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현재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는 108명, 사망자는 9명이다. 전날보다 확진자는 13명, 사망자는 2명 늘었다. 격리자의 수는 3천 명을 훌쩍 넘어서 3,439명이 달한다. 전날에 비해 547명이나 늘어난 숫자다. "삼성서울병원 관련 확진자가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이번 주를 계기로 환자가 정체되거나 감소할 것"이라는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의 예측대로 메르스 확산은 그 불길이 잡히게 될까?
지난 두 번의 글을 통해 정부의 무능을 꼬집없고, 아쉬운 대응에 대해 쓴소리도 제법 했다. '메르스'에 대한 자만과 방심, 시스템의 결여, 국민들을 지켜내겠다는 의지와 각오의 부족 등은 여전히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초기 대응 실패는 말할 것도 없고, 이후 '비밀주의'를 유지하면서 도대체 '무엇'을 지키고자 했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이 부분은 차후에 국정조사를 통해 밝혀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다.신종 바이러스는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고, 우리는 매번 '방역(防疫)'이라는 전쟁을 치러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잘못을 따지는 건, 문제를 해결한 다음 문제다. 이번 글에서는 '이번 주를 계기로 환자가 정체되거나 감소할 것'이라는 정부의 입장이 설득력이 있는 것인지 검증해보기로 하자.
"메르스는 의료기관을 통해서만 전파되고 있어 병원 내 감염과 병원에서 병원으로 전파를 막는 것이 메르스 확산 방지에 가장 중요한 열쇠"
최경환 총리대행의 말이다. 정부가 메르스 확산에 대해 낙관론을 폈던 이유다. 현재까지의 정보들을 종합하면, '의료기관을 통해서만 전파'되고 있는 설명은 사실로 보인다. 따라서 1차 진원지인 평택성모병원에서 시작된 유행이 안정화 상태에 접어든 것은 매우 긍정적인 신호이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2차 진원지로 알려진 삼성서울병원의 상황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가 10일 밝힌 추가 확진자 13명 중 10명은 삼성서울병원에서 나왔다. 사망자 2명도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수퍼 전파자' 14번 환자에게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병원별 감염자 수도 삼성서울병원이 47명으로 가장 많다. 정작 심각한 문제는 이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에서 제기한 의문점을 확인해보자.
"삼성서울병원 사태가 이걸로 진정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조금 정보가 필요한데요. 저는 위험한 상태라고 봐요. (…) 그 장소가 보면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도 용인 · 시흥 · 부천, 부산, 전 북 김제 여기까지 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옮겨간 거예요. 왜냐하면 삼성서울병원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유명한 전국구 병원이에요. 민간 병원 중에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병원이라서 여기 환자들은 반 이상이 지방 환자들이에요. 그럼 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있었던 환자들이 용인, 김제, 시흥, 부산, 부천에 가서 확진이 됐을까? 좀 궁금하지 않으세요?"
격리 조치를 취했는데,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있었던 환자들이 각 지방으로 퍼져나간 것일까? 이유는 두 가지 중 하나다. 첫 번째는 시설 격리가 아닌 자가(自家) 격리의 경우이고, 두 번째는 응급실을 찾은 사람이 모두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령, 환자와 함께 방문한 보호자의 경우에는 명단 자체가 없다. 다시 말해서 현재 질병관리본부가 가지고 있는 명단 이외에 훨씬 더 많은 감염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자가 격리의 경우는 사실상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9일, 공주에서 자가 격리되어 있던 92번째 환자(20대 남성)는 고열이 발생하자 스스로 택시를 타고 병원을 찾는 등 무단 이탈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시민들의 협조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관리가 어려운 자가 격리는 차치하고, 두 번째 경우(체크가 되지 않은 경우)를 좀더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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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명이 넘는 참석자가 모이는 심포지엄 행사에 참여했던 35번 환자(의사)의 경우는 그나마 동선 파악이 되어 있지만, 다른 확진자의 경우에는 전혀 확인이 되어 있지 않다. 유시민 전 장관은 "정부도 파악할 의도가 없는 모양"이라며 꼬집기도 했다. 최근 발생한 확진 환자들이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거나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았거나 환자를 간호했던 케이스인 것을 볼 때,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조치는 '명단'을 만드는 것이다.
혹시 빠졌을지 모를 환자의 명단과 이들과 함께 왔던 보호자의 명단을 파악해서 이들의 동선을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번 주를 계기로 환자가 정체되거나 감소할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가 현실화될 수 있다. 만약 이 과정을 무시한 채, '메르스 확산'을 그저 운에 맡기려고 한다면 더욱 불행한 사태가 빚어질지 모른다. 안타깝게도 정부는 전수조사에 나서기는커녕 뒷짐만 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삼성서울병원과 관련한 메르스 피해는 더 늘어날 것이다. 정부가 이 병원으로 인한 메르스 확산이 이미 끝난 것처럼 발표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메르스 환자와 같은 병실에 있었던 간병인들이 감염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점을 미뤄보면, 전수조사는 더욱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스 확산에 대처 하기 위해 예정된 방미 일정을 연기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들로 봐서, 과연 대한민국에 남아 있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이제라도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메르스 사태에 임해주길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선 2차 유행지인 삼성서울병원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정부가 또 다시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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