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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신의 '내리막길'을 듣다가 가슴이 먹먹해졌다. 가사가 마음에 꽂혔다. 나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민망함에 최대한 참아보려 애썼지만, 착실히 쌓아올린 감정을 절규하듯 터뜨리는 후반부에서 끝내 무너졌다.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그만큼 몰입했다. 노래를 듣다가 눈물을 흘리는 경험은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다.
지난달 31일, 가수 윤종신이 월간 음악 프로젝트 '월간 윤종신' 1월호를 발표했다. 삶의 중반부를 지나 이제는 후반부로 향하는 이의 마음가짐을 담고 있는 '내리막길'은 윤종신이 작사, 작곡을 모두 맡았다. 제목에서 눈치를 챘을까. '내리막길'은 2012년 발표한 '월간 윤종신' 6월호 '오르막길'의 후속작이다. 13년이 지난 시점에 그는 왜 이 노래를 들고 나온 걸까.
"'오르막길'은 제가 40대 때 후배들에게 하는 얘기였다면, 이번 곡은 50대 중반을 지나는 동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았다."
당시만 해도 "이제부터 웃음기 사라질 거"라고 정색하고 경고를 했던 그였다. "가파른 이 길"을 "오르기 전에" 오랫동안 못 볼지 모르니 서로의 "미소를 기억해 두자"고 제안했었다. 목표를 향한 열망을 품고 있었고, 정상(頂上)까지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 있기에 "끈적이는 땀"과 "거칠게 내쉬는 숨"이 유일한 대화일지라도 한 걸음씩 내딛어보자던 그였다.
13년이 지난 그는 더 이상 정상에 얽매이지 않는다. "잠시 머물던 거기가 제일 높은 곳"이었다며, 지난날 이룬 지난날의 성취를 담담히 회상한다. "더 올라가는 줄 알고 남은 힘"을 아껴뒀지만, 어느새 내가 걷고 있는 길이 "아래로 기울어진 내리막"이라는 걸 깨닫는다. "뒤돌아 보니 그래"라고 나지막히 읊조리는 그의 걸음은 쓸쓸하다기보다 초연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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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우리는 정점에 있을 때 그게 정점인 줄 모르더라. 정점은 면이 아니라 점이고, 기간이 아니라 찰나인데 거기에 도달했을 때는 그걸 보통은 알 수가 없다."
여전히 정상을 향해 오르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는 많은 생각에 잠긴다. "우리 꿈은 이룬 걸까"라는 물음은 '꿈' 자체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을 갖게 하고, "이룬 줄도 모른 채로 마냥 오르기만 한건 아닐까"라는 질문은 성찰없이 살아왔던 삶에 날카롭게 날아와 박힌다. 정신이 번쩍 든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변화(혹은 성숙)된 관점과 생각, 태도가 여실히 읽힌다.
'내리막길'이라는 노래를 통해 윤종신이 동시대의 동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명징하다. 자신이 서 있는 위치와 방향을 정확히 파악하지는 것, 내리막길 역시 삶의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이자는 것, 내려가는 길이 가급적 완만해서 너무 힘들지 않고 수월하길 바란다는 것, "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들이 무탈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 신실한 고백은 감동적이다.
22일 방송된 '라디오스타' 898회에 출연한 윤종신은 "1990년에 데뷔해 지금까지 608곡을 작사했"다고 밝혔다. 한국 대중음악사의 한 축을 담당하는 윤종신은 "노래는 이야기"라고 강조한다. 그의 지론은 멜로디에 직접 붙인 정성스러운 가사를 통해, 정확하고 호소력 짙은 전달력을 통해 뿌리내렸다. 윤종신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 느낌을 노래라는 형식을 통해 구체화하는 이야기꾼이다.
'내리막길'은 윤종신이 자신의 동년배인 50대 후반에게 보내는 편지지만, 수신 대상이 그 나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또, 개인의 삶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으나, 듣는 이에 따라서는 오로지 정상을 향해 악착같이 나아가기만 하는 우리 사회를 향한 애석함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내려와야 할 때를 모르는 이들만큼 마음이 곤궁한 자들이 또 있을까. 우리 모두에게 '내리막길'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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