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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조차도 기대하게 만드는 <무한도전>의 진정성

너의길을가라 2014. 10. 19.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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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방송사고가 터지면 시청자들은 언짢아지는 게 일반적이다. 시청자 게시판은 제작진의 실수를 타박하는 글들로 가득찬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경우에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진다. 놀랍게도 <무한도전>은 '사과'조차도 기대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물론 '차별'을 하는 것이 무조건 옳을 수는 없겠지만, 그만큼 지난 9년동안 <무한도전>이 보여줬던 한결같은 모습들이 만들어낸 '신뢰'가 두텁다는 방증 아니겠는가?



지난 10월 11일 방송됐던 <무한도전> '한글날 특집'에서는 편집상의 문제로 인한 방송사고로 갑작스럽게 라디오스타 특집의 한 장면(정현돈의 모습)이 등장하는가 하면, 방송 후반부에는 효과음이 전혀 들리지 않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무한도전> 제작진은 "방송분 후반작업 도중, 편집이 늦어지면서 시간에 쫓겨 테이프를 여러개로 분리, 송출하는 과정에서 테이프와 테이프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해 발생한 사고였다"는 해명과 함께 "보다 완성도 높은 방송을 만들기 위해 후반작업에 욕심을 내다가 오히려 시청자 여러분께 큰 불편을 드렸다"며 공식사과했다.


'가족'과 같은 친밀도를 갖고 있는 <무한도전> 시청자들은 방송사고를 너그럽게 받아들였다. 제작진의 실수에 대해 비판을 가하기보다 다음 방송에서 <무한도전>이 어떤 식으로 사과를 할지에 관심을 기울였다. 우선, 유재석의 공약이었던 '곤장제도'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난 6월 24일 방송됐던 '홍철아 장가가자' 특집에서 여성의 외모만으로 소개팅 상대를 선택하는 등 시청자들을 다소 불편하게 했던 부분에 대해 공식사과하면서, 유재석과 김태호 PD가 곤장을 맞았던 장면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태호 PD가 곤장을 맞을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같은 방식의 사과는 오히려 진정성을 떨어뜨린다고 판단했기 때문일까? 이번에는 유재석이 '태음'으로 변신해 태양의 '눈, 코, 입'을 패러디한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제작진은 노래 가사를 개사해 지난 주 방송사고에 대해 사과했고, 유재석은 진지하게 노래를 불러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


"미안해 미안해 해야 돼 이건 방송 사고잖아. 정말 식겁했잖아 정신 바짝 차려야 해 400회잖아. 마지막으로 한 번만 용서해. 실수한 건 모두 다 잊어줘. 우리 정신 차릴게 더 열심히 할게 다시는 이런 깜짝 놀랄 일 생기지 않게. 더 좋은 방송을 향한 욕심이 집착이 되어 사고 쳤고 혹시 이런 나 때문에 깜놀했니 아무 질책 없는 너 바보처럼 왜 나를 혼내지 못해 나 큰 사고 쳤는데 너의 눈, 코, 입 웃어주던 네 얼굴 작은 댓글까지 다 여전히 난 느낄 수 있지만 꺼진 TV처럼 타들어가버린 우리 마음 모두 다 너무 아프지만 이젠 더 좋은 방송 만들게"


과연 <무한도전>다운 기발하고도 진정성 있는 사과였다. '아무 질책 없는 너 바보처럼 왜 나를 혼내지 못해 나 큰 사고 쳤는데' 라는 개사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방송사고에 너그러웠던 시청자들의 태도는 <무한도전>에 대한 시청자들의 애정이었지만 <무한도전> 제작진에게는 오히려 더 무거운 질책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 무한한 애정과 신뢰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을 것이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방송사고'를 내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사람'이기에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무한도전>의 실수에 대해 시청자들이 너그러울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무한도전>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청자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고, 그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뿐만 아니라 잘못이 있을 때는 과감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무한도전>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9년이라는 기간동안 <무한도전>이 보여준 진정성이 맺은 결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제 <무한도전>은 사과마저도 기대하게 하는 프로그램이 되어 버렸다. 버젓이 잘못을 저지르고도 뻣뻣하게 고개를 들고 있는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에게 '무한도전만큼만 해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아, 그들에게 너무 높은 기대치를 설정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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