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부검 결과 발표 후 책임 미루는 S병원, 진실과 의료 소송의 향방은?

너의길을가라 2014. 11. 4.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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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9시에 고(故) 신해철의 장례식이 진행된다. 유족들의 입장을 고려해 비공개 가족장으로 치러지게 됐다. 하지만 고(故) 신해철의 죽음을 둘러싼 논란, 즉 '의료 과실' 논란은 앞으로 험난하고도 기나긴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죽음이 끝이 아닌 셈이다. 마왕은 마음 편히 세상을 떠날 수 있을까?



10월 17일 S병원에서 장협착 수술을 받은 고(故) 신해철은 그로부터 5일 뒤 갑작스러운 심정지(心停止)로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이후 서울 아산병원으로 이승돼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가족과 팬들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27일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31일 고(故) 신해철의 유가족 측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결정했고, 고(故) 신해철의 부인 윤모(37)씨는 S병원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 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의 부검을 마치고 1차 소견을 밝혔다. 최영식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은 "(소장 천공 이외에) 횡경막 좌측 심낭에서 0.3cm 가량의 천공을 발견했다"고 밝히면서, "1차 부검 결과 신해철의 사망을 유발한 천공은 복강 내 유착을 완화하기 위한 수술 당시나 이와 관련돼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 검사가 끝나야 천공의 원인을 알 수 있겠지만 의인성 손상에 기인한 것으로 우선 고려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천공의 발견과 그것이 의인성 손상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의인성 손상이란 수술 등의 의료행위 도중에 발생한 손상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의료 과실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영식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이 "차후 병원 진료기록 등을 검토해 종합적으로 사인을 판단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최종적인 판단은 조금 더 기다려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故) 신해철이 수술 이후 통증을 호소했던 정황이 있고 이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진통제만 처방하는 등 예후 관리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실제로 S병원의 진료기록부에 따르면, 고(故) 신해철은 지속적으로 통증을 호소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의 상황을 시간 순으로 재구성해보자. 고(故) 신해철은 17일 오후 4시 21분 외래를 통해 입원해 수술을 받았다. 그날 밤 10시께 흉통으로 괴로웠 했고, 18일에는 수면 유도제를 맞았다. 19일 새벽에는 5층에 올라와 소리를 지르며 통증을 호소함. 처치카트 발로 차고, 소파에 앉아 아아 소리지르며 아파했다고 한다.



하지만 S병원 측은 수술 부위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하고 신해철을 퇴원 조치했다. 고(故) 신해철은 22일 다시 입원했고, 당시 진료기록부에는 "통증 심하다며 소리침"이라고 기록되어 있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었떤 것으로 보인다. 오후 1시에는 심폐소생술을 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져 수술실로 옮겨졌다가 서울 아산병원으로 이송됐다. 결국 이 부분이 고(故) 신해철 의료 과실 논란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에 대해 S병원 측은 "부검 내용만으로 병원의 과실이 있다고 평가하기 힘들다"면서 모든 책임을 서울 아산병원과 고(故) 신해철에게 돌렸다. S병원 측의 주장은 두 가지다. 


1. "신씨의 심낭(심장을 싸고 있는 이중막)에 천공이 생겼다는 것은 저희측 복부 수술과 무관하다. 복부수술 시엔 당연히 심장이 있는 가슴 쪽을 열지 않고, (가슴 쪽은) 횡격막으로 분리돼 있다. 심장수술과 복부수술을 다 했던 아산병원에서 뭔가 문제가 되지 않았겠느냐"


2. "수술후 이틀간 입원해 있을 때는 상태가 괜찮았다. 이후 금식조건으로 퇴원시켰으나 외출, 외박하면서 식사를 했고, 그래서 (장이) 터진 것 아닌가 싶다"



이에 대해 서울 아산병원 측은 "지금까지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고(故) 신해철 씨의 상태를 많이 알려드리지 못했다"면서 "이미 응급수술을 받을 때부터 심장 안에 오염물질이 가득 차 있었다. S 병원 변호사의 말은 책임 전가의 맥락으로 밖에 보이지 않으며 전혀 사실 관계를 배제한 내용이다. 논란의 여지가 전혀 없고, 사실 무근인 이야기"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심낭의 0.3cm의 천공이 발생한 책임을 두고 S병원과 서울 아산병원의 말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부분도 앞으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데 있어 중요한 논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쟁점은 첫 번째 수술 후에 고(故) 신해철의 예후 관리에 관한 부분이다. S병원 측은 "수술후 이틀간 입원해 있을 때는 상태가 괜찮았다"고 밝혔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고(故) 신해철은 계속해서 통증을 호소했던 것으로 보인다.



채널A는 고(故) 신해철의 수술을 집도했던 S병원의 원장이 과거에도 유사한 일로 소송에 휘말린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보도에 따르면, 2011년 4월 송 모 씨는 S병원의 원장에게 위밴드 수술을 받은 후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고 한다. 하지만 병원 측은 별다른 이상이 없다면서 진통제와 해열제를 투여하고 3일 후 퇴원 조치를 내렸다. 송 씨는 이틀 뒤 복통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고, 개복수술 과정에서 소장에서 천공이 발견돼 소장 50cm를 절제했지만 끝내 복막염이 번져 숨졌다.


이러한 사실이 SNS를 통해 퍼져 나가면서 S병원 측의 이미지와 신뢰는 더욱 추락했다. 과거 유사한 사례가 있다고 해서 이번에도 의료 과실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1심에서도 병원 측의 과실을 인정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판결이 내려지긴 했지만 아무래도 꺼림칙한 것만은 사실이다. 서울 아산병원과 고(故) 신해철 측에 모든 책임을 전가한 S병원 측의 말에 의심을 눈길을 보낼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의료 소송은 비전문가인 환자 측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환자 측에서 병원 측의 과실을 입증하고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병원 측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 등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다. 다만, 최근 대법원이 '상식적으로 봤을 때 과실이 있다고 인정이 되고, 이전에 그런 결함이 없었는데 결함이 생겨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판단되면 의사 과실이 입증'된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만큼 가능성은 충분하다.


결국 핵심 쟁점에 대한 증거를 얼마나 확보하느냐, 또 이를 얼마나 충실하게 재판 과정에서 반영할 수 있느냐에 따라 재판의 결과가 달라질 전망이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어느 쪽의 말이 진실인 것일까? 마왕 신해철의 죽음과 관련한 모든 사실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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