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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빗이끼벌레는 위험한가? 엇갈리는 전문가 의견, 과연 진실은?

너의길을가라 2014. 11. 1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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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빗이끼벌레'가 대한민국에서 처음 발견된 건 1995년이라고 한다. 국내 유일의 태형동물 전공자인 서지은 우석대학교 생물학과 교수가 학계에 보고하면서 이 존재가 알려지게 됐다. '큰빗이끼벌레'라는 한국명을 지은 것도 서지은 교수였다. 이유는 "현미경으로 보면 촉수가 착 퍼져 있으면서 머리빗처럼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당시에는 언론에 주목을 받지 못했다. 아주 간헐적으로 언급이 됐을 뿐 제대로 다뤄진 뉴스는 없었고, 2008년 1월 29일이 되어서야 본격적인 연구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강원대학교 환경연구소 최재석 교수팀은 '민물 태형동물 번성으로 인한 어류 피해조사 및 제어방안' 중간 보고소에서 춘천호와 의암댕 등 북한강 상류의 수중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는 태형동물의 존재가 '(큰빗)이끼벌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최 교수는 "태형동물의 집단서식이 물고기의 폐사와 식수원 오염, 생태계 훼손과 긴밀한 연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태형동물이 분비하는 독성물질이 식수원에 다량으로 유입될 경우 향후 사회적 문제가 될 우려가 높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당시에는 일부 지역에 국한적으로 발견되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전국적인 관심사가 되지 못했고, 또 다시 언론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졌다.



한동안 '큰빗이끼벌레'에 대한 보도가 없었다가 지난 2014년 6월 말부터 금강에 이어 영산강에서도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그럼에도 보도는 <오마이뉴스>, <연합뉴스>, <뉴시스> 등 인터넷에서만 다뤄졌고, 주요 언론사들은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7월 7일 JTBC에서 다룬 것이 방송사에서는 처음 이뤄진 보도였다. 이후 관련 보도는 급증했고, 지난 7월에만 1,000건이 넘는 기사가 작성됐다.


'창궐(猖獗)'이라는 표현이라는 함께 '큰빗이끼벌레'의 혐오스러운 외양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은 그 유해성에 맞춰졌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식수원인 강 속에 저토록 괴상한 생물체가 '창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물론 일부의 지적처럼 그 생김새 때문에 두려움이 더욱 커진 것도 사실이었다.


JTBC의 구석찬 기자는 큰빗이끼벌레를 직접 먹어보는 기자정신(!)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 사실을 들은 손석희 앵커는 "뭐, 그렇게까지는 할 필요가 없었을 것 같은데.."라며 멋쩍게 웃음을 보냈지만, 국민들에게 큰빗이끼벌레를 먹었을 때, 혹은 큰빗이끼벌레의 유해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자 반드시 알아야 하는 사실이었다. 손 앵커는 전문가인 최재석 교수에게 이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손석희 앵커 : 혹시 사람한테 미치는 영향은 없습니까? 어떤 기자가 그걸 좀 먹어봤다고 하던데, 그랬더니 발진이 온몸에 나고 머리가 굉장히 아팠다, 그런 얘기가 있던데 실제로 그렇게 독성이 있나 보죠? 그러면 죽은 걸 먹은 걸까요?


최재석 강원대 환경연구소 어류연구센터장 : 저희들이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자체 독성은 없기 때문에 일부 썩은 것들을 먹음으로 인해서 피부가 약하신 분들이라든가 그런 경우는 약간 알레르기 증상 그런 경우가 나타난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독성에 의해서 더 피해는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큰빗이끼벌레'를 JTBC 구석찬 기자보다 먼저 먹어 본 기자가 있었다. <오마이뉴스>의 김종술 기자인데, 그는 "물컹했다. 팔뚝에 문질러봤다. 피부에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결국, 징그러운 녀석을 먹어 보기까지 했다. 온 몸에 두드러기와 두통이 밀려왔다. 강의 생태에 미치는 영향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구분하지 못하는 기자라고 욕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난 절박했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기사로 작성했다. 그리고 그는 서지은 교수를 찾아가 '큰빗이끼벌레의 유해성'에 대해 인터뷰를 나눴다.



- 수온이 떨어지는 가을 정도에 사멸하는데 생태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


"일반적으로 생물이 살고 죽고 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문제가 없다. 그런데 올해처럼 '창궐'이란 표현을 쓸 정도로 이렇게 많이 번성하면 다르다. 죽을 때도 같은 시기에 죽고, 일정한 좁은 공간에서 한꺼번에 죽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큰빗이끼벌레가 부패하면서 산소를 쓰게 된다. 그러면 용존산소량이 줄어들고 수질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나아가서는 물고기가 죽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넓은 공간에서는 그 영향이 미미하다고 알고 있다."


- 낙동강, 영산강, 한강보다 금강이 서식밀도가 높다. 앞으로 나타날 수 있는 피해는?


"일각에서는 큰빗이끼벌레가 죽으면 암모니아 등을 분비한다고, 그렇게 해서 다른 생물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나도 물고기와 큰빗이끼벌레를 한 수조에 넣고 살핀 적이 있었는데 물고기가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 다만 1967~1968년도에 '야쿠르트'란 사람이 전 세계의 태형동물을 집대성해 놓은 책이 있다. 이 책에서 노직이라는 학자가 '큰빗이끼벌레와 충담이끼벌레란 두 종이 부서지면서 약간의 독성을 분비한다, 그래서 치어에 살짝 기절할 정도의 독성을 지니고 있다'고 써놓았다. 독성이 완벽하게 없다고 말하진 못하지만, 이것이 수질과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없다."


- 독성 성분은 어떤 물질인가?


"치어를 마취 시키는 정도의, 그냥 독성이다. 굉장히 빠르게 나온다고 조사가 돼 있다. 공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는, 만약 큰빗이끼벌레가 독성이 있다면 1960년대 이후에 지금까지 아무도 연구를 안 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미국의 우드 박사라고 태형동물학회장이 있는데 그런 분이나 다른 분들이 절대 연구를 안 했을 수가 없다."


- 기자가 큰빗이끼벌레를 처음 발견하고 모르는 상태에서 만지고 주무르고 문지르고 하면서 먹어도 보았다. 이후에 두드러기와 두통으로 한 며칠 고생했는데 어떻게 봐야 하나?


"20년 전에 강원도 내수면에서 문제가 됐을 때 나도 그곳에서 손으로 만지고 했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예민하거나 신경성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큰빗이끼벌레 집단 사멸하면 수질에 악영향" <오마이뉴스>


'큰빗이끼벌레'를 직접 먹어 본 기자들은 두드러기와 두통이 생겼다고 말했지만, 전문가들은 이 를 피부가 약한 사람에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거나 예민하거나 신경성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물론 전문가들은 기자들처럼 (서지은 교수는 만져봤지만) 직접 먹어보진 않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100% 신뢰를 보내긴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표본이 적은 상황에서 기자들의 주장만을 믿기도 힘든 상황이다.


정부는 큰빗이끼벌레의 유해성을 부정했지만, 이를 수거해 소각하는 등 오히려 의심스러운 행동을 보여 논란을 증폭시켰다. 보수 언론들도 유해성을 부정하는 기사들은 내보냈다. <중앙일보>는 47년 동안 태형동물을 연구해온 미국 브리오(Bryo)테크놀로지 사의 티모시 우드 박사를 인용하면서 "큰이끼벌레는 무게의 99%가 수분이기 때문에 죽어 썩더라도 물 위에 뜨기 때문에 산소를 고갈시키지 않고, 암모니아를 배출할 가능성도 없다"면서 큰빗이끼벌레의 유해성을 부정했다.



하지만 지난 11일 '충남도 큰빗이끼벌레 민관 공동조사단'은 중간 발표회를 통해 큰빗이끼벌레가 수중 생태게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실 험 결과는 분명했다. 큰빗이끼벌레가 물에서 죽은 상황을 가정했을 때, 물의 용존산소량(DO)이 급격히 낮아지고 암모니아성질소(NH3-N)의 농도가 크게 높아졌다. 이는 정체수역에서는 큰빗이끼벌레의 죽음이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이상진 충남발전연구원 환경생태연구부 박사는 "큰빗이끼벌레의 사체 분해 속도가 다른 동물보다 빨라 용존산소량이 급격히 감소했고, 독성이 있는 암모니아성질소의 농도는 빠르게 높아졌다. 정체수역에서 대량으로 번식한 큰빗이끼벌레가 한꺼번에 죽을 경우 수중 동식물의 서식환경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실험 결과를 전해들은 서지은 교수는 "작은 수조안에 큰빗이끼벌레를 넣고 실험을 하면 용존산소를 소모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연 상태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여전히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가을이면 사라진다던 '큰빗이끼벌레'는 여전히 창궐 중이라는 것이다. 진보 언론들과 환경단체들은 이를 '4대강 사업'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4대강에 설치된 보 때문에 수량이 많아지고, 유속이 느려지면서 녹조가 창궐했고, 남조류를 먹이로 삼는 큰빗이끼벌레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물론 정부는 이를 여전히 부정하고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큰빗이끼벌레의 죽음이 수중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인되었다. 만약 가을이 지나 4대강의 수온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면, 그래서 큰빗이끼벌레가 한꺼번에 죽어 사체로 변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큰빗이끼벌레'에 대한 우려와 그를 넘어 '4대강에 대한 우려'를 보다 수용하는 전향적인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들의 우려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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