3가지로 심플 그 자체입니다. 사실 '메뉴의 수'는 식당의 성패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죠. 메뉴가 많다는 건 자신있게 내세울 '특기'가 없다는 뜻이고, '집중'을 못한다는 얘기거든요. 따라서 메뉴가 많은 식당은 맛집일 가능성이 현저히 낮기 마련입니다.
고민 끝에 '이북식 삼계백반'을 주문했습니다. '처음 방문하는 식당에서는 시그니처 메뉴부터 먹는다.'가 기본 방침이거든요. 뭐랄까, 그 식당과 친해지는 과정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삼계백반과 곁들어 먹기 좋을 사이드 메뉴로 '오징어 닭 무침'(9,500원)을 추가했습니다.
'무구옥'의 삼계백반은 탕과 고기가 따로 나온다는 게 특징인데요. 살이 먹기 좋게 발라져 있어 먹기가 굉장히 수월해서 식사와 대화에 좀더 집중할 수 있죠. 직접 담근 깍두기와 물김치 그리고 탕에 넣는 산삼 배양근과 마늘까지 세팅되면 한상이 거하게 차려집니다. 정성이 가득 담긴 게 느껴지시나요?
가마솥에서 오래 끓여낸 탕은 국물이 녹진한 것이 진하고 깊이가 있어서 "바로 이 맛이야!"를 연발하게 합니다. 이제부터는 숟가락이 쉴 틈이 없을 정도예요. 추운 날씨에 웨이팅을 하느라 얼었던 몸이 사르르 녹는다니까요. 부드러운 고기를 국물에 푹 담근 후 그대로 먹으면 담백함이 입 안을 가득 채웁니다.
또, 파생강 소스, 함초 소금, 한방 간장 등 테이블에 비치된 3가지 소스에 취향껏 찍어 먹으면 식사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밥까지 말아서 맛깔스러운 깍두기와 함께 먹으면 그 행복한 포만감에 입가에 미소가 만연해집니다.
오징어 닭 무침은 겉보기에는 굉장히 매워보이지만, 맵기도 적당할 뿐더러 전혀 자극적이지 않습니다. 어떤 분들에게는 슴슴할 수 있는 삼계백반에 곁들이기 적당해요. '오징어 닭 무침'을 먹어보고 양념에 대한 믿음이 생겨서 닭도리탕이나 닭찜도 먹어보고 싶어졌답니다.
'무구옥'은 서두에서 말한 '정성'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식당이었어요. 가격대가 조금 있는 편이지만, 근사한 분위기에 음식에 담긴 정성과 맛을 감안하면 충분히 지불(투자)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생각되더라고요. 충분히 대접받았다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손님(부모님)을 모셔가기에도 좋겠죠? 정성 가득한 '무구옥'에서 기분 좋은 감동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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