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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이 키운 '2030 태극기 부대', 그럼에도 중도는 견고하다(PD수첩)

너의길을가라 2025. 2. 1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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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아, 우리 멸공을 생활화하자고. '자유 대한민국'에서 '자유를 빼버리자'고 외치는 빨갱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친구가 있자면 뺨을 한 대 후려치거라." (배인규, 유튜브 '신남성연대')

지난 1월 19일로 시계를 돌려보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 영장이 발부되던 당시,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 모여 '탄핵 반대 집회' 중이던 시위대 일부가 법원 내에 난입했다. 그들은 쇠파이프를 휘둘렀고, 영장전담판사의 이름을 부르며 '처단'에 나섰다. 법치주의를 유린하고, 사법 시스템을 전면 부정하는 폭동이었다. 더 놀라웠던 건, 난입한 시위대 중 다수가 2030 남성이었다는 사실이었다.

그 전날, 서부지법 일대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4만 4,000여 명의 윤석열 지지자가 모여 들었다. 서울 생활 인구 데이터에 따르면, 전체 집회 참가자 중 당시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했던 2030 세대의 비율은 34.2%에 달했다. 이쯤되면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정말 '2030 세대'는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걸까. 이른바 '2030 태극기 부대'의 실체는 무엇일까.

1월 20일, 권정민 서울교대 유아특수교육과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 아들을 (극우 유튜버에서) 구출해왔다'는 내용의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비판이론을 기반으로 연구하는 학자인 그는 "아들을 깨어있는, 진보적인, 인권감수성이 높은 남자로 키우기 위해" 교육을 열정적으로 시켰지만, 순식간에 "극우 유튜버에 빠지게 되었"다는 경험을 공유했고, 아들을 구출하는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이후 권 교수의 자녀 교육에 대한 접근법과 방법론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며 뜨거운 논쟁이 불거졌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남성 청년 우파'가 엄연히 존재하고, 이들이 극우 유튜버에게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18일, MBC 'PD수첩'은 '광장의 음모론 1부 태극기를 든 청년들' 편을 통해 '청년들은 왜 거리로 나왔을까'라는 의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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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코리아 퍼스트'가 돼야 하는데 중국인, 조선족, 화교 등이 혜택을 받고 정작 대한민국 사람들은 역차별을 받고 있어요. 거기에 민주당이 힘을 쓰고 있기에 난 민주당을 대표적인 반국가 세력으로 생각해요."

윤석역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탄핵 반대'를 외치며 거리에 나온 태극기
부대에 2030 세대가 포함되어 있는 건 이제 놀랄 일이 아니다. 집회의 양태를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개신교 단체가 주관하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중심에 서 있다. 여기에 극우 유튜버들이 분위기를 견인하며 청년층을 견인하는 흐름이 시종일관 펼쳐진다.

스스로를 호남 출신의 우파라고 소개한 20대 청년 A씨는 하루에도 여러 곳의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고 있는데, "종교가 없어서 처음엔 집회 분위기가 적응이 안 됐"지만 "한 마음으로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나온 거라 생각"고 말했다. 손수 만든 피켓을 들고 연단에 서서 발언을 하며 유명 인사로 자리잡았다. 중장년층 참가자들은 그에게 사진 촬영을 요청하기도 한다.

'PD 수첩'은 밀착 취재를 통해 A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을 통해 정보를 접하고 있으며, 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강한 불신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러한 경향은 A씨뿐만 아니라 '탄핵 반대' 집회 참석자들의 공통점이었다. 그들은 기성 언론들이 진실을 감추고 있다고 주장하며, 극우 유튜버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와 같은 확증편향은 알고리즘을 타고 점점 더 공고해졌다.

극우 유튜버들은 반중 정서를 자극한 '혐중 몰이', '부정선거론' 등 정확한 팩트 체크 없이 무한 반복하며 퍼뜨리고 있다. 이미 음모론에 노출된 사람들은 기성 언론이 아무리 팩트를 전달해도 귀를 닫고 듣지 않는다. 우파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뜨고 있는 전한길 한국사 강사 등이 대표적인 스피커다. A씨의 말처럼, 그들은 "민주당을 대표적인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하고 힐난한다.

다만, '남성 청년 우파'가 신종족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과거 일베 등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던 상수다. '샤이 보수'로 불리며 음지에서 머물렀던 것뿐이다. 이동수 청년 정치크루 대표는 "대통령부터 여당 지도부까지 이들을 굉장히 독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효능을 얻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측면이 있"다며, 시민단체 역할을 하는 극우 유튜버가 "동원하는 수도 일정 부분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샤이 보수'였던 '남성 청년 우파'가 보수 집회에 합류하며 강한 목소리를 내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PD수첩'은 집회를 기획하는 극보수 성향의 종교단체, 극우 유튜버들이 '남성 청년 우파'를 전략적으로 앞세우고 부각시키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 기획하에 여성 청년들을 연단에 세우기도 하고, 일부 교회에서는 지원하는 청소년들을 '자발적으로' 집회에 내몰기도 한다.


'PD수첩'은 이처럼 일부의 목소리가 2030세대 다수의 목소리처럼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양쪽의 극단적 목소리가 거리로 터져나오면서 착시 현상을 일으키고 있지만, 이 상황을 엄중히 지켜보고 있는 '중도'의 입장은 견고하다. '한국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 중도층의 탄핵 찬성 여론은 67%, 반대는 27%로 나타났다. (1월 2·3·4주·2월 2주, 1,190명 대상)

'태극기를 든 청년들'의 출현은 일부 개신교 단체나 극우 유튜버의 가짜 뉴스 및 음모론과 연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분명 간과할 문제는 이니다. 다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진보 성향 유튜버와 김어준 등 방송인들이 부정선거론 등 각종 음모론을 제기했었다는 점은 시시하는 바가 크다. 유시민 작가는 기성 언론에 대한 불신론을 제기하며 유튜브 예찬론을 펼치기도 했다.

어차피 양극단에 위치한 유튜버들은 각자 자신의 말만 끊임없이 내뱉을 것이다. 수익과 직결되는 일이라 점점 더 강성을 띨 수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기성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책임감을 갖고 팩트를 좇고, 정론을 지켜야 한다. 여전히 중도로 대변되는 시민들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다수의 청년들은 냉철함은 유지하고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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