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정부가 구걸해도 금융권 일자리는 계속해서 줄었다

너의길을가라 2015. 4. 1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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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내세우는 1번 공약은 어김없이 '일자리 창출'이다. 비단 대한민국만 그런 것이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유럽 등 전 세계가 마찬가지다. 흥미로운 것은 매번 그 공약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일자리 창출'이라는 공약은 계속해서 실패를 했다는 뜻이다. 그렇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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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꺼번에 할 순 없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금융권 일자리'에 초점을 맞춰보도록 하자. 위에 인용한 기사들을 통해 우리는 앞서 반복했던 한 문장을 또 다시 읊조리게 된다. 또 그렇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그 추이는 끔찍할 정도다. 줄어들었고, 사라지고, 또 사라졌고, 앞으로도 사라진다. 그것도 급속도로, 막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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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들었다는 것은 확실해보이지만, 기간과 숫자가 혼재(混在)되면서 다소 헷갈리는 측면이 있다. 먼저 어수선하게 나열된 숫자부터 정리를 해보자. 우선, <머니위크>는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서 2013년 1월~11월 금융 · 보험업 종사자가 평균적으로 84만 명이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12년 같은 기간에 비해 2.8% 감소한 수치였고, 대략적으로 2만 3천~4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셈이다.


한편, <연합뉴스>는 금융투자업계와 통계청을 인용했는데, 2014년 8월에 2014년 7월 금융 · 보험업 종사자 수(84만 5천 명)와 2013년 7월 종사자 수(89만4천명)를 비교했다. 이제야 알겠다. <머니위크>는 1년 단위로 평균을 낸 수치를 비교한 것이고, <연합뉴스>는 특정 달[月]의 금융 · 보험업 종사자를 비교했던 것이다. 당연히 보다 균형적으로 인용할 수 있는 수치는 1년 단위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 전자일 것이다.


연합뉴스


'2년새 8,400개가 사라졌다'는 <연합뉴스>의 기사(3번째)는 '금융업 임직원 수'를 기준으로 한 것인데, '금융업 임직원 수'의 수는 2014년 말 29만 1,273명에 비해 4천396명(1.5%)이 감소했다고 한다. 2년을 기준으로 보면 감소 규모는 8,444명에 달한다고 한다. 정말이지 많은 사람들이 (금융권에서만) 일자리를 잃었다. 이들이 다 어디로 갔겠는가?


제목은 '금융권 일자리'로 같지만, 수치 상 차이가 나는 까닭은 범위 선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좀더 포괄적인 개념인 '금융 · 보험업 종사자(취업자)'에는 은행, 투자회사, 여신사 등 금융업종과 보험, 재보험 등 보험업종, 각종 연기금이 포함된 연금관련 업종, 증권중개, 선물중개, 자문사, 손해사정 등 금융관련 서비스업종에 취업한 이들이 모두 포함된다.



이에 비해 '금융업 임직원 수'는 위의 표처럼 은행, 여신전문, 생명보험, 손해보험, 증권만 해당한다. 이제 숫자에 대한 궁금증은 풀렸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제 다시 본래 이야기로 돌아가자. 이렇게 금융권 일자리가 줄었다는 수치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 정부에서는 '제스처'를 취하기 시작한다. 혹은 미리 설레발을 치기도 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월 15일 금융당국 수장 및 5대 금융협회장들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최 부총리는 "금융권에서 일자리 특히 청년 일자리를 창출을 못하고 있으니까 청년 일자리 창출에 힘을 합쳐보자고 했다"고 밝혔다. 하나마나한 소리다. 물론 금융권도 반응을 보여야 하기 때문에 간헐적으로 백(百) 단위의 채용 계획을 발표하기도 한다. 하지만 매년 '짤려'나가는 수 천 명은 어떻게 할 것인가?



금융권에서는 '경기불황과 금융시장 침체'라는 확실한 변명거리를 제시한다. 그러면서 점포를 축소하고 구조조정에 몰두한다. 또, 상근직 노동자를 줄이고 시간제 근무자나 용역직을 쓴다. 일자리 자체도 줄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간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정부에서는 금융권에 '고개를 조아리고' 일자리 창출을 요구(라기보다는 애걸복걸)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효과는 미비하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무작정 인력조정 위주로 비용을 줄여나가는 것이 금융권에 도움이 될까? 물론 단기적으로 봤을 때는 그렇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경쟁력 약화로 나아갈 수 있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점포를 무리하게 줄이면 고객 이탈과 금융사고 증가로 수익성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고, 강경훈 동국대 교수는 "손쉬운 비용감축보다는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단기실적주의가 판치고 있는 금융권에서 일자리 축소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금융권의 짜고 치는 식의 '제스처'도 마찬가지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덕적 해이가 만연했던 월가는 미국 국민들의 세금 세례 덕분에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도 별반 다를 게 없다. 경제 위기 속에서 금융권이 싸놓은 똥을 치우는 건 언제나 국민들의 몫이었다.


그럼에도 금융권은 국민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그들은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 더 본질적인 질문을 해보자. 과연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기본적으로 자본은 일자리를 줄여가게 되어 있다. 이는 곧 '민영화'까지 연결된다. 권력(일이 되게 하는 능력)과 정치(지금 무엇을 해야할지 결정하는 능력)의 분리가 국가의 위기를 낳았다는 지그문트 바우만의 지적처럼,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정부의 역할은 '구걸'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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