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미아 방지끈은 개줄인가, 아이를 위한 생명줄인가?

너의길을가라 2015. 4. 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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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미아 방지끈'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이의 가방이나 손목 등에 연결해서 부모와 적당한 거리를 확보 · 유지하면서도 그 안전거리 내에서 아이가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돕는 끈을 '미아 방지끈'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이를 차일드 리시(child leash, 아기를 마치 강아지처럼 줄로 묶는 줄)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최근 대한민국에서도'미아 방지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자연스럽게 그와 관련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우선, '미아 방지끈'이 어떤 것인지 인터넷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 상품의 사진(위의 사진)을 통해 확인해보도록 하자. 특별한 위화감(違和感)이 들진 않는다. 하지만 어떤 반발이 제기되고 있는지는 분명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경우에 따라 '미아 방지끈'은 '개줄'처럼 여겨질 수 있지 않을까? 인권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들은 '아동 학대' 여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할 것이다. 아이들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길렀던 윗세대들의 눈에도 마뜩잖아 보일 수 있다.

 

"지나가는 할머니가 딸 아이와 나를 번갈아 보더니 애를 강아지 키우듯 키운다고 막말을 했다" <헤럴드경제>는 미아 방지끈을 사용했던 한 주부의 케이스를 통해 '미아 방지끈'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보여줬다. 오지랖이라고 볼 수 있을 할머니의 개입 방식은 (나이를 떠나서) 매우 무례(無禮)한 방식이지만, '미아 방지끈'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어떠한지를 엿볼 수 있는 좋은 예이기는 하다.


누군가로부터 지적을 받게 되면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할머니로부터 막말을 들어야 했던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위한 일이었는데, 할머니한테 이런 말을 듣고 나니 주위 시선이 의식되더라"며 당혹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또 어떤 '할머니'가 나타나 혼을 낼지 모르니 말이다. 혹시 '미아 방지끈'의 부정적 효과보다 불안해 하는 엄마로 인해 더 나쁜 영향을 받지 않을까?

 

 




그렇다면 '미아 방지끈'을 사용하는 것이 '아동학대'에 해당할까? 지난해(2014년) 인천 부평역에서 아이의 가슴에 끈을 묶어둔 채 자리를 비웠던 한 엄마가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당시엔 아동 학대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상황과 경우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겠지만, 아이의 안전을 위해 적절한 때 사용하는 것이라면 크게 문제될 일은 없을 것 같다.


"정말 사람이 많은 곳이라면 좀 더 신경써서 챙기는 게 낫지, 자유롭게 놀고 싶은 아이들의 욕구를 제재하고 싶진 않다"는 부모의 의견도 존중되어야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미아 방지끈을 통해 아이의 안전을 지킬 필요도 있다. 어디에서 차가 튀어나올지 알 수 없는 아파트 단지의 위험한 공간이나 번잡한 도로 등이 대표적인 예다. 또, 아이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다분한 놀이공원, 동물원 같은 곳에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우리는 "아이가 지금보다 어릴 때, 사람들이 아무리 뒤에서 웃고 떠들어도 꿋꿋하게 아이 가방에 미아방지끈을 달아줬다. 내 자식이 갑자기 차도로 뛰어들 수도 있는데, 그런 시선이 대수냐"는 선구자(先驅者)적인 안목을 지닌 A씨나 "처음엔 아이를 '동물 취급한다'는 인상을 받았지만, 놀이공원 같은 데선 필요한 것 같다"는 절충적인 답을 제시한 B씨의 의견도 경청해서 들을 필요가 있다.

 

 

이기숙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이미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선 영아반 아이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갈 때 사용한다. 적절한 때 사용하는 것은 권장할 만 하다"는 학습 현장에서의 실례(實例)와 함께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실제로 그러한지 지인 중의 유치원 교사에게 확인을 해봤더니, 유치원의 경우에는 미아 방지끈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영아반 위주로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모양이다.

 

일각에서는 어릴 때 '미아 방지끈'에 의해 묶여 다니게 되면 정신적 충격을 입거나 아이가 소극적인 성향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18세인 자신의 딸이 아기 때 '미아 방지끈'을 사용했지만 건강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자랐다고 당차게 주장하는 부모도 있는 걸 보면, 아이의 성향에 '미아 방지끈'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미아 방지끈'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은 '잃어버리는 것보다는 낫다'는 쪽으로 정리되고 있다. 그렇더라도 차선책의 뉘앙스를 풍기는 대답들이 안고 있는 맹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이를 구속하는 물건이기 때문에 상시 착용은 아이들의 정서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 교수의 말처럼 '미아 방지끈'은 최소한의 한도 내에서 아이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거친 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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