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공간'이 주는 엄숙함과 숙연함은 알 수 없는 감동을 주곤 합니다. 그곳이 '교회'든 '사원'이든 관계 없이 말이죠. '특정 종교' 혹은 '타(他) 종교'에 배타적인 분들은 아예 '냄새'조차 싫어해 발길조차 하지 않지만, 그 공간들을 굳이 '종교'로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죠. '문화' 혹은 '역사'의 눈으로 바라보면 훨씬 더 풍성한 '감각'과 '시각'을 가질 수 있으니까 말이죠.
버락킴은 그런 공간들을 제법 좋아하는 편입니다. 여행을 가게 되면 애써 찾곤 합니다. 홍콩(+마카오) 여행에서도 여러 교회와 사원들을 여러군데 방문했죠. 당연하게도 센트럴에 위치한 성 요한 성당은 놓칠 수 없는 장소였습니다.
★ 홍콩 센트럴 지역 여행 동선(이자 글 싣는 순서)
1. 홍콩의 마천루 : 청콩 센터, 홍콩 상하이 은행, 황후상 광장, 중국 은행 타워, 리포 센터, 자딘 하우스
2. 성 요한 성당
3. 소호 거리(힐사이드 에스컬레이터, 구 센트럴 경찰서)
4. 만모(우) 사원
5. 시티 갤러리와 시티 홀
6 빅토리아 피크
2. 성 요한 성당(Hongkong St. John’s Cathedral , 聖約翰座堂)
(1) MTR 센트럴 역 K번 출구 왼쪽으로 도보 7분
(2) J2번 출구를 나와 오른쪽으로 도보 5분. 가든 로드(Garden Road)의 언덕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참고로 '빅토리아 피크'로 출발하는 '피크 트램'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성 요한 성당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입니다. 최초의 주교인 조지 스미스(George Smith)가 공사를 시작해 1849년 완공됐습니다. 홍콩에 주둔하고 있던 군인들을 위해 지은 것이죠. 홍콩이 반환되는 시점(1997년 7월 1일)을 기준으로 성당 꼭대기에 걸려 있던 영국 국기는 철거됐다고 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성 요한 성당은 중세의 고딕 양식(Gothicism)을 취하고 있는데요. 뒤로 보이는 현대식 초고층 건물에 둘러싸여 묘한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19세기의 홍콩과 21세기의 홍콩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공간인 셈이죠.
- 뒤로 보이는 건물은 앞선 글에서도 살펴봤던 '청콩 센터'입니다. -
- 다른 각도에서 찍은 '성 요한 성당 -
- 이제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
목조(木造) 천장은 상당히 높고, 거기에는 선풍기들이 길게 매달려 있습니다. 정면으로 보이는 스테인드글라스를 비롯한 주요 인테리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해 파괴됐던 것을 1949년에 재건한 것이죠. 계속해서 언급되는 내용이죠? 전쟁의 참화(慘禍), 그 아픈 역사가 홍콩의 구석구석에 또렷하게 남겨져 있습니다.
- 스테인드글라스에는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 성모 마리아, 그리고 성 요한이 그려져 있습니다. -
마침 성당의 연주자가 '오르간'을 연주해줬습니다. 시간을 정해두고 주기적으로 연주를 하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성스러운 느낌'이 증폭돼 다가오더군요. 한참동안 듣고 있다가 동영상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정신을 차리고 그 순간을 담아봤습니다. 조금이나마 현장의 느낌들이 전해졌으면 좋겠네요.
- 의자 앞 쪽의 작은 수납 공간에 찬송가(THE NEW ENGLISH HYMNAL)가 꽂혀 있더군요. -
- 반대쪽에서 찍은 성 요한 성당 -
영국령(英國領)으로 오랜 세월을 지냈던 탓에 당연히 홍콩은 영국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종교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서양의 직접적인 지배를 받은 적이 없는 대한민국의 '최대' 종교가 개신교인 건 의아한 대목이긴 하죠. 어찌됐든 홍콩에는 그런 '역사'의 산물들이 (개발의 여파로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성 요한 성당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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