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부터 170여 년 동안, 일제 강점기(1941~1947년)을 제외하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같은 시각(정오)'에 쏘는 대포가 있다고 합니다. 바로 '눈 데이 건(Noon Day Gun)'이죠. 이 곳을 소개하는 어떤 여행 책자는 '일부러 시간을 맞춰 찾아가기보다는 지나가다가 근처에 왔다면 잠시 들러 보자'고 하지만, 버락킴이 여행 동선을 짤 때 유일하게 고려했던 것은 낮 12시 정각에는 '눈 데이 건'을 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잘 나가던 무역항이었던 (19세기의) 홍콩. 다시 말하면 '약탈'할 배와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죠. 당연히 '해적'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을 겁니다. 당시 '자딘 매드슨 사'는 해적의 공격에 대비해서 자체적으로 대포를 설치합니다. 문제는 이것이 불법이었던 것이죠. 포는 군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죠. 소유조차 금지됐는데, 자딘 매드슨 사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신들의 사장이 탄 배가 빅토리아 항을 지날 때마다 예포를 쏘기까지 한 겁니다.
새로이 부임한 신임 해군제독이 대포 소리에 놀라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유를 파악한 제독은 뿔이 나서 매일 정오에 시간을 알리는 대포를 쏘는 '벌'을 내렸다는 겁니다. 뭔가 '동화' 같기도 한 엉뚱한 기원(基源)이죠? 자, 이제 '눈 데이 건(Noon Day Gun)'을 찾아가 볼까요? 마침 세찬 폭우가 쏟아지는 날, '눈 데이 건'의 우직함이 사실읹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1. 애드미럴티(Admiralty, 金鐘) : 홍콩 공원
2. 완차이(Wan Chai , 灣仔) : 홍콩 컨벤션, 골든 보히니아 광장
3. 코즈웨이 베이(Causeway Bay , 銅鑼灣) : 눈 데이 건, 빅토리아 공원, 중앙 도서관
3. 코즈웨이 베이 : 눈 데이 건(Noon Day Gun , 午砲)
MTR 코즈웨이베이 역 D1번 출구에서 도보로 8분, 월드트레이드 센터와 엑셀시어(The Excelsior) 호텔 맞은편에 위치
MTR 코즈웨이 베이 역에서 내려서 D1번 출구로 나와 오른쪽으로 걸어나오면 작은 삼거리가 나옵니다. 거기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고 쭉 직진(빨간색으로 표시한 저 길을 통과해야 합니다)하면 엑셀시어(The Excelsior) 호텔이 나오죠. 그 호텔의 맞은 편에 Wilson Parking 지하주차창으로 내려가는 입구가 보입니다. 네, 그 길이 맞습니다! '의심'을 버리고 거기로 내려가시면 됩니다.
단호하게 말하긴 했지만, 버락킴도 여행 책자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심쩍기만 했죠. '정말 '눈 데이 건'이 나오는 건가? 이 길이 맞나?' 어쨌든 '삼거리'가 나오고, '엑셀시어 호텔이 나오고, 'Wilson Parking 지하주차창'이 나오고, 그 곳에 'Noon Day Gun'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어서 의심을 조금씩 떨쳐내며 계속 나아갈 수가 있었죠.
이런 음습한 길을 따라 가야 한다니까요? 비와 와서 지하로 걷는 것이 오히려 편하기도 했지만,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가는 길이 이토록 꾀죄죄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찾아가는 내내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긴 통로의 모퉁이를 돌면 지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입니다. 여기만 올라서면 '눈 데이 건'이 눈 앞에 나타나는 걸까요? 도착 시작은 11:40분 정도. 아직 시간이 일러서인지, '눈 데이 건'에 별다른 관심이 없어서인지 '사람'들이 보이지가 않더군요. 몇몇 사람들이 지나치긴 했지만, 저처럼 기다리려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나마 있던 사람들도 앞 쪽의 자그마한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넘어가더군요.
- 앞서 보이던 입구에서 나와서 왼쪽으로 돌아서면 '눈 데이 건'이 보입니다 -
처음 사용하던 대포는 일본에 점령당한 1941년 12월에 사라져버렸고, 그 이후부터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영국 해군에게 양도받은 6파운드짜리 대포를 사용했다가 '소음'이 너무 심해서 3파운드 짜리로 대체됐다고 합니다. 그래도 생각보다 소리가 큰 편이라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았다간 깜짝 놀라게 됩니다.
- 짙은 색의 중국 군복을 입은 포수(砲手) -
비를 뚫고 반대편으로 넘어왔습니다. 큰 나무가 있어서 비를 조금이나마 피할 수 있었죠. 거기에 자리를 잡고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을 준비를 했습니다. 11시 57분 쯤 되자 안쪽 사무실(같은 작은 공간이 있습니다)에서 사람이 나오더군요. 그리고 포 뒤에서 대기를 하면서 시간을 확인하고, 정오가 되자 종을 울리더니 대포를 발사했습니다. '와, 정말이었구나! 이 날씨에도 '눈 데이 건'은 멈추지 않는구나!' 그런 감탄을 하면서 지켜봤죠.
- 제 사진은 비 오는 날의, 허접한 사진인지라,
'ENJOY 홍콩(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87XX40100067)'에서 사진 2장을 가져왔습니다. -
그 어떤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같은 시각에 어김없이 발사되는 '눈 데이 건'을 두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포의 뒤편으로 외국인 3명 정도가 함께 발포를 지켜봤는데요. 환호를 지르고, 제복을 입은 사람을 향해 '엄지 척'을 하기도 하더군요. 버락킴도 왠지 모를 뿌듯함을 머금은 채 다시 저 음습한 길을 되돌아 왔죠. 이제부터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비는 그칠 기세를 모르고 내리는 상황에서 다음 동선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계속 바깥에 머무는 건 어려운 상황. 어딘가를 찾아가기도 버거운 상황. 이렇게 홍콩 여행은 표류하고 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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