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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가 불필요하게 어린이집을 이용한다? 보건부의 초저출산 심화 정책?

너의길을가라 2015. 1.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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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출산율 1.19명(2013년 기준). 초저출산현상의 원인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삼식 선임연구위원 등은 지난 24일 '초저출산현상 지속의 원인과 정책과제'란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대부분의 연구 결과들이 그렇듯 눈이 번쩍 뜨이는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본래 연구라는 것은 '그럴 것 같아'라는 추측을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입증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것봐, 그렇다니까?'라는 반응 정도를 얻을 수밖에 없다.



연구를 통해 도출해낸 대한민국 초저출산현상 지속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25~29세 여성의 출산율 급락이었다고 한다. 유배유율(배우자가 있는 여성의 비율)은 가임기 여성의 모든 연령층에서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추세에 있는데, 특히 25~29세 유배우율은 2013년 현재 25%에 불과할 정도로 1992년에 비해 1/3 수준이라고 한다. 30~34세 유배우율도 63.8%로 빠른 속도로 하락 중이다.


그렇다면 연구팀이 내놓은 결론은 무엇일까? 당연히 "초저출산을 벗어나려면 25~29세와 30~34세 연령층의 유배우율을 높이거나 적어도 감소하지 못하도록 막아 유배우출산율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는 뻔한 말을 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해결 방법으로 "건강한 임신보장, 출산비용 지원 등과 더불어 무엇보다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방식으로 아동수당을 도입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소 경직된 결론이라는 생각이 든다. 연구 결과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핵심은 '유배우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혼을 한 남녀가 아이를 낳지 않는 수준을 넘어서 남녀가 아예 결혼을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출산율'을 걱정하기에 앞서 '결혼율'을 걱정해야 하는 시점에까지 이른 것이다. 그렇다면 보다 본질적인 물음에 접근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20~30대는 왜 결혼을 안(못) 하고 있는가?


저출산의 해법? 싱글세, 신혼부부 임대주택 아닌 안정된 일자리 라는 글에서도 썼던 것처럼 저출산의 근본적인 해법은 그 무엇도 아닌 안정된 일자리에 있다. 출산비용을 지원하는 등 일시적인 정책으로는 결코 출산율을 높일 수 없다. 물론 소득수준에 따라 아동수당을 차등 지급하는 식으로는 턱도 없는 소리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일자리시장이 경색되면서 사회로 진입하는 시기가 늦어지고, 결혼이나 주택 구입도 점점 지연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육아정책연구소의 '육아정책연구'에 실린 '지역경제적 특성 및 생애주기적 특성이 어머니의 후속출산의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에는 어머니의 취업률이 높을수록 둘째 아이 출산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할 확률이 높았다는 조사 결과가 실려 있다. 다시 말해서 출산과 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들이 빠르게 사회생활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이 풍부할수록 둘째 자녀를 가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 또는 여성들의 재취업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당연히 여러가지 형태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그 내용을 채우는 것이 바로 출산비율 지원, 아동수당 등과 같은 복지 정책일 것이다. 이러한 지원은 가능하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고, 차별 없이 모든 가정에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정이 이러한데, 보건복지부는

'전업주부의 어린이집 보육 수요를 줄이겠다'는 내용의 정책 발표를 해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1일,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전업주부가 불필요하게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수요를 줄이겠다"면서 어린이집 아동학대 대책의 일환으로 전업주부 등의 전일제 어린이집 이용을 제한하는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연스럽게 전업주부들은 반발하면서 항의를 쏟아냈다. 문 장관의 발언은 마치 가사와 양육의 가치를 폄훼하고 취업 유무에 따라 보육 지원 혜택을 달리 주겠다는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장관이라면 발언 하나하나에도 신중해야 하는데, '불필요하게 맡긴다'는 말을 해 가사와 양육을 폄훼하는 느낌을 받아 불쾌했다"는 의견에서부터 "정부의 발언으로 전업맘과 취업맘 사이에 불필요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정부가 취업맘과 전업맘의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의견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온오프를 뜨겁게 달궜다.



결국 보건복지부는 "가사와 양육의 가치를 폄훼하거나 맞벌이 위주 정책을 펴겠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해명에 나섰지만, 엎지러진 물은 다시 옮겨 담을 수 없는 법이 아니던가? 저출산, 이를 넘어 저결혼의 본질은 정부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또, 희망을 찾기 어려운 이 지옥 같은 세상 속에 내 핏줄을 '노예'로 살아가도록 만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깔려 있다. 이런 상황 속에 정부는 끊임없이 신뢰를 갉아먹는 짓을 일삼고 있다. 사람들을 불안과 공포 속으로 몰아 넣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있긴 한 걸까? 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긴 한 걸까? 그렇다면 지금처럼 주먹구구식의 허술한 정책과 방침으로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일부터 그만둬야 한다. 만약 어린이집 아동학대를 해결하고 싶다면, 초저출산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매우 높은 '전업주부 어린이집 제한'과 같은 정책보다는 <오마이뉴스>의  '반찬값'까지 공개하는 어린이집 부모들 "신뢰주니 CCTV 필요없어"라는 기사를 참고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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