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맛집

동네 맛집의 부활! 정성 가득한 바지락 칼국수가 일품인 염창동 '은행 칼국수'

너의길을가라 2025. 2. 2.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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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킴의 솔직한 맛집] 89. 동네 맛집의 부활! 정성 가득한 바지락 칼국수가 일품인 염창동 '은행 칼국수'

'살기 좋은 동네'를 결정짓는 요소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걸어서 갈 수 있는 '동네 맛집'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도 정말 중요하죠. 물론 다양한 메뉴를 기대가능한 맛으로 제공하는 식당들이 주변에 있지만, 그 편의성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맛에 대한 갈망이 있잖아요.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되는 동네 식당 말이죠.

은행칼국수
주소 : 서울 강서구 양천로69길 19 세우빌딩
영업 시간 : 11:00-19:30
휴무 : 일요일


염창동 '은행 칼국수'는 바로 그런 곳이라고 할 수 있죠. 상호명이 세로쓰기로 되어 있는 간판이 눈길을 끌지 않나요? 원래 같은 자리에서 '담소정'이라는 식당이 있었는데, 알고보니 그 사장님이 1년여 만에 복귀하셨다고 하네요. 거의 매일같이 지나가면서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만 했었는데, 이번에 기회가 닿았습니다.

내부는 단정한 흰색 벽에 검은색 테이블과 의자가 대조를 이루는 깔끔한 인테리어였어요. 일반적인 식당과 달리 센터에 큰 테이블을 둔 게 특이하더라고요. 음, 뭔가 가정식 식당의 느낌을 내고 싶었던 걸까요? 평범한 테이블 몇 개가 있었던 '소담정' 시절과는 확 달라진 분위기입니다.

메뉴는 들깨, 바지락, 팥 이렇게 세 가지 종류라서 라서 언뜻 고르기 쉬워 보이지만, 역시 선택은 쉽지 않죠. 은근 고민이 많이 됩니다. 팥은 다음 기회에 먹어보기로 하고 들깨수제비(13,000원), 바지락칼국수(12,000원)을 주문했습니다. (참고로 '선결제'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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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음식이 나오기 전, 제공되는 보리밥은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인데요. (없으면 서운하죠?) 열무김치와 고추장, 참기름을 넣어 쓱쓱 비벼 먹으면 꿀맛이 따로 없습니다. 김치를 담아 놓은 그릇도 고급스러운데, 식당의 콘셉트인 블랙&화이트에 충실합니다.

보리밥을 싹싹 긁어먹고나면 이제 주메뉴를 먹을 차례입니다. 아무래도 사장님 혼자 요리를 하셔서 대기 시간이 좀 있지만, 마치 달항아리 같은 큼지막한 흰색 그릇에 담긴 음식을 보면 잠깐의 기다림은 금세 잊힙니다. 정말 먹음직스럽죠?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맛있어서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슬쩍 보면 특별히 들어간 재료(애호박과 당근 정도)가 많지도 않은 평범한 비주얼인데(바지락은 듬뿍 들어있어요), 한 입 먹어보면 음식의 완성도가 높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들깨 수제비는 고소함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당한 지점에 당도했고, 바지락 칼국수는 육수가 깔끔하면서도 깊습니다.

진정한 고수들은 어깨에 힘을 뺄 줄 알잖아요. 요리도 다르지 않을 겁니다. 애써 멋부르지 않으면서도 맛은 하나도 놓치지 않죠. 게다가 은행칼국수의 음식들은 사장님의 정성이 가득 들어갔다는 느낌을 줘서 정서적인 만족도가 높아요. 잠깐 눈인사를 나눴는데, 그 온화한 미소에서 어떤 분인지 짐작이 되더라고요.

다만, 한 가지 의문스러운 건 역시 센터에 자리잡은 테이블인데요. 손님 입장에서는 일행이 아닌 손님들과 나란히 앉거나 마주 앉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서 좀 불편할 수 있고, 서빙하는 입장에서도 동선이 썩 편하진 않을 듯하더라고요. 영업의 관점에서 득보다는 실이 클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맛은 일품이니 요즘 같이 추운 겨울에 몸이 따뜻해지는 칼국수나 수제비 한 그릇 드셔보시면 어떨까요? 동네 맛집치고는 가격대가 조금 있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저는 이미 단골 손님이 될 마음가짐입니다. 동네 맛집의 부활에 그저 든든할 따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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