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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홍철에 대한 쉴드가 위험하고 잘못된 까닭은?

너의길을가라 2014. 11. 9.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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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홍철의 음주운전에 이은 <무한도전> 하차로 인한 후폭풍이 거세다. 다음(DAUM) 아고라에서는 노홍철 하차 반대 서명운동이 진행 중이다. '무도가 하는말이 정치적 이슈 되다 보니까 정부에서 무도 규제하는 것'이라는 허황된 음모론을 바탕으로 한 청원에 이 시각 현재 46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지난 8일 방송에서는 노홍철의 방송 분량이 대부분 편집됐고, 일부 장면에서는 얼굴 없이 목소리만 등장했다. 다음 주 예고편에서는 노홍철을 제외한 5명 멤버의 모습만 방송됐다. 그동안 '무한도전 위기론'이 안팎에서 대두됐던 만큼 노홍철 하차에 대한 무도 팬들의 심리적 압박감은 생각보다 큰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여러가지 '음모론'을 비롯해서 노홍철을 비호하려는 움직임까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분명 안타까운 측면이 있지만, 사건의 정황을 따져보면 노홍철의 행위는 명백한 음주운전이다. '그 정도 가지고 하차까지 하는 것은 지나친 것 아니냐?' 혹은 '채혈 결과 훈방 조치가 나오면 다시 복귀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온정적 주장까지는 이해의 범위라고 하더라도 '재주차 때문에 20~30m를 운전한 것이 무슨 음주운전이냐?'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는 매우 심각한 수준의 도덕적 해이에 해당한다.



노홍철의 음주운전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까닭은 '(불법주차를 피하기 위해) 재주차'를 위해 '20~30m를 운전'한 것이라는 언론의 보도 때문이다. 사건이 처음 알려지기 시작하던 당시에 한 매체는 상황을 노홍철이 인근에서 지인들과 와인을 마시던 중 '불법주차된 차량을 옮겨달라'는 요청을 받고 차량을 이동하기 위해 20~30m 정도 운전하다가 적발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내용은 (아직까지는) 확인되지 않은 '노홍철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음주단속 과정에서 운전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변명을 꼽으라면 '조금밖에 안 마셨다'와 '주차 때문에 잠깐 움직인 것이다'는 것 아닐까? 하지만 단속을 해야 하는 경찰로서는 이를 피하려고 하는 음주운전자의 주장을 모두 수용할 수 없을 뿐더러 이를 감안해서 '당신은 재주차를 위해 20~30m밖에 운전하지 않았으므로 그냥 보내드리겠습니다'라고 할 수도 없다. 결국 법대로 단속을 하는 것이 순리이다.



다만, '재주차'와 '20~30m 운전'에 대해 다소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강남경찰서 측은 "노홍철이 음주 단속에 적발된 것은 자정쯤이다. 당시 경찰이 서울 학동로 서울 세관 사거리 인근에서 음주 단속을 하고 있었다. 한 차량이 음주 단속 현장 근처에 있는 골목으로 갑자기 빠져나갔다. 마침 그 골목에도 경찰이 있어서 결국 차를 세우고 단속을 하게 됐는데 그 차량의 운전자가 바로 노홍철이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쯤에서 음주단속의 방식에 대해 설명을 하도록 하자. 장소가 6~8차선의 대로이든 2~4차로의 다소 좁은 길이든 간에 매커니즘은 동일하다. 우선 도로를 막고 음주단속을 하는 팀이 있다. "안녕하십니까? OO경찰서 교통계 OOO 입니다."라는 관등성명과 함께 "음주단속에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라며 음주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측정기를 운전자에게 들이민다. 아마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이런 상황을 맞닥뜨린 적이 있을 것이다.


음주단속의 문제는 차가 정체되거나 경찰차의 경광등을 보고 음주단속 중이라는 사실을 '음주운전자'들이 눈치 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음주단속을 피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이다. 중앙선을 넘어 유턴해 도주하거나(이 경우 경찰차가 추격을 시작함) 갓길에 차를 세우고 도주하는 것과 중간의 골목길로 이동하는 것이다.



경찰이 바보가 아닌 이상 이를 모를 리가 없고, 그러한 골목길에도 당연히 경찰관은 배치되어 있다. "한 차량이 음주 단속 현장 근처에 있는 골목으로 갑자기 빠져나갔다"는 강남경찰서 측의 말을 들어보면 노홍철은 음주단속을 하고 있는 경찰관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의심스러운 행동을 한 셈이다. 그리고 노홍철은 그 골목길에도 배치되어 있던 경찰관에게 단속이 된 것이다.


강남경찰서의 말은 노홍철의 '재주차' 주장이 다소 신빙성이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물론 노홍철의 말이 사실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할 뿐더러 논점과도 벗어난 일이다. 음주운전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운전자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핸들을 잡고 조금이라도 차를 움직였다면 이는 당연히 음주운전이다. 설령 30m라고 하더라도 명백한 음주운전인 셈이다. 게다가 30m는 음주단속에 걸린 지점까지의 거리일 뿐 만약 단속되지 않았다면 얼마나 더 운전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또 하나의 논란거리는 바로 '음모론'이다. <디스패치>가 기사를 뽑아내기 위해 일부러 노홍철에게 전화를 해 차를 빼달라고 했다는 설에서부터 심지어 '정부 개입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무도 죽이기에 정부가 나섰다는 주장은 너무도 허황된 것이기에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 같고, <디스패치>의 경우에는 그 '신속함'이 의심을 받는 이유가 됐다.


한 매체는 노홍철과 장윤주의 열애설을 취재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던 <디스패치>가 '사건에 개입'했거나 우연찮게 이 사건을 보도했을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디스패치>는 음주단속 현장이 아니라 노홍철이 채혈을 하고 나온 상황을 카메라에 담은 것이었다. 이는 "'디스패치'는 서울성모병원 응급실에서 채혈을 하고 나온 노홍철을 확인했다. 노홍철은 다소 긴장한 표정이었다. 경찰에게 운전 면허증을 건네는 등 약식 조사에 응했다"라는 <디스패치>의 첫 보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 MBC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이 언론을 통해 마구 살포되고, 여러가지 주장들이 뒤섞이면서 노홍철의 음주운전 사건은 마치 진흙탕처럼 혼탁해졌다. 분명한 것은 노홍철이 음주운전을 했다는 사실이다. 채혈 결과에 따라 훈방 혹은 정지/취소 여부가 가려지겠지만, 노홍철이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운전을 했다는 팩트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 운전 사유(재주차), 운전 거리(20~30m)는 고려사항이 아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재주차를 위해 음주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는 것을 모두 허용해야 할까? 30m까지는 음주운전이 가능하다고 규정을 바꿔야 할까? 단속은 31m부터 해야하는 것일까? 결국 이는 자의적인 해석일 뿐이다. 음주운전은 일종의 습관처럼 행해지고,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경계해야 하는 범죄행위다.


2014년 들어 발생한 각종 안전사고는 '이쯤이야'에서 비롯된 안전불감증에 의한 것이었다. 음주운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많은 사고들도 바로 그런 안전불감증에 기인한 것이다. 또, 내가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더 무거운 잣대를 들이대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잘못은 눈감아주고자 하는 태도들은 '어긋난 팬심'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팬들이 보여준 이러한 모습들이 과연 자숙의 시간을 갖고 복귀할 노홍철에게 도움이 될지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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