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만 타며 애태우는 청춘남녀들을 위해 친절히 동거의 기회를 선물했던 채널A <하트시그널2>에 이어 이번에는 ‘맞선 전문 카페’가 문을 열었다. 이름하야 tvN <선다방>이다. 제목에서부터 클래식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소개팅도 아니고, 미팅도 아니고, (맞)선이라니! 게다가 카페가 아니라 다방이라니! 이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조금 알 것도 같다. 가볍지 않은 만남, 진지한 관계 맺기. 그런데 과연 잘 될까?
분명 방송가는 연애 프로그램의 전성기를 열었던 SBS <짝>(2011-2014)의 그림자를 좇고 있는 듯 하다. 하긴 최고 시청률 11.3%를 찍었을 만큼 큰 관심을 받았고, 엄청난 화제성으로 포털 사이트 연예면을 점령하다시피 했던 프로그램이 아닌가. 점차 출연자들의 스펙만을 강조하고, 급기야 촬영 도중 자살이 발생하는 등 많은 논란 끝에 폐지됐지만, 최고 시청률이 0.7%에 불과했던 <하트시그널2>에겐 감히 넘볼 상대가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연애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수요는 존재한다. 사실상 <짝>과 다른 없었던 SBS <로맨스 패키지>는 4.3%를 기록했고, 파일럿에서 정규 편성이 되는 쾌거를 이뤘다. 연애세포가 깨어나는 봄을 맞아 연애 프로그램의 전성시대가 다시 열리는 것일까? 그 흐름에 동참하기 위해 발을 내디딘 <선다방>은 자신만의 입지를 다질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좋은 성과를 내기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선다방>은 도대체 어떤 프로그램일까? 구성은 단순하다. '선다방'이라는 공간에 일반인 출연자(출연은 신청을 통해, 그리고 제작진의 선별과 매칭이 의해 이뤄진다)가 방문하고, 이들은 그야말로 맞선을 보게 된다. 여기에 MC들로 구성된 '카페지기(보다 '다방지기'라고 해야 일관성이 있는 것 아닐까?)'가 열과 성을 다해 맞선이 성사되도록 돕는다. 그리고 틈이 날 때마다 연애 노하우를 늘어놓는다.
제작진은 캐스팅에 공을 많이 들였다. 유인나, 이적, 양세형, 아이돌 'SF9'의 로운까지. 무엇보다 유인나를 섭외한 건 흥미로웠다. 새롭고 참신하면서도 '맞선'이라는 콘셉트에 달달함을 불어넣을 수 있는 인물이 필요했을 것이다. 유인나는 적격이었다. 약 4년 반 동안 KBS 쿨FM <볼륨을 높여요>의 DJ로 활약했던 '유디' 유인나는 소통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 또, 달콤한 목소리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능력은 발군이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첫 방송 시청률은 1.6%에 그쳤다. 반전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애석하지만 이 글도 많이 읽히지 않고 사장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그만큼 <선다방>의 화제성은 높지 않은 편이다. 유인나를 활용한 마케팅의 효력도 사그라들었다. 무엇보다 <선다방>을 어렵게 하는 건, 프로그램의 '매력 없음'이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지 그 의도를 파악하기 힘들다. 무색무취에 가깝다.
우선, 카페지기가 주인공인지 맞선 출연자들이 주인공인지 알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왜 4명이나 되는 연예인들이 우르르 몰려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좀더 단출한 구성이었다면 어땠을까. 또, 카페지기들이 늘어놓는 대화들도 '맞선(혹은 연애)꿀팁'이라기엔 평이한 내용에 불과했다. 만담 수준이랄까. 출연자들이 어색하지 않게 중간중간 쿠키를 배달하는 정도의 역할에 그쳤다. 도대체 카페지기가 왜 필요했던 걸까?
"선남선녀가 아닌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친구들이 출연자로 등장할 것이다. 방송 지망과 홍보 목적은 철저히 배제했다" (최성윤 PD)
그나마 <선다방>의 미덕이라면 자극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른 연애 프로그램들이 외모, 학력, 직업, 재산 등 외적인 부분들을 지나치게 강조해 눈살을 찌푸렸다면, <선다방>은 출연자들에게 상대방의 정보를 최소화해 전달하고 있다. 외적인 정보들이 주는 선입견을 배제하고, '사람'과 '대화'에 집중하도록 한 것이다. 또, 특별한 룰도 없을 뿐더러 제작진의 개입도 없어 훨씬 더 자연스럽다.
<선다방>은 연애 프로그램의 고질적 병폐였던 방송 지망과 홍보 목적의 출연은 없었다. 그러나 미덕은 거기까지였다. 서사가 없는 출연자들의 단편적인 대화만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몰입감을 이끌어내긴 어려워 보인다. 카페지기의 역할(엿듣기?)도 의문스럽고, 맞선을 생중계하는 것의 효용도 애매하기만 하다. 결국 남는 건 '200억대 재산가'와 같은 타이틀뿐이었다. '이걸 왜 보고 있어야 하지?' <선다방>은 대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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