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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의, 이성민에 의한 <기억>, 하지만 그것뿐이라면 곤란해

너의길을가라 2016. 3. 1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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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tvN은 <시그널>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 


"'기억'은 알츠하이머란 소재를 빌리고 있지만,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와 같이 삶의 근원적인 물음이다" (박찬홍 감독)


이성민이 tvN 금, 토 드라마 <기억>으로 돌아왔다. 첫 방송 직후, 시청자들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호평(好評)'이다. 무엇보다 '이성민'에 대한 '찬사(讚辭)'로 가득하다. 그럴 만도 하다.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잘 나가는 '속물' 로펌 변호사 박태석(이성민)이 '갑자기 찾아온 불행'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리는 만큼 드라마 속에서 이성민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기억>은 이른바 막장 드라마를 비롯해서 '필력(筆力)'이 딸리는 작가들이 손쉽게 가져다 쓰는 '비장의 무기'인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불치병'을 아예 전면에 내세운다. 기본적으로 '최루성(催淚性)'을 탑재하고 있다. 결국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을 제대로 울리겠다'는 선언포고를 한 셈인데, 알츠하이머에 걸린 박태석을 얼마나 설득력있게 표현하느냐에 사활이 걸려있다. 


우리가 <시그널>에서 확인했던 것처럼, 배우들의 연기(조진웅, 김혜수, 이제훈)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작가'의 역량이었다. 장르 드라마의 '시조새'가 되겠다는 김은희 작가는 '발로 뛰어 쓴' 대본으로 배우들이 마음껏 연기를 펼칠 수 있는 '밑바탕'을 마련했다. 여기에 지상파와는 차별화되는 케이블TV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참신한 연출력(김원석 PD)이 더해져 <시그널>은 극강의 완성도를 보여줬다. 



그렇다면 <기억>은 어떨까? <부활>, <마왕>, <상어> 등 이른바 '복수 3부작(박찬욱만 복수 3부작을 만든 게 아니다)을 통해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던 김지우 작가의 필력이야 이미 검증이 됐고, 그와 함께 계속해서 호흡을 맞춰오고 있는 박찬홍 PD도 능력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거기에 '이성민'이라니, 이 정도면 3박자가 맞아떨어진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1회에서 박태석은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는다. 그리고 박태석과 관련되어 있는 여러 '관계'들이 설명됐다. 전처인 나은선(박진희) 판사와 그 사이에서 둔 아들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데 따른 트라우마는 앞으로 드라마 전개에서 중요한 키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재혼한 지금의 아내 서영주(김지수)와의 관계 및 서영주의 캐릭터 변화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또, '아빠'로서 박태석이 보여줄 모습들도 예견 가능하지만 눈물샘을 자극할 내용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전개 방식은 최근 tvN 드라마들이 보여준 참신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행스럽게도) 속도감은 있었지만, 상투적인 지상파에서 눈을 돌린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는지 의문이다. 드라마에 감동과 몰입을 더하는 OST가 들리지 않았던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분명 트렌디(trendy)하지 않다.


이야기에 대한 자신감일까? 그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배우에 대한 과신(過信)일까? <기억>은 '이성민'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박진희, 김지수 등이 출연하지만, 그야말로 '원맨쇼'에 가깝다. 이준호는 <미생>의 임시완을 재현하기에 역부족으로 보인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성민'을 빼면 무엇이 남는지는 살짝 의문이다. 게다가 이미 패는 다 보여준 것 아닌가?



물론 이성민에 대한 연기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은 사실이다. '알츠하이머'로 인해 점차 기억을 잃어가는 한 남성의 변화, 인간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대표적인 감정인 희노애락(喜怒哀樂)을 이성민이 어떻게 표현해낼지 궁금하다. 그 원맨쇼만으로도 <기억>을 보는 재미는 충분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안에서 펼쳐질 '가족'과 '정의'에 대한 이야기들이 충분히 매력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면, 전작들이 누렸던 '대중성'을 얻긴 어려울 것이다. 


18일 방송된 <기억> 첫방송은 시청률 3.806%(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과연 <기억>이 <응답하라 1988>과 <시그널>에 이어 '대박' 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까? 'tvN의 금, 토 드라마는 언제나 옳다'라는 공식을 써내려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보다는 좀더 힘을 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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