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극장

2015년 한 해동안 어떤 영화를 보셨나요?

너의길을가라 2015. 12. 2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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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어떤 영화를 보셨나요?


2015년 한 해동안 영화관에 찾은 관객의 수가 2억 명을 넘어섰다. 2013년부터 3년 연속이다. 28일까지 2억 1,521만 2,288명(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으로 지난해 지난해 2억1,507만 명을 넘어섰다.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외국영화 덕분일까? 하지만 한국영화와 외국영화는 각각 1억 관객을 동원하며 치우침 없는 균형감을 이뤘다.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는 253편이다. 지난해 217편에 비해 늘어난 수치다. 천만 관객을 기록한 영화도 <암살>, <베테랑>, <국제시장>까지 3편이나 됐다. 외면적으로 보면 한국영화는 성장을 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천만 영화 1편보다 300만 관객 영화 여러 편이 낫다'는 충무로의 말은 그저 앓는 소리(처럼 들릴 때가 많지만)가 아니다.


중박 영화가 '허리' 역할을 해줘야만 한국 영화 전체가 튼튼하게 자리매김을 할 수 있다. 몇 십 억의 돈이 '투자'되어야만 제작될 수 있는 영화라는 '산업'의 특성상 '적당한' 관객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2015년 한국영화의 성적표를 미시적(微視的)으로 들여다보면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200~300만 영화들은 고작 7편에 불과했다. 


▶ 200~300만 영화(2015년)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 3,872,015명

<스물>, 3,044,811명

<극비수사>, 2,860,786명

<탐정 : 더 비기닝>, 2,625,686명

<악의 연대기>, 2,192,525명

<강남 1970>, 2,192,276명

<뷰티 인사이드>, 2,053,162명


빈익빈부익부(貧益貧富益富), 이른바 '양극화 현상'은 영화계에도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문제제기가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영화계의 현실은 달라진 게 없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어벤져스2>는 무려 1843개의 스크린을 차지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외국 영화만 그런 것이 아니다. <암살>은 1519개, <사도>는 1290개 였다.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영화평론가 김봉석은 "국내 배급 과점 현상으로 1000만 영화는 쉽게 나오지만 중간급 영화가 사라지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시스템도 활성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6년에는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정현의 바람처럼 '작은 영화', '다양성 영화'가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날 수 있을까? 


전망은 매우 어둡다. <소수의견>은 '용산참사'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스크린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영화적 완성도에 비해 재미가 특출나다고 할 순 없지만, 적어도 38만 명에 그칠 영화는 아니었다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정권에 부담이 될 법한 소재의 영화는 배제시키는 이런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에서 영화적 상상력이 발취될 리 없다. 좋은 영화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死藏)된다면 영화 산업의 뿌리가 흔들릴 여지가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나의' 2015년 영화 결산을 해보도록 하자. 올 한 해동안 총 39편의 영화를 감상했다. 한 달에 3.25편을 본 셈이다. 40편을 채우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일정상 쉽지 않을 것 같다. <어린왕자>를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아무래도 내년 첫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아래는 39편의 영화 명단이다. (날짜는 영화 개봉일이 아니라 영화를 본 날짜이다) 


1. 상의원(1월 3일), 790,370명

2. 워터 디바이너(1월 31일), 136,134명

3.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2월 14일), 3,872,015명

4.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월 21일), 6,129,681명

5. 채피(3월 14일), 573,661명

6. 위플래쉬(3월 21일), 1,588,981명

7. 어벤져스2(4월 26일), 10,494,499명

8. 차이나타운(5월 3일), 1,472,102명

9. 악의 연대기(5월 15일), 2,192,525명

10.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5월 19일), 3,843,266 명

11. 무뢰한(5월 27일), 414,626 명

12. 투모로우랜드(5월 31일), 265,810 명

13. 극비수사(6월 19일), 2,860,786 명

14.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6월 21일), 356,342 명

15. 소수의견(6월 27일), 383,582 명

16. 연평해전(7월 5일), 6,043,784 명

17. 터미네이터: 제니시스(7월 7일), 3,240,370 명

18. 손님(7월 9일), 828,025 명

19. 인사이드 아웃(7월 18일), 4,969,735 명

20. 암살(7월 24일), 12,705,700 명

21.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8월 5일), 6,126,488 명

22. 베테랑(8월 15일), 13,414,009 명

23.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8월 19일), 43,964 명

24. 뷰티인사이드(8월 21일), 2,053,162 명

25. 오피스(9월 14일), 441,208 명

26. 사도(9월 16일), 6,246,851 명

27. 에베레스트(9월 24일), 332,180 명

28. 서부전선(9월 26일), 609,063 명

29. 탐정 : 더 비기닝(9월 28일), 2,625,686 명

30. 성난 변호사(10월 9일), 1,128,288 명

31. 마션(10월 12일), 4,880,802 명

32. 하늘을 걷는 남자(10월 28일), 238,257 명

33. 검은 사제들(11월 5일), 5,442,012 명

34. 내부자들(11월 18일), 6,919,695 명

35.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11월 25일), 654,102 명

36. 도리화가(11월 28일), 317,450 명

37. 하트 오브 더 씨(12월 9일), 809,308 명

38. 대호(12월 16일), 1,415,443 명

39. 히말라야(12월 17일), 4,220,705 명


한국영화는 총 24편, 비율로 따지면 61.5%에 이른다. 나름대로 한국영화를 사랑했다고 볼 수 있을까? (콕 집어 말하기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연평해전>, 이나 <서부전선>,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도리화가>처럼 아쉬운 영화도 있었지만, <베테랑>처럼 독보적이라 할 만큼 영화적 재미를 안겨준 영화도 있었고, <사도>나 <대호>처럼 생각할 거리를 듬뿍 안겨준 영화도 많았다.


외국영화 중에서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과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재미' 면에서 단연 돋보였다. 특히 <매드맥스>는 가히 압도적이라 할 만큼 강력한 액션과 사운드로 관객들을 홀렸던 영화라고  생각한다.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뜨거운 논쟁거리를 안겨준 <위플래쉬>와 인간의 내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이 기억에 남는다. 



2015년 박스오피스 순위표다. 20위까지만 뽑아봤는데, 그 중에 16편을 봤다. 소위 흥행했던 영화 가운데 대부분의 영화를 본 셈인데, 문득 ''작은 영화'나 '독립 영화'를 몇 편이나 챙겨봤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나 스스로도 그런 영화들을 외면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이라고 하면 지나치게 교훈적이고 계몽적인 것 같다)도 하게 됐다.


결국 이 문제는 '시스템'의 문제인 동시에 '관객들의 의지'가 함께 나아가야만 풀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더욱 시급한 것은 다양한 영화들을 애써 찾아서 보지 않아도 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간만에 찾은 영화관을 찾았는데 한 두 편의 영화가 프라임 시간대를 장악하고 있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만 했던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이처럼 대형 배급사와 멀티플렉스가 주도하는 영화계의 흐름이 바뀔 리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두손 두발 놓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 "멀티플렉스의 전횡을 막아달라"는 작은 영화의 절규가 2016년에는 줄어들기 위해서는 영화계 전체가 두 팔 걷고 나서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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