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시각까지 이어졌던 약속이 끝나고 집에 도착해서 메일함을 열어봤다. 오랜만에 다음(Daum) 클린센터로부터 편지가 도착해 있더라. 이번엔 어떤 글이 문제가 된 걸까?
안녕하세요 Daum 권리침해신고센터 입니다 |
안녕하세요, 고객님. |
문제가 된 글은 2015년10월19일에 썼던 한밤중에 경찰서를 찾은 오신환 의원, 그는 왜 문제적 상황을 만들었나? 였다. 적어도 저 글은 사실관계에 입각해 쓴 것이기에 거리낄 것이 하나도 없지만, 사실을 적시해도 명예훼손은 성립되므로 오신환 의원 측이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 태클을 걸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는 그의 권리를 행사한 것뿐이다. 중간자의 위치에 서 있는 Daum의 입장도 이해한다. 이해심이 너무 넓은 걸까?
한 유명한 정치 블로거는 위와 같은 일에 환멸을 느껴 '티스토리'를 떠나기로 했다더라. 아주 간헐적으로 이런 일을 당하는 나로서는 아직까지 이 곳을 떠날 생각까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구구절절 소명을 할 생각도 없다. '게시물의 정당성을 증명하라?' 내가 왜 그래야 하지? 그걸 하지 않으면 내 글에 정당성이 상실되는 건가?
그저 이런 구질구질한 일들조차 '기록'으로 남기면 그뿐이다. 최소한 나는 부끄러운 글을 쓰지 않기 위해 애썼고, 설령 내 글에 어긋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판단은 읽는 사람들의 몫이다. 월권(越權)은 하지 않으련다. 분노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내가 생각하는 '자긍심'은 그렇게 찾는 것이 아니다.
지울 테면 지워라. 가릴 테면 가려라. 내 손을 떠난 순간, 그건 이미 내 것이 아니다. 나는 할(쓸) 말을 했고, 그걸로 됐다. 아무리 잡문(雜文)이라도, 아무리 잡문을 쓰는 사람이라 하더도 최소한의 자긍심을 잊지 않아야 하고, 그것은 이런 태도에서 발현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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