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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임덕 직면한 오바마 · 박근혜, 그들의 전혀 다른 중산층 대하기

너의길을가라 2015. 1. 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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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레임덕(lame duck), 이른바 권력 누수 현상.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과 대한민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현재 직면(直面)하고 있는 상황을 언론은 그렇게 부른다. 하지만 눈 앞에 닥친 위기 상황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태도에서 두 사람은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2014년 11 · 4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며 공화당에 상 · 하원을 내준 어려운 정치적 상황 속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감'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지난 20일, 국정연설을 위해 미국 상 · 하원 합동회의장 연단에 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작년 미국의 신규 고용은 1999년 이후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냈으며 실업률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보다 낮아졌다"면서 "위기의 그림자는 지나갔고 '연방의 상태'(state of the union)는 더 강해졌다"고 선언했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실업률 감소라는 구체적인 수치가 바탕이 된 강력한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중산층 살리기'라는 화두를 제시했다. 그는 "소수만 특출 나게 성공하는 경제를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노력하는 모든 사람들의 소득을 높이고 기회를 확대시키는 경제 만들기에 매진할 것인가"이라는 물음을 던졌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상위 1%가 세금 납부를 회피해 재산을 축적하도록 허용하는 불평등의 사슬을 끊자. 부자증세로 걷힌 재원으로 아동보육 및 교육을 지원하는 데 쓸 수 있다"며 부자 증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제시된 것은 자본소득에 대한 최고세율을 28%로 인상하고, 자산 규모가 500억 달러 이상인 금융기관들에 은행세를 걷는 방법 등이었다. 물론 부자 증세에 반발하고 있는 공화당이 상 · 하원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오바마의 구상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그의 선언과도 같았던 국정연설은 미국의 중산층으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한편,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을 비롯해서 '문고리 권력' 등 각종 권력 갈등 문제로 홍역을 앓았던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대답을 내놓았을까? 지난 12일 신년 기자회견을 가졌던 박 대통령은 "앞으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차질없이 추진되면, 3년 후 우리 경제의 모습은 잠재성장률이 4% 수준으로 높아지고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불을 넘어 4만불 시대를 바라보게 될 것이다. 또한 고용률 70% 달성에 청년, 여성 일자리가 많이 늘어날 것이다"는 공허한 말만 늘어놓았다. 


잠재성장률 4% 수준, 1인당 국민소득 4만 불, 고용율 70%. 여전히 숫자에 집착하고 있는 낡은 사고방식도 여실히 드러났다.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국민들이 나아진 경제 상황을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구체적인 방안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일까? 심지어 <동아일보>조차도 "집권 초기에 개인에게 초점을 맞췄던 '국민 행복'은 빠지고 경제성장률 목표만 남았다. 내용이 부실한 공공개혁과 금융개혁으로 어떻게 언제쯤 4% 성장을 한다는 건지도 모르겠"다면서 혹평했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도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내놓긴 했다. '중산층 주거혁신 방안'이 바로 그것인데, 이에 대해 정태인 경제평론가는 "박근혜 정부의 중산층은 정의상으론 가계의 65%를 포괄하고 있지만 실제 정책 내용, 즉 '기업형 민간주택'은 서울의 상위 20%, 그리고 대형 건설사를 위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또,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그리고 각 부처의 정책에도 노동자의 소득과 직접 연관된 정책은 찾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는 '증세없는 복지'를 외치면서 국민들을 현혹했다. 그 결과는 재정건전성 악화로 이어졌다. 국가 살림살이의 건정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지난해 25조 5,000억에서 8조원 가량 는 33조 6,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담뱃세 인상과 주민세 · 자동차세 인상 등 '우회 증세'를 시도했고, 서민들의 주머니를 '터는' 것으로 부족한 세수를 메꾸려 했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면서 사실상 더 많은 세수를 거둬들이면서 '유리지갑'의 봉급자들은 또 한 번 눈물을 흘렸다.


'증세없는 복지'가 단순히 정치적 구호에 불과한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국민들은 박 대통령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알멩이 없는 신년 기자회견은 또 한번의 실망을 불러왔고, 연말정산 파동은 결정타였다. 지난 23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갤럽이 발표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로 나타났다. 지난주 35%에서 5%나 하락한 수치다. 반면,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60%를 기록했다.



MB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대기업 프렌들리' 기조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그에 부응(?)해서 대기업들은 사내유보금을 588조9천500억(2003년 기준) 이상 쌓아두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서 각종 규제(없애서는 안 될 규제까지 포함해서)를 철폐하고, 이를 기회로 재벌과 대기업이 배를 불리는 사이에 중산층은 회복 불능의 상태까지 몰락하고 말았다. 서민 경제를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져 빚더미만 남아 있는 상태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의 말처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과 싸우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은 새누리당 집권 7년째 이런 흐름과 반대로 가고 있"는 양상이다.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자 사회 안정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중산층을 살리겠다고 선언한 오바마 대통령과 여전히 재벌 · 대기업 위주의 경제 정책에 올인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참으로 대조적(對照的)이다.


아직도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외면하는 것일까? 유통기한이 지난,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낙수 효과'에 목을 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가계소득을 늘리는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 '가계 소득 증가 → 소비 진작 → 경기 활성화 → 일자리 증가 → 가계 소득 증가'의 선순환 경제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7년 동안 이어져 온 부자 감세를 철회하고 과감히 재벌 · 부자 · 대기업 증세를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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