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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가' 외국인에게 홍어 먹이기가 정말 잘못인 이유

너의길을가라 2014. 10. 2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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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밤-아빠 어디가'에서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에게 삭힌 홍어를 먹게 한 내용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6일 방송된 '아빠 어디가'는 글로벌 특집으로 기획됐다, 안정환과 윤민수는 미국 출신의 시나드 패터슨과 시나드 패터슨 주니어(한국이름 찬)와 함께 한정식 식당을 찾았다. 이날 윤민수가 이들 외국인 부자(父子)에게 권한 음식은 홍어삼합이었다.



윤민수는 "아주 맛있는 해산물 요리"라고 소개했고, 시나드 패터슨은 별다른 의심 없이 홍어삼합을 먹었다. 처음에는 "맛있다(good)"고 했지만, 결국 콧잔등에 땀이 흥건해질 정도의 괴로움을 느껴야 했다. 아들인 찬도 아빠의 권유로 홍어 삼합을 먹었고, 캡처한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울상을 지었다.



과연 외국인 부자에게 홍어를 먹인 것은 잘못일까, 아니면 무리 없는 행동이었을까? 찬반 양론이 나뉠 수 있는 사안이다. 위의 두 기사는 그러한 입장을 잘 대변하고 있다. 우선, 문제였다는 입장부터 확인해보자. OSEN의 박현민 기자는 "충분한 설명 없이, 그것도 한국인조차 익숙지 않은 '홍어'를 외국인에게 먹이고 이를 즐긴듯한 모양새"는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아마도 이 정도 반응이 상식적인 반응일 것이다.


반면, TV리포트의 김지현 기자는 "문제의 장면 어디에서도 강제성과 불쾌함을 읽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나드는 홍어를 낯설어 했지, 불캐해 하지 않았다. 왜 문화의 '낯섦(기사에는 낯섬이라고 잘못 기재됨)'이 '불쾌'로 간주되어야 할까"라고 덧붙였다.



강제성과 불쾌함을 읽을 수 없었다는 김지현 기자의 주장은 과연 옳은 것일까? 핵심은 강제성 여부에 있다는 말은 옳은 것일까? 이렇게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방송에 출연하기로 한 외국인이 카메라 앞에서 '불쾌함'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었을까? 이미 그 자체에 '강제성'은 녹아 있는 것이다. 물리적인 힘을 행사해서 강제로 입에 집어넣는 것만이 '강제성'이라고 항변하진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높은 시나드가 '한국 사람들은 이런 음식을 먹는구나'라며 열린 마음으로 접근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홍어삼합'을 권유하면서, 이 음식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충분히 설명할 수 있지 않았을까? 결국 제작진이 '의도'했던 장면은 뻔한 것 아닌가? 괴로워 하는 모습을 찍고 싶었던 것 아니냐는 말이다.


그럼에도 TV리포트의 김지현 기자는 심지어 "외국인이 괜찮다는데 왜 한국인들이 '실례가 아니냐'고 야단법석일까. 그런 저자세로 어떻게 한국의 문화를 자신있게 소개할 수 있을까. 사소한 소동이고, 논란일 뿐이지만 그 저변에 깔린 열등감이 읽혀져 씁쓸하기만 하다"며 오버스러운 반응을 이어갔다. 김지현 기자에게는 이러한 과정이 단순한 '소개'로 여겨졌던 모양이다.



다른 나라의 문화에 낯선 외국인에게 그 나라의 무언가를 소개하고자 한다면, 충분한 설명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사후적으로 '괜찮다'는 대답을 받아내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는 의미다. 같은 날 SBS <룸메이트>에서도 '홍어삼합'이 등장했지만, 아무런 논란도 벌어지지 않았다. 아무런 친분 없이 처음 대면한 외국인에게 어떤 반응이 나올지 뻔히 견적이 나오는 '홍어삼합'을 소개하는 것이 대한민국 문화를 소개하는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이를 '열등감'으로 치부하며 '사소한 소동' 쯤으로 여기는 기자의 소양이 참으로 의심스럽다. 핵심은 '강제성'이 아니다. 수 대의 카메라가 포진해 있고, 수많은 스태프들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 그것도 낯선 외국에서 벌어진 일. 당시의 갑(甲)과 을(乙)이 누구였는지는 뻔한 것 아닌가? 강제성은 이미 내포되어 있었다. 진짜 핵심은 '제작진의 의도'다. 한국 문화를 소개하기 위함이었는가, 아니면 홍어삼합을 먹고 괴로워하는 외국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함이었는가? 답은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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