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세월호 인양을 둘러싼 시각 차이, 고통의 차이가 만든 시간 차이

너의길을가라 2014. 11. 18.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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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압도적인 흥행 1위를 내달리고 있는 <인터스텔라>를 '정치 드라마'로 분석한 글('인터스텔라'가 '정치 드라마'인 이유 5가지)을 읽으면서 또 한 번 울컥함을 느꼈다.



<한겨레> 김의겸 기자는 <인터스텔라>에서 인듀어런스 탑승자들이 가장 먼저 도착하는 곳인 밀러 행성에의 1시간이 지구에서의 7시간과 같다는 '일반상대성이론'을 언급하면서 "지구라는 행성에 함께 사는 사람일지라도 시간은 상대적으로 흐른다. 중력의 차이가 아니라 고통의 차이가 시간에 대한 체감을 다르게 만든다. (…) 세월호로 자식을 잃은 부모의 손목시계는 2014년 4월16일 아침 어느 시각에서 고정돼 있다. 다들 "이제 그만 잊을 때도 됐다"고 말해도 그들 집에 걸린 벽시계는 이제 막 새벽밥을 먹고 나서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을 슬픔과 눈물, 분노와 절망 속으로 몰아넣었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벌써 7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세월호 참사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가?'라고 묻는다면, 과연 우리는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고 떠들어댔었지만, 정작 무엇이 바뀌었는가? 그토록 참담해했지만 결국 우리의 시계는 '똑딱똑딱' 흘러갔고, 그때의 감정들은 희석되고 흩어지진 않았는가?



여전히 세월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심지어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수중 수색이 종료됐지만, 그 이후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없다. 급기야 새누리당의 김진태 의원은 지난 13일 <CBS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서 "인양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해 봐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추가 희생자가 나타날 수 있다.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는 세 가지를 들었다.


결국 돈(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인양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인데, 김 의원은 "해수부에서는 한 1,000억원 정도 든다고 하는데요, 이게 한 3,000억원 정도로 눈덩이처럼 더 불어날 것이 예상이 됩니다. 그러면 이 돈은 그냥 나오느냐, 내년도 예산에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아요. 어디서 무리하게 끌어다 써야 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즉각 반론을 제기했다. 최 의원은 "이 시점에서 왜 갑자기 인양반대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면서 인양을 반대하던 실종자 가족들이 인양을 통해 가족들을 찾아달라고 입장을 바꾸지마자 인양 반대론이 나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또, 최 의원은 최근에 OECD국가 중에 침몰한 배를 인양하지 않은 나라가 없었다면서 2007년 파나마에서 침몰했던 뉴플레임호(8,737톤)가 21개월에 걸쳐 인양됐고, 2002년에 이탈리아오 콩코르디아호(11만 4,000톤)도 인양됐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또, 비용의 문제에 대해서도 "정확한 근거 없는 비용추계"라고 지적하면서 언론 플레이를 하기보다는 정확한 근거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내년 예산 반영 문제는 정부의 예비비가 있기 때문에 인양 결정이 되면 얼마든지 우리 사회가 그 정도 돈은 동원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실제로 세월호 인양의 비용은 계산하기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정부 추산인 2000억 원에서 1조 원까지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세계일보


갑자기 새누리당 측에서 '인양 반대'의 뉘앙스를 풍기는 발언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시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적어도 대한민국 정부와 여당이 '돈과 시간' 때문에 인양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진 않으리라고 믿는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전국민에게 알려졌듯이 '맹골수도'는 물살이 거세고 조석간만의 차이가 큰 수역이다. 인양작업이 자칫 더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김진태 의원의 실수는 이러한 인양 작업의 어려움을 통해 설득에 나서기보다 당장 '돈과 시간'을 언급하며 들이댔다는 점이다. 김 의원은 '최근에 OECD국가 중에 침몰한 배를 인양하지 않은 나라가 없었다'는 최민희 의원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미국 전함 애리조나호와 스웨덴 여객선 에스토니아 호를 예로 들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침몰했던 애리조나호와 1994년 침몰한 에스토니아 호를 '최근'으로 묶는 것은 다소 무리수로 보인다.



어찌됐든 애리조나호의 경우에는 해저에 'USS 애리조나호 추모관'으로 조성이 되어 있다. 아무래도 정부와 여당이 그리고 있는 시나리오는 '수중 추모공간'으로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의 에스토니아의 경우 수심이 깊어 인양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 콘크리트를 부어 봉인을 했다. 인양이 어려운 측면에서는 세월호와 비슷하지만, 실종자 수색과 진상 규명이 필요한 우리로서는 '봉인'을 선택할 순 없을 것 같다.


역시 문제는 '신뢰'다. 세월호 참사 초기부터 지금까지 정부와 새누리당(새정치민주연합도 마찬가지다)이 보여준 태도는 실망 그 자체였다. 신뢰가 바닥인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돈과 비용 문제를 언급하면서 인양 반대론을 제기하는 것은 매우 적절치 않은 일이다. 이는 최소한의 설득의 방식도 갖추지 못한 '무례한 접근'이 아닐 수 없다. 유족들의 반발은 당연한 결과이다.  


ⓒ 이데일리


세월호 인양은 실종자를 찾는 수색의 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세월호 침몰의진상을 밝혀내기 위해서도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일이다. 이는 당연히 국가가 해야할 몫이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는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선체의 상태를 살피고 실려있는 여러 자료를 검토해야 한다"며 정부가 세월호 인양에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 사람들의 시간의 체감을 다르게 만들었다. 세월호 유족들의 시계는 2014년 4월16일 아침 어느 시각에 고정된 채 단 1초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느끼는 고통과 슬픔이 유족들의 것과 같을 수 없듯이 우리의 시계가 유족들의 시계와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달라져 버린 시간만큼의 괴리를 상처로 메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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