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 2일 오후 10시(한국 시각) 스페셜 앨범 '화양연화 Young Forever'로 전세계 최대 차트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아이튠즈 차트 18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비단 '방탄소년단'뿐만 아니라 많은 가수(혹은 팀)들이 세계를 무대로 K-POP의 위상을 떨치고 있다. K-POP이 세계를 호령하는 날이 머지 않았다. 



흔히 (문제의식 없는) 언론사들이 즐겨 쓰곤 하는 '위상을 떨치고 있다?'라는 표현을 써봤다. 좀더 오버해서 '세계를 호령하는'이라고도 써봤다. 이런 표현들은 역시 '시대착오적'인 코멘트가 아닌가 싶다. 다소 '희미하게' 드러나긴 하지만, '국가주의'와 '민족주의'의 뉘앙스가 묻어있지 않은가. CGV 극장에서 틀어주는 '국뽕' 광고처럼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 문화에 대해 자긍심을 느끼라는 억지 감동처럼 말이다.


"한류가 없다는 건 확실하다. 류(流)라는 건 하나의 흐름인데, 결국은 왔다갔다 것 아닌가. 한류는 붐이었지만 이젠 사라졌고 K-POP이라는 장르로 일본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다고 본다." 


한류 관련 사업을 오랫동안 해왔던 한 여행사 대표의 예리한 진단은 우리의 구린 사고방식을 교정해준다. 한때의 '붐'을 잊지 못하고, 아직도 '한류' 타령을 하고 있진 않은지 자문해보자. <겨울연가>의 배용준이 몰고 왔던 그 '한류'는 신기루처럼 사라진 지 오래다. 오히려 그런 공격적인 접근이 '혐한류(嫌韓流)'를 잉태한 것 아니겠는가. 물론 K-POP '산업'의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업계의 전문가들은 이미 그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한류 콘텐츠의 세계화를 어떻게 보는가'라는 질문에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대표는 "한류 콘텐츠의 세계화라는 말은 너무 거창하다. 한국의 많은 여자 골프선수가 우승을 하다고 해서 한국골프의 세계화라는 말은 잘 안 쓰는 것처럼 이미 세계화된 콘텐츠 시장에서 경쟁이라는 말이 더 이상적이다. 차별화된 콘텐츠로 경쟁력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하다"고 답한다.





한편, 오리콘 회장 코이케 코우는 '한류의 분위기가 많이 침체된 거 같은데 어떻게 보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무슨 소리인가"라며 반문하면서 "일본 음반 시장의 30퍼센트를 K-POP이 차지하고 있다. 이제 K-POP은 하나의 장르로 자리를 잡았다. 한국 사람들은 너무 붐(한류)에만 신경을 쓰는데, 그것보다는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오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90%의 팬이 10대인 탓에 그 이름조차 잘 모르는 사람들이 수두룩하겠지만, 앞서 살펴봤던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현지화'가 거둬들인 성과였고, 그것은 곧 그들만의 차별화된 콘텐츠와 전략이 경쟁력을 갖췄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를 두고 여전히 '한류 열풍'이라든지, 'K-POP의 위상'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건 제대로 된 분석이라 할 수 없다. 한마디로 구리다. 



『K-POP으로 보는 대중문화 트렌드 2016』은 트렌드에 가장 빨리, 예민하게 반응하는 K-POP을 통해 대중문화의 전반적인 흐름을 짚어보는 분석서이다.  음악계, 언론계, 방송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박영웅, 임희윤, 엄동진, 김윤하)들이 자신들이 쌓아올린 전문성을 고스란히 글로 담아냈다. K-POP의 현실과 전망뿐만 아니라 K-POP이 선도하는 혹은 K-POP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중문화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책이다.


Part 1(K-POP 핫 트렌드)

스낵 컬처, 더 빠르게 더 간단하게

걸 크러쉬, 여자는 여자를 좋아해

힙스터, 그들을 움직여라

길티 플레저, 음악 포르노에 빠지다

힙합, 대중음악이 되다


Part 2(K-POP 크리에이티브 트렌드)

쪼개기, 짤아야 듣는다

음악 예능, 리얼리티 킬드 더 K팝스타?

자기 위로, 루저들을 위한 노래

팬덤과 SNS, 그 위대한 만남

레이블, 적과의 동침


Part 3(K-POP 스테디 트렌드)

시즌 송, 봄에는 벚꽃 말고 다른 꽃은 없나

류레이션, 콘텐츠 플랫폼의 핵심

장르명 K-POP 스타, 일본 한류의 2막

레퍼런스, 열린 시대 피해갈 수 없는 논란

월드뮤직, 국악으로 가능할까?


Part 4(K-POP 비즈니스 트렌드)

홍대, 다양성을 사수하라

멀티 비즈, 연계성과 전문성에 집중하라

중국 시장, 노다지인 듯 노다지 아닌 노다지 같은 너

차트 브레이커, 보이지 않는 손

아이돌 굿즈,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가?


 

'핫', '크레에이티브', '스테디', '비즈니스' 4가지로 나눠서 K-POP의 트렌드를 분석했는데, 목차만 훑어봐도 K-POP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착각이 든다). 실제로 읽어보면 인터넷의 가십기사와는 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알짜배기 내용들로 가득하다. 분석이 예리할 뿐만 아니라 차분하게 정리되어 있어 이해하기에도 수월하다.



Part 1, 2, 3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끌었던 건 '산업'으로서 K-POP을 바라본 Part 4 였다. YG와 SM이 사업 안정화를 이루는 한편, 사업 다각화 전략을 펼치고 있고, 그 일환으로 YG는 패션, 의류, 외식, 게임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SM은 신기술을 앞세워 문화 사업에서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여기에 대해 저자들은 "섣부른 사업 다각화보다 전문성에 집중하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어떤 결론을 낳든지 간에 YG와 SM의 행보가 주목된다.

 

Q. 해마다 인기 가요 100곡씩을 조사한다고 들었다

A. 차트 분석을 한다. 2014년과 2015년에는 이별 노래보다 사랑 노래가 더 히트를 쳤다. 경제가 어렵고 사람들이 힘들면 처지는 이별 노래보다 밝은 노래를 찾는 것 같다. 독백체가 많은 해, 대화체가 더 많은 해가 있다. 어조나 문체도 우리의 분석 대상이다. (SM엔터테인먼트 이성수 프로듀싱본부장)


중간 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전문가'들의 인터뷰도 책에 대한 이해를 높여줬다. 가령, 양현석과 박진영의 인터뷰는 연예 기사를 통해 자주 접할 수 있지만, 언론에 잘 노출되지 않는 SM엔터테인먼트 이성수 프로듀싱본부장이나 CJ E&M 안석준 대표, 울림엔터테인먼트 이중엽 대표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시각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도움이 많이 됐다.


위에서 인용한 것처럼, 가사의 어조나 문체도 분석 대상이라는 SM의 '치밀함'은 놀랍다. 전문 분야가 아니던 EDM과 힙합에 뛰어들고, 소위 'SM제국'을 꿈꾸는 야망과 자신감이 괜히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2016년 들어 기존의 '쇄국정책'을 (잠정) 폐기하고, 외부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시도한 SM의 '변신'은 더욱 놀라웠다. 그 또한 끊임없는 분석과 자기반성이 비롯된 것이 아니겠는가.



너무 밝은 쪽만 비춘 건 아닌지 모르겠다. 『K-POP으로 보는 대중문화 트렌드 2016』에서도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홍대의 위기라든지 인디의 열악한 환경 등 대형기획사의 과감한 행보 때문에 피해를 보는 영역도 생겨나고 있다. 이를 지켜나가기 위한 자체적인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대형 기획사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부정적인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령, 'YG가 이제 홍대 언더그라운드까지 건드린다'는 비아냥처럼 말이다. 이에 대해 양현석은 스스로가 홍대 지역을 기반으로 시작한 사람이라면서 "뭔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왔다"고 대답했다. 또, "음악이 굳이 열악해야만 잘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 먹고 살 고민거리를 음악에 투자한다면 더 좋은 음악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꾸준히 고민하고 노력해 나갈 생각이라고 대답한다. 


K-POP의 트렌드를 분석하고, 그에 대한 전망과 더불어 '산업'적인 측면까지 짚어본 『K-POP으로 보는 대중문화 트렌드 2016』를 통해 K-POP에 대해 혹은 대한민국의 대중문화에 대해 좀더 깊이 빠져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밝은 면과 더불어 '어두운 면'에 대한 고민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