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극장

캐릭터의 힘!<조선명탐정2> 흥행 성공으로 3편까지?

너의길을가라 2015. 2. 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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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이 개봉한 지 4년 만에 2편인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이 개봉했다. 47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성공을 거뒀던 1편에 이어 2편의 초반 흥행 성적도 좋다. 개봉 7일째를 맞은 17일까지 1,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킹스맨>과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다. '그런대로' 괜찮은 시리즈물의 성공은 반가운 일이다.



"달수형은 그냥 사람을 편하게 해준다. 그 이상의 어휘를 못 찾겠다. 연기할 땐 내가 뭘 던져도 다 받아준다. 복식조로 올림픽에 나가면 금메달 딸 것 같은 느낌이다. 내가 오버를 해도 옆에서 다 커버해줄 것 같고, 지나치더라도 (오달수에) 한 번 튕겨오면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스펀지 같달까? 그래서 그 많은 배우들과 호흡이 좋은가보다" - 김명민 -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는 1편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 거의 없다. 김탁환 작가의 『열녀문의 비밀』을 모티브로 삼았던 전편과는 달리 2편은 오리지널 스토리로 만들어진 탓에 주인공 이름이 '김진'에서 '김민'으로 바뀌었을 뿐 기존의 모든 설정은 그대로다. 유쾌하면서도 정의감 넘치는 '허당' 탐정 김민(김명민)과 그의 옆에서 매번 투덜거리지만 충실한 조력자의 역할을 해내는 서필(오달수)의 환상적인 콤비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한지민에 이어 이연희가 등장한다는 차이만 있을 뿐, 여배우가 '낀다'는 설정도 마찬가지다. 물론 1편이 『열녀문의 비밀』라는 원작의 스토리상 한지민의 비중이 그나마 중요했던 반면, 2편에서는 그저 미인 앞에 한없이 약해지는 김민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한 도구적 성격으로 전락해버렸다는 보다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어차피 수사물을 기반으로 명확한 캐릭터를 가진 두 명의 콤비가 종횡무진 누빈다는 틀이 핵심인 만큼 그 외의 여러가지 요소들은 어차피 '곁가지'에 불과하다.


영화의 이야기는 크게 두 개의 줄기로 구성되어 있다. 바로 '불량은괴 찾기'와 '노비의 딸 찾기'인데, 두 스토리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노비의 딸 '다해(이채은)'이다. 때는 정조 19년, 불량은괴가 유통되면서 민생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는 사실을 접수하고, 김민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사를 시작하는 기본적인 스토리 위에 동생인 도해를 찾기 위해 김민을 찾은 다해의 슬픈 사연이 덧입혀졌다.



"시리즈물의 존재 가치나 생존 기준은 '재미'라고 생각한다. 재미가 없으면 (시리즈물은)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1편보다 밀도 있는 캐릭터와 볼거리를 담으려 노력했다" - 김석윤 감독 -


전작에 이어 또 다시 연출을 맡은 김석윤 감독은 짜임새가 부족하다는 전작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듯 스토리 구성에 좀더 신경을 썼다. 1편에 비해서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이야기 자체의 힘은 부족하다. 어차피 '캐릭터'에 의존한, '캐릭터'에 의한 시리즈물이기 때문일까? 반복적인 스타일의 구성이 반복되다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지루하다는 느낌마저 받게 될 정도다.


"1편 때 감정 표현이 발만 담갔다면 2편에선 반신 정도 담근 느낌이랄까. 2편에선 코미디와 정극 사이의 간극이 컸기 때문에 정확히 짚고 가는 게 중요했다"는 김명민의 말처럼, 코미디와 정극 사이의 간극이 크기 때문에 오히려 '재미'라고 하는 특유의 장점도 상쇄된 측면이 있다. 카멜레온처럼 변모하는 김명민의 연기를 지켜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지만, 전반적으로 웃음 코드는 전작에 비해 약해졌다.




하지만 영화가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보다 선명해졌다. 경제는 피폐하고, 서민들의 삶은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는 상황은 지금의 현실과 달라보이지 않는다. 노비라는 신분 때문에 '무엇이 되고 싶다'는 꿈조차 꿀 수 없는 다해의 모습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모습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고 하면 지나친 생각일까?


불량 은을 생산하기 위해 인신매매가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 국가(정부)는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다. 부정한 관리들만 몰래 잇속을 챙기고 있을 따름이다. 그 빈 공간을 채우는 건 김민이라고 하는 탐정, 즉 사인(私人)이다. 공권력은 무능하고 무책임하기만 하다. 오히려 돈을 받고 일을 해치우는 도적이 믿음직할 정도다.



특히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의 주제의식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강조는 영화 내내 계속된다. 사람들로부터 예쁨을 받기 때문에 "꽃이 되고 싶다"는 다해에게 "꽃이 아니래도 사람은 그대로 귀한 것이다"는 김민의 말은 가슴을 울린다. 세견선이 침몰한 현장에서 (어딘가로부터 떠내려온) 여자아이들의 시체가 떠오르고 비가 쏟아지는 장면은 마치 지난해 있었던 끔찍한 참사에 대한 진혼곡(鎭魂曲)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쉬움에 쓴소리를 늘어놓았지만,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는 분명 좋은 오락영화임에 틀림없다. 설 명절을 맞아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로 추천할 만 하다. 지금의 흥행 성적대로라면 "2탄이 잘되면 3탄도 2년 안에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는 김명민의 공약이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3편에서는 '좀더 탄탄한 시나리오 속에서' 김민과 서필이라는 환상적인 콤비가 마음껏 탐정(探偵)의 나래를 펼쳤으면 한다. '캐릭터만' 살아있는 영화가 아니라 '캐릭터도'도 살아있는 영화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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