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생계형 성매매 여성의 죽음, 함정수사와 부실 대처 논란

너의길을가라 2014. 11. 28. 20:16
반응형


#25일 오후 10시경 경남 통영시 광도면의 한 모텔


"아까 전화 드린 ○○○입니다. 601호로 오세요." 40여 분 뒤 벨이 울렸다. A 씨(24·여)가 들어오자 기다리던 B 형사가 15만 원을 건넸다. A 씨는 말없이 곧장 샤워실로 들어갔고, B 형사는 눈치를 살피며 휴대전화를 꺼내 '도착'이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잠시 후 남성 3명이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들은 경남지방경찰청 풍속단속팀과 통영경찰서 생활질서계 소속팀 형사로 구성된 특별단속반. "성매매하러 오신 거죠?"라는 질문에 A 씨는 "옷 입고 나갈 테니 잠시 밖에서 기다려 주세요"라고 답했다. 단속반은 방문을 살짝 열어놓고 문고리를 잡은 채 대기했다. 당시 현장에는 여경이 동행하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 5분 뒤 조용하던 방 안에서 다급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단속반이 급히 뛰어갔지만 한 발 늦었다. 약 12m 높이(6층) 창문에서 뛰어내린 A 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과다 출혈 등으로 26일 오전 3시 37분 숨졌다.


함정수사 딜레마.. 불가피한데 법규는 없어 <동아일보>



지난 25일, 경남 통영시 죽림동 모텔에서 한 여성이 뛰어내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손님으로 가장한 경찰에게 성매매를 하러 갔다가 단속에 적발되자 옷을 입겠다며 시간을 번 다음 6층 창문 밖으로 뛰어내린 것이다. 이 사건은 '함정수사'와 '부실한 대처'라는 두 가지 논점과 함께 <조선일보>가 전한 성매매 여성의 안타까운 사연(미혼모 티켓다방女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무리하게 함정단속을 한 것은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반박하고 나섰다. CBS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한 진훈현 경남지방경찰청 생활질서계장은 "티켓다방이나 전단지를 이용한 성매매의 경우에는 보통 1:1로 이루어지고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게 대다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단속기법을 이용하지 않고는 단속 자체가 어렵고요. 대법원 판례에서 보듯이 함정단속이라는 것은 범죄 의사가 없는 사람의 범죄의사를 유발시키는 것인데 이번과 같은 사례는 그런 것과는 전혀 관계없는 성매매 단속의 하나의 기법일 뿐"이라고 밝혔다.


ⓒ 동아일보



진 계장은 함정수사(단속)과 관련해 대법원 판례를 예로 들었다. 도대체 함정수사라는 것이 무엇일까? 개념 정리를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함정수사는 이미 범죄의 결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해 범죄를 범할 기회를 부여하는 기회제공형 함정수사와 전혀 범죄의사가 없는 사람에 대해 새로운 범죄의사를 유발하는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로 나뉜다.


2005년 대법원 판례는 '범의를 가진 자에 대하여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것에 불과한 수사방법이 경우에 따라 허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시 말하면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만을 함정수사라고 개념을 정리하고 있는 것이다. 범죄를 범할 의사가 있는 사람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함정)수사 방식은 아예 함정수사의 개념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경찰은 이러한 대법원 판례에 따라 애초에 '성매매 의사가 있었던' 여성에게 단순히 '기회'만 제공한 수사이기 때문에 적법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경찰이 수사를 이유로 그 여성을 부르지 않았다면 '성매매'는 없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를 '함정수사'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법리적으로 따져보면 경찰 쪽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통영 지역에 티켓다방 영업이 성행한다는 신고와 민원에 따라 단속에 나선 경찰을 탓하기도 어렵다.


정작 경찰에 쏟아지고 있는 비판의 핵심은 다른 데 있다. 첫 번째 비판은 성매매를 단속하는 데 있어 업주나 성매수자를 잡겠다는 경찰이 내세웠던 본연의 취지는 사라지고, 오로지 여성만을 표적으로 하는 단속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는 경찰이 실적을 위해 상대적으로 '손쉬운 방법'을 취한 것이라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이다. 



또, 수사에 있어 부실한 대처로 일관해 결국 한 사람의 죽음을 가져왔다는 비판이다. 현장에 출동할 당시 여경과 함께 출동하지 않음으로써 적극적이고 원환할 대처를 할 수 없었고, 혼자 남겨진 여성이 어떤 행동을 할지에 대한 예측 없이 방치한 것도 문제였다. 진 계장도 "여경이 단속현장에 동행해야 한다는 원칙은 없지만 가급적이면 여경을 같이 동행하는 것이 좋"고, "향후에는 이런 사례가 발생되지 않도록 조금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처럼 앞으로는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17게 때 딸을 낳아 미혼모가 되었던 한 여성은 일정하지 않은 수입에도 꼬박꼬박 40~50만 원의 생활비를 아버지에게 보내는 착한 딸이었다. 생계형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었던 그녀는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당장 초등학교 1학년인 딸 아이는 어떻게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함정수사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 라인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판례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법 조항을 마련해 일선에서의 혼란을 없애야만 한다.


무엇보다 경찰의 성매매 수사가 성을 알선하는 업주를 찾아 처벌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업주라고 하는 근원적인 문제를 제거하지 않으면 성매매라는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수사에 있어서 여경과 함께 출동해서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대한민국 경찰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쏟아지고 있는 여론의 비판에 대해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기보다 전향적인 변화를 모색해나가길 기대해본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