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교양제작국 해체, 공영방송 MBC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너의길을가라 2014. 11. 2.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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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열린 방송문회진흥회 국정감사의 한 장면이다. 야당 의원들은 김문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허영제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에게 '교양제작국 해체'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김문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 미디어오늘


병완 의원 : 공영 방송은 국민이 아닌 정권을 위해 존재할 때 신뢰도가 떨어지고, 경영 위기에 봉착한다. 국정감사가 끝난 후 이어지는 업무 보고에서 MBC 조직개편안이 발표될 계획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교양제작국 해체 내용이 포함되어 있냐.


김문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 아직 검토 중이라고 알고 있다. 교양제작국이 성과가 적어서 그렇다는 말도 있는데 확인되지는 않았다.


최민희 의원 : 최근 교양제작국을 해체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것이 정상적인 영업 형태냐.


허영제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 그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회사 내 경영진 판단에 대해 뭐라고 얘기하기가 그렇다.


정말 몰랐을까? 무의미한 질문은 접어두기로 하자.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는 법이 없다고 했던가? "MBC에서 시사 교양 프로가 사라질 날이 오지 않을까"라는 불길한 예감은 결국 현실이 됐다. MBC는 지난 27일 조직개편을 공식 발표했고, 예상대로 교양제작국은 해체의 길을 걸었다. 굥교롭게도 2014년은 MBC 교양제작국이 생긴 지 30년이 되는 해였고, 서른 번째 생일의 선물은 바로 '해체'였다.





상암시대를 맞아 MBC가 제시한 조직개편의 핵심 골자는 수익성 중심으로의 재편과 교양제작국의 해체다. 기존에 교양제작국이 담당했던 다큐멘터리 개발 · 제작 기능은 콘텐츠협력국이 개편된 '콘테츠제작국'으로 이관됐고, 나머지 교양 부문은 예능 1국 산하에 신설된 '제작 4부'로 옮겨졌다. 사실상 공중분해된 것이다. 이에 대해 MBC 측은 "본사가 취약한 장르인 인포테인먼트 개발을 위해 예능1국에 제작 4부를 신설해 유익한 교양과 재미의 예능이 복합된 프로그램 개발과 제작을 담당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방송사의 입장에서 수익성을 고려해서 상업적 고민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수익성'만' 따지는 것은 곤란하다. 예능과 드라마 등 상업적인 측면이 강조되는 부문도 있지만, 보도와 시사의 경우에는 방송사로서 가지는 공적 책무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서 수익성과 공공성은 비행기의 양 날개와도 같은 것이다.



물론 MBC가 교양제작국 해체라는 강수를 둔 이유는 단순히 '수익성'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른바 '눈물 시리즈'로 불리는 '북극의 눈물(2008년)', '아마존의 눈물(2009년)', 아프리카의 눈물(2010)', '남극의 눈물(2011)'은 시청자들의 호평 속에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다큐멘터리의 힘을 보여주었다. 특히 '아마존의 눈물'의 경우 시청률이 21.5%를 기록할 정도로 초대박을 치기도 했다.


김광선 한국PD연합회 정책국장은 EBS <점박이>를 예로 들면서 "수익성 측면에서만 봐도 좋은 교양 프로그램 한 편이 방송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시대"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점박이>는 2008년 EBS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을 모태로 한 3D 에니메이션인데, 작품성을 인정받아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2>의 경우 중국으로부터 30억 원을 지원받았다.



결국 수익성은 표면적인 이유일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눈엣가시와도 같았던 '교양제작국'을 해체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을 것이다. PD 수첩 등 시사고양물을 제작했던 한학수 교양제작국 PD와 김환균 PD, 전 노조위원장인 이근행 PD와 조능희 PD 등이 비제작 부서로 발령을 한 것은 이를 뒷받침 하는 사례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자와 PD 등 직원 12명이 교육 발령을 받아다. 이것이 징계성 조치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난 1일 가수 이승환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MBC는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같은 명곡(?)을 탄생시키는데 일조한 교양국을 해체했습니다. 그리고 능력있는 피디들은 제작과 관계없는 부서로 보냅니다"라는 글을 게시해 MBC를 비판했다. 이승환의 염려는 곧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공영방송의 몰락에 대한 진지한 걱정이었다. 다수의 국민들도 이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공영방송 MBC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공익성을 내팽개친 조직 개편은 곧 MBC의 위상 추락을 의미한다. MBC를 공영방송으로 지탱해줬던 힘의 근원은 바로 시청자들에게 공익적 가치와 감동을 주기 위해 불철주야(不撤晝夜) 노력했던 교양제작국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어째서 모르는 것일까? 그것이 자살 행위임을 알지 못한 채 한 쪽 날개를 꺾어버린 MBC 경영진은 국민의 방송을 망가뜨린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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