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매달 똑같은 저작권료? 개리의 지적과 음저협의 아쉬운 대처

너의길을가라 2015. 1. 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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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저작권 수입이 가장 많은 작곡가는 박진영이었다. 구체적인 액수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연간 저작권 수입이 10억 원은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참고로 박진영의 2011년 음악 저작권료(과세 전) 수입은 13억 7,300만 원이었고, 2012년에는 12억 원이었다. 이렇듯 뉴스를 통해 알려지는 유명 뮤지션들의 어마어마한 저작권료 수입은 대중들의 입을 쩍 벌어지게 만든다. 부러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가요계의 대다수 저작권자(著作權者)들이 처한 현실은 타인의 부러움을 받을 만큼 윤택하지 않다. 저작권 수익 상위 10%의 경우에는 연평균 7,000만 원의 수익을 거뒀지만, 하위 10%의 경우에는 연평균 수익이 고작 217원에 불과하다는 분석 내용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실제로 음악 저작자 10명 중 9명이 월 평균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저작권 수익을 내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생계형'이라는 수식어가 붙지도 못할 정도로 생활고를 겪고 있다. 2012년 2월에 있었던 청년유니온의 조사에 따르면, 인디 뮤지션들의 고정 수입은 평균 69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의 1인 가구 최저생계비 55만 3,354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2015년의 1인 가구 최저생계비는 61만7천281원) 음악을 해서 돈을 벌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하기 위해 알바를 뛰어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지난 23일 리쌍의 개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음악 하시는 분들 저작권료 어떻게 들어왔나요? 작년부터 저작권료가 거의 똑같은 금액으로만 입금되고 있네요. 뮤지션 분들 일단 힘내십시오"라는 글을 게재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저작권료 정산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리쌍의 소속사는 "작품을 한 달이랑, 안한 달의 정산료가 똑같은데 왜 그런지 이해할 수 없고 제대로 된 설명도 못듣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당연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개리의 글은 랩퍼 매드클라운이 이어받았다. 그는 "저작권협회는 지난달 저작권료 누락분에 대해서 왜 별다른 공지가 없는 걸까요. 저 포함 저작권료로 생활 이어가시는 음악인들도 많을 텐데. 이번 달은 제대로 정산이 이루어진 것인지. 뭐가 어떻게 되는건지. 참"이라며 저작권협회가 저작권료 누락분에 대해 별다른 공지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동료 가수와 팬들의 리트윗을 통해 위의 내용은 확산됐고, 저작권협회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개리가 지적했던 저작권료 정산 문제를 인정했다. 저작권협회는 "아직 분배되지 않은 정산금이 있다"면서 "지난 2013년 12월 저작권료 정산과 관련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침이 바뀌면서 창작자들에게 일부 정산되지 않은 금액들이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협회가 추산하고 있는 미정산금은 무려 30여억 원에 이르는 수준이라고 한다. 창작자에게 지급되었어야 마땅한 돈이 정산되지 않은 채 저작권협회에 남아 있었다면, 이러한 사실을 당사자들에게 공지해야 할 임무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침이 바뀌는 행정상의 문제 때문인 것이 분명하다면, 이를 알리지 않을 이유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z_shour&logNo=100199771457 -


"2013년 말에 지침이 바뀌어 협의 중이라 정산되지 않은 저작권료는 나중에 지급될 테니 걱정 말라는 말을 하고 있다 아침에 내가 전화해서 따졌을 때는 월마다 편차가 다르다고만 했는데. 주는 대로 받고 일단 기다려봐, 이런 식이여?" 개리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도 잘 나타나는 것처럼 저작권협회의 초기 대응은 '월마다 편차가 다르다'는 쪽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담당자의 착오 때문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사건이 증폭되자 저작권협회는 "현재 정산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문광부와도 협의 중이다. 정산, 분배 방식이 제대로 정리되는 대로 향후 미정산금을 소급 적용해 분배할 것"이라 밝혔다. 또, "향후 정산을 못 받을 가능성은 1%도 없다. 창작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만간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나섰다.



당연히 이런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왜 사전에 미리 공지를 하지 못(안)했던 것일까? 미정산금이 있다고 하더라도 창작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만 했다면 불필요한 잡음도 없었을 것이고, 창작자와 협회 간의 신뢰에도 아무런 흠집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 최저생계비도 벌지 못한 채 생활고를 겪어야 하는 대한민국 가요계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음저협이 이런 내용의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한심한 노릇이다.


이쯤에서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저작권법에 의거 저작권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음악저작물 사용자의 이용편의를 도모함으로써 음악문화의 향상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목적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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