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풍문으로 들었소>가 꼬집은 총리잔혹사, 황교안은 다를까?

너의길을가라 2015. 6. 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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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회 백상예상대상에서 드라마 부분 TV 작품상을 수상한 주인공은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였다. 여전히 <미생>의 감동에 젖어 있는 많은 사람들이 '분개'했지만, '제왕적 권력을 누리며 부와 혈통의 세습을 꿈꾸는 대한민국 초일류 상류층의 속물의식을 통렬한 풍자로 꼬집는 블랙코미디'라는 정체성을 마지막 회까지 잃지 않았던 <풍문으로 들었소>는 작품상을 수상할 충분한 자격을 지녔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한국 최대 법무법인 '한송'의 대표 한정호를 정면에 내세워 국가를 쥐락펴락하는 '그림자 실세'와 그들만의 세계를 사실감 있게 묘사했다. 이 드라마는 갑과 을이라는 키워드로 읽을 수 있는데,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갑(甲)과 을(乙)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을 간에 만들어지는 또 다른 갑을관계(양비서와 고용인들)를 조명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점은 서봄(고아성)과 한인상(이준)이라고 하는 '새로운 세대'의 출현(出現)이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하는 한정호에 대항하는 이들의 행보는 때로는 위태롭고 아슬아슬했지만, 끝내 한정호가 제시하는 온갖 유혹과 위협에 '포섭'당하지 않고 자신들의 길을 걸어가는 당찬 모습을 보여줬다. 또, 이들을 적극 돕는 고용인들을 통해 을이 행복해질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연대'라는 것을 일깨워주기도 했다.



사회 비리, 갑을 관계, 세대 간의 갈등, 노사 문제 등 <풍문으로 들었소>는 다양한 풍자를 통해 대한민국의 어두운 단면들을 드러낸다. 이처럼 안판석 감독과 정성주 작가에게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드라마 속에 대한민국의 온갖 세태를 적나라하게 풍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총리 인선과 청문회에 대해 노골적으로 꼬집은 부분은 압권이었다. 


"한때는 후보자 위장전입만으로 온 나라가 공분에 들끓었지. 헌데 이젠 그쯤은 당연한지 알아. 부동산 문제, 군대 문제도 그냥 넘어가 줘요. 다 이 나라 1%들이 하는 짓이라 분노하기 보다는 선망하지. 들어봤나? '계몽하라, 더 깊은 잠에 빠지게 하라.' 한때 얄팍한 교양과 지식에 빠졌던 애들이 다 자고 있어요." (한정호)



법무법인 한송(정확히는 한정호겠지만)은 국무총리를 인선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후보자의 '비리종합선물세트'를 케어하는 역할까지 맡는다. 청문회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예상 질문지를 뽑아 준비를 시키고, 세게 치고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 강성인 야당 의원을 회유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끝내 원하는 바를 성취하고 만다.


한정호에 맞섰던 유신영은 "어쩌면 다 그렇게 솜방망이야. 쇼해?"라며 쓴웃음을 터뜨렸고, 윤제훈은 "단란주점 출입하고 그런 걸로 선수쳐서 입 막았"다며 허탈해했다. 그리고 이어진 "그런 거 들키는 게 겁나서 수백 배 거대 비리를 못 건드린다"는 유신영의 한 마디는 대한민국 정치가 왜 이토록 썩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박근혜 정부의 '국무총리 잔혹사'..3명 낙마·2명 사퇴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의 '국무총리 수난사(혹은 잔혹사)'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곧 8일부터 10일까지 열린다. 법무부 장관을 지냈던 황 후보자였던 만큼 청문회 통과를 자신했던 모양이지만, 상황은 그다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이런 걸 보면 <풍문으로 들었소>의 세상보다는 현실이 좀더 나은 걸까?


현재 황 후보자는 전관예우 논란에서부터 변호사법을 위반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여기에 청문회에 쓰일 핵심자료들에 대해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야당 측으로부터 "뻔뻔하게 청문회에 임한다는 평가가 많았던 이완구 전 총리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는 불만이 쏟아져나올 만큼 청문회에 임하는 태도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풍문으로 들었소>가 보여준 대한민국과 현실의 대한민국은 얼마나 다른 걸까? 비리투성이의 (총리 · 장관) 후보자들을 언제까지 용납해야 하는 것일까? 이제 '적당한' 비리 정도는 결격사유도 되지 않는 시대가 된 건 아닐까? 무수히 많은 질문들이 머릿 속을 떠돌아다닌다. 황교안 후보자는 얼마나 투명하게 검증을 받게 될까? 야당은 얼마나 철저히 청문회에 임할 것인가? 우리가 보고 있는 현실은 사실 100% 기획된 '쇼'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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