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을 안 재우죠? 비인간적이잖아요.""결백한 자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분노한다. 부당한 처사를 당했으니까. 그러다 고함을 치고 폭발하지. 반면 죄가 읶는 놈들은 풀이 죽고 조용해지지. 질질 짜기도 하고. 왜 잡혀왔는지 아니까. 자백받으려면 끝까지 몰아붙이는 게 가장 좋아."동독의 비밀경찰 비즐러는 고문도 서슴지 않는 냉혈한이다. 잠을 재우지 않는 극단적 상황에 몰아넣어 자백을 받아낸다.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효과적인 심문 기법을 강의하는 그는 사회주의 체제 수호의 첨병이다. 일말의 의심도 없이 자신의 역할을 모범적으로 수행한다. 인간에 대한 악의를 지녔다기보다 주어진 책무를 수행할 뿐이다. 한나 아렌트가 주장한 '악의 평범성'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 비즐러에게 인생의 변곡점이 나타난다. 반체제 극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