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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선배에게 일갈한 한세상, 당신은 성동일 같은 선배입니까?

너의길을가라 2018. 7. 1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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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뭐하자는 거야! 박 판사, 당신, 지금 판사 된 지 몇 달 됐어. 이런 거 쓸 정도로 머리가 굵어졌다고 생각해?"


JTBC <미스 함무라비>의 박차오름(고아라)은 결국 사직서를 내밀었다. NJ그룹의 사위인 주 교수에게 준강간을 적용해 징역 5년을 선고했지만, 주 교수가 재판장에서 쓰려지고 구치소에서 목을 매자(자살 미수) 혼란스러워졌다. 게다가 항소심에서 피해자가 진술을 번복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자신이 잘못된 판단을 내려 억울한 피해자가 나왔다는 사실에 견딜 수 없는 죄책감을 느끼게 됐다. 책임을 져야할 것 같았다. 



"책임? 어디서 건방진 소리야. 지금까지 재판 당신 혼자 했어? 재판장인 나하고 임판사는 뭐야, 허수아비야? 아직 재판 안 끝났어. 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우고, 다음 주에 선고 있을 판결 초고나 빨리 가져와. 엉뚱한 데 신경쓰느라고 자기 일 소홀했다가는 내가 먼저 그만두게 만들거야. 나가서 일해."


민사 44부의 부장 판사 한세상(성동일)은 그런 후배의 모습을 그냥 지켜보지 않았다. 한세상은 특유의 버럭으로 얼이 빠져 있는 박차오름을 다그친다. 사표를 갈기갈기 찢어 버리고, 그를 돌려 보낸다. 그러나 법원 안팎의 분위기는 더욱 차가워졌고, 박차오름을 향한 세상의 질타는 더욱 거세졌다. '남성 혐오'라는 낙인이 찍힌 박차오름은 '미스 함무라비'에서 다시 '튀는 여자 판사'가 됐다. 사람들은 박차오름을 잔다르크로 만들려고 했다. 


한세상은 이미 직감하고 있었다. 과녁이 되고 싶지 않은 법원은 내부에서 희생자를 찾아내기 급급했고, 그 손쉬운 색출 작업은 미운털이 박혔던 박차오름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시민들은 법원 앞에 진을 치고 '남자잡는 판사 물러가라', '살인 판사 물러가라'고 연일 소리쳤다. 한세상은 스스로 막말 판사가 됨으로써 후배의 짐을 나눠지고자 한다. 법정 내에서 그의 과한 폭언은 계산된 행동이었던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달라져야 할 때인 거 같다. 박 판사가 그런 선의를 베풀었는데 외롭게 두면 쓰겠냐. 쏟아지는 비를 멈출 수 없으면 함께 맞아야지"


하지만 결국 징계위원회가 열렸고, 박차오름에게 출석 통보가 내려졌다. 예상했던 대로 흘러갔다. 그러나 선의는 그 행위자를 배신하지 않는 법이었다. 먼저 동료들이 움직였다. 임바른(김명수)과 정보왕(류덕환)은 '나부터 징계하라!'는 내용의 서명을 돌렸다. 1인 시위 할머니와 인터넷 매체의 기자가 된 증인 김다인 등의 연대도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한세상이 나섰다.  


"부끄럽지도 않소? 후배들한테 부끄럽지도 않아? 조직을 위한다는 핑계로 이 젊은 후배들을 희생시켜? 당신은, 당신은 뭘 희생했어? 그렇게 사법부를 위한다면서 그 잘난 선배들은 뭘 희생했냐고! 높은 곳에 우아하게 앉아서 점잖은 척만 하면 다요? 점잖은 척만 하면 그게 다냐고!"


내일이라도 당장 징계위원회를 열지 그랬냐며 시건방을 떠는 성공충(차분배)을 구내 식당에서 만난 한세상은 그의 멱살을 잡고 "야, 이 자식아! 선배로서 그게 후배들한테 할 짓이야?"라고 분노했다. 또, 자리를 보전한 채 희생양만을 찾아다니는 수석부장(안내상)을 향해 부끄럽지도 않냐고 소리친다. 정말이지 속이 시원해지는 일갈이었고, 선배의 의미와 가치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미스 함무라비>의 초반만 해도 한세상은 '꼰대'의 이미지가 강했다. 박차오름의 출근 복장을 제재했고, 직장이나 술자리에서 성차별적 언어를 남발했다. 그가 여러 면에서 좋은 사람일지도 모르겠지만, 한계가 뚜렷해 보이는 아저씨였다. 하지만 젊은 후배들과 함께 부딪치며 일을 하면서 한세상은 조금씩 변해갔다. 초임 시절의 자신을 떠올리며 각성하기도 했다. 


한세상은 선배의 자격을 갖춘 사람이었다. 후배들을 위해 바른 말을 할 줄 알았고, 스스로 총대를 메고 앞장설 줄도 알았다. 부당한 일에 저항했고, 동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줄 알았다. 어린 후배들이라고 해서 무시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무작정 따르라 강요하지도 않았다. 또, 부끄러운 선배들에게 따끔하게 일침을 날리는 모습은 정말이지 통쾌했다. 


문득 생각해보게 됐다. 우리에겐 그런 선배가 있는가. 아니, 질문을 달리하게 됐다. 나는 후배들에게 한세상 같은 선배인가. 답은 더욱 궁색해졌다. 어쩌면 우리는 성공충 같은 선배이거나 수석 부장 같은 선배는 아니었을까. <미스 함무라비>가 던지는 질문이 새삼 무겁게 느껴졌다. 통쾌함 뒤에 남는 씁쓸함을 지우기 위해 우리는 달라져야 한다.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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