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자극적인 조미료로 점철된 음식만 먹다가 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린 신선하고 청정한 음식을 섭취한 느낌이라고 할까. 오랜만에 시청했던 JTBC <김제동의 톡투유2 - 행복한가요 그대>(이하 <톡투유2>)가 주는 감동을 표현하자면 그리 설명할 수밖에 없다. 거기엔 웃음도 있고, 눈물도 있고, 위로와 소통이 있다. 그런데 그 모든 것들 앞에 별다른 수식어가 필요없다. 오로지 그 자체만으로 충분하다. 


실제로 (이름은 굳이 말하지 않겠지만) 시청자들의 고민을 과장 · 왜곡해서 되팔아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하는 프로그램과 연예인을 초대해서 신변잡기 · 스캔들 · 말장난으로 일관해 억지 웃음을 유발하는 프로그램들이 수두룩하다.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피폐해지는 일이지만, 우리는 그와 같은 갉아먹기를 지금도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가고 있다. 


<톡투유2>는 그런 흐름에 '저항'하고 있는 사실상 유일한 프로그램이다. 특별한 연출이 개입되지도 않고, 사연을 과장해 들려줄 작가의 불필요한 섬세함이 요구되지도 않는다. 그저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서로의 상황과 사연에 공감하고, 진심을 담은 위로를 건넬 뿐이다. 이 간단한 작업만으로도 한 편의 방송이 완성된다. 돌이켜 생각하면 참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 중심에는 김제동이라는 걸출한 MC가 있다. 그는 '토크 콘서트'라는 콘셉트를 가장 완벽히 이해하는 최고의 MC다. 김제동은 오랜 기간 단련된 순발력을 통해 청중들과 즉각적으로 교감한다. 수백 명의 청중들을 쥐락펴락하며, 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리고 그 어떤 이야기에도 어김없이 가장 적절한 반응으로 대응한다. 


<톡투유2>가 '당신의 이야기가 행복입니다'라는 명확한 주제의식을 공유하고, 청중과의 소통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는 힘은 오로지 김제동에게서 나온다. 그만큼 <톡투유2> 내에서 김제동의 역할과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단순히 말을 잘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의 저력은 경청, 즉 이청득심(以聽得心)에 있다. <톡투유2>에 있어서 만큼은 김제동 이외의 다른 MC를 상상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든든한 김제동이 있기 때문일까. <톡투유2>만의 맑고 깨끗한 에너지가 전달되기 때문일까. 지난 10일 방송에서 게스트로 출연한 류수영은 긴장한 기색도 없이 청중과의 토크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투 머치 토커'의 면모를 과시했는데, 패널로 참여한 정재찬 교수는 "오늘 녹화가 힘들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고, 김제동은 "멋있긴 한데 지치는 스타일인 것 같다"며 웃음을 이끌어냈다. 



"세상을 망치는 건 부끄러움을 너무 안 타는 어른들이라고 생각해요. 부끄러움을 타는 건 부끄러워할 수는 있지만, 창피해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류수영은 사람들과 말하는 게 부끄럽고 어렵다며 울먹이며 고민을 털어놓는 청중에게 '부끄러운 걸 부끄러워하는 건 괜찮다'고 위로하면서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건 부끄러운 사람들이 만드는 배려라고 생각해요"라 덧붙였다. 물론 앞서 청중들을 활짝 웃게 만들었던 강릉 소녀들도 활약도 빼놓을 수 없었다. 청중과 게스트, 청중과 청중들 간의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는 장면이야말로 <톡투유2>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유리를 대신해 일일MC로 참여한 청하와 제이 래빗(J Rabbit)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부끄러움이 많다는 청중을 위로했고, 이어서 패널 정재찬 교수도 동참했다. 그는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저 되게 부끄러움이 많아요"라고 웃음을 자아내더니 자신도 방송 출연을 머뭇거리고 망설였는데, 그 즈음에 자신의 스승이 보낸 편지에 용기를 얻어 방송에 나오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어떤 일을 하든지 잘하고 못하고의 뒷말은 늘 있는 법입니다. 한 일이 없으면 칭찬이건 비난이건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무성한 뒷말이야말로 그 사람이 살았던 증거일 것이다. 우리 한 세상 왔다 가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다만 우아함만을 지니고 살다 갈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한 사람의 사연을 수많은 사람들이 경청하고 공감한다. 자연스레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교감과 소통 속에 따뜻한 위로와 진심 담긴 응원이 전달된다. 사연을 이야기한 청중은 얼마나 큰 위로를 얻어갔을까. 그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는 또 얼마나 큰 위안을 얻었던가. 문득 <톡투유2>는 우리에게 숨구멍과 같은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치고 피곤한 현대인들이 잠시나마 자신의 마음을 내려놓고 쉬어갈 수 있는 공간처럼 말이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