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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 계급 일원화? 빗나간 혁신의 칼, 장교와 장군들은?

너의길을가라 2014. 11. 1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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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등병-일병-상병-병장 → 용사(勇士)-용장(勇將)


"입소해 훈련을 마친 병사를 용사로 통칭하고, 전역 6개월 정도 남긴 우수 용사는 분대장 격인 '용장(勇將)'으로 선발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 국방일보


육군은 지난 10월, 지금의 4단계 계급 체계를 일병-상병으로 이원화하고, 상병 중 우수자를 병장으로 선발하는 2.5단계의 개편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우수자'라는 개념이 모호하고, 장교들에 의해 자의적으로 해석되어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우수자'가 되어 병장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군대 내의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병영문화혁신위원회는 이를 더욱 간소화해 아예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병사 계급을 간소화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육군과 병영문화혁신위원회는 구타와 가혹행위, 자살 등 거듭되는 병영 내의 사건 · 사고의 원인을 병사 상호간의 명령 · 복종관계에 따른 것이라고 파악하고, 그 발생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계급을 일원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 현재의 4단계 계급체계가 일본 육군의 삼등사-이등사-일등사-사장의 체계를 본 따 만든 것이라는 점에서 일재 잔재 청산이라는 명분도 갖고 있다.


육군은 '병사 계급체계 간소화'가 효과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2년여 전부터 '연간 동기제(2013년 군번과 2014년 군번으로 이원화)'를 시범 시행한 육군 9사단의 경우 자살자가 단 1명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역시 군인의 사고방식이란 참으로 심플하다. 9사단에서 연간 동기제 실시 이후 2년 동안 자살자가 없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을 인과관계로 묶는 것은 그리 단순한 일이 아니다. 다른 요인들의 여부도 따져봐야 할 뿐더러 자살자가 없었다고 해서 구타나 가혹행위가 없었다고 볼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게다가 4단계 계급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자살자가 없는 부대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군 복무 기간이 21개월로 줄어든 만큼 현재의 4단계 계급을 유지하기보다 이를 간소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워보인다. 다만, 이것이 군대 내의 구타와 가혹행위, 자살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같은 계급이라고 하더라도 입대일을 기준으로 더욱 세밀한 '계급'이 형성되어 있는 군대(사회도 마찬가지)에서 형식적으로 계급을 통합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문제는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문화' 자체를 바꾸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는 일이다.


또한, 육군에서 내놓은 병영문화 혁신 방안이 '병사'들의 계급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도 아쉽다. 이는 군대 내에서 벌어지는 각종 문제들을 '병사들 간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이다. 과연 그러한가? 군대 내의 인권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유가 오로지 병사들만의 문제였던가? 군대 내의 서열 문화의 핵심은 장교와 장군로부터 비롯되며, 이를 바꾸지 않고 병사들의 계급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이는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한 미봉책일 뿐이다.


ⓒ 이데일리


(장군이 되면) 무궁화 봉우리 금테가 둘린 정모, 단화, 가죽 허리띠, 지퍼 달린 전투화도 지급받는다. 지휘관일 경우 대위급 전속 부관, 집무실에는 당번병, 공관에는 공관병이 1명씩 배치된다. 개인화기도 45구경 권총에서 38구경 리볼버로 교체된다.전속 운전병과 차량도 배치된다. 준장부터 번호판 대신 성판을 단 배기량 2000cc K5급 자동차가 나온다. 소장은 2400cc 그랜저급, 중장은 2800cc 체어맨급, 대장은 3300cc 에쿠스급 차량으로 차종이 업그레이드된다. 평소에는 성판 위에 일반 차량번호판을 설치해 운행한다. 성판만 부착하는 시기는 군 행사에 참석했을 때다.일반 중앙부처 고위 공직자의 경우 '대통령령'에 따라 차관급부터 전용 승용차와 운전기사가 배치된다. 군인은 중장부터가 차관급으로 분류된다. 원칙상 소장 이하 장군은 차량을 지원받을 수 없다. 군이 다른 공직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대를 받고 있다는 얘기다.


[나는 장군이다]장군 승진 목메는 이유..100가지가 달라진다 <이데일리>


정말이지 제대로 병영문화를 혁신하고자 한다면, 우선적으로 '별'들에 대한 혁신부터 시작해야만 한다. 장군, 이른바 '별'을 달면 달라지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장군이 되면 청와대에서 열리는 진급식에서 대통령으로부터 '삼정도'라는 장검을 받게 된다고 한다. 그 외에 복장과 개인화기에 있어서 '업그레이드'는 기본이고, 지휘관이 됐을 경우에는 대위급 전속 부관, 당번병, 공관병 등을 부릴 수 있게 된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전속 운전병과 차량도 배치되는데, 별 개수에 따라 차량의 배기량이 증가한다. 예포 수도 계급장에 달린 별 숫자에 따라 13발, 15발, 17발, 19발로 늘어난다. 참 무의미한 '예우'가 아닐 수 없다. 자주국방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전시작전권조차 갖지 못하고 있는 국가에서 장군의 존재는 '똥별'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이처럼 장군에게 각종 특혜가 제공되는 근거는 1980년 신군부 계엄령 시절에 제정된 국무총리령인 '군인에 대한 의전예우 기준지침'에 기반을 두고 있다.


ⓒ 이데일리


군대 내의 각종 사건 · 사고들이 단순히 '이등병-일병-상병-병장'이라는 계급 체계 때문일까? 이런 의문에 대해 국방부는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계급만 일원화하면 앞으로는 군대 내의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는 것일까? 당연히 그럴 리 없을 것이다. 군대의 문제를 병사들의 문제로만 취급하는 한 그 어떤 문제도 풀리지 않을 것이다.


군대를 혁신하고자 한다면 '기밀주의'로 일관한 채 군대를 성역화하는 국방부의 폐쇄성에 방점을 찍어야 하는 것 아닐까? 열악하기 짝이 없는 시설과 외부와 철저하게 단절되어 있는 환경의 탓은 아닐까? 실효성 없는 군 내부고발(사회에서도 마찬가지지만)과 그들만의 세계를 공고히하는 '군 사법제도'야말로 혁신의 대상이 아닌가?


병영 혁신을 위해 병사들의 계급을 일원화하겠다고 하니, 이참에 장교와 장군들에 대해서도 메스를 대보는 게 어떨까? 쓸데없이 복잡하기만 한 장교들의 계급도 단순화시키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장군들의 별 개수도 혁신해보는 건 어떨까? 저들은 언제쯤 깨달을 수 있을까. 병사들이 문제가 아니라, '군대'가 문제이고 그 핵심에 당신들이 있다는 사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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