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극장

<타짜 - 신의 손>, 후속편의 멍에 그럼에도 괜찮은 오락 영화

너의길을가라 2014. 9. 6. 08:41
반응형


"타짜 투(2)? 조승우 나와? 그럼 누가 나오는데?"



"'타짜2'를 하는 순간 리스크가 많다는 걸 저도 굉장히 잘 알고 있었어요. 정말 잘해서 얻는 것보다 못해서 잃을 손해가 너무 눈에 보였던 거죠. 하지만 이런 부담감이 오히려 저를 자극했던 것 같아요. 감독님도 모험을 하고 싶었던 것 같고.(웃음)" (최승현)


많은 관객들이 <타짜 - 신의 손>을 선뜻 선택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전작(前作)의 아우라(aura) 때문이다. 최승현(T.O.P)에게서 조승우의 연기력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고, 여자 주인공(이하늬, 신세경)을 두 명이나 내세워본들 김혜수의 카리스마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관객들은 이미 알고 있다. <과속스캔들>과 <써니>를 통해 흥행 감독으로 자리잡은 강형철 감독이지만, 타고난 이야기꾼인 최동훈 감독의 맛깔스러운 연출력은 넘볼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결국 <타짜 - 신의 손>이 내세울 수 있는 카드, 아니 살아남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수단은 전작의 아우라를 넘어서려는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정면 대결이 아니라 에둘러 가는 것 말이다. 욕심을 버린 순간 길이 보인다고 했던가? 기대치가 떨어진 채 영화관을 찾은 관객은 오히려 <타짜 - 신의 손>에게 반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우선, 주인공의 연기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있을 잠재적 관객들에게 안심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어차피 조승우와 김혜수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 타짜>에서 조승우와 김혜수의 조합이 농밀한 욕망을 그려냈다면, 최승현과 신세경은 풋풋하고 순수한 사랑을 지향한다. 또, 이하늬는 섹시하면서도 코믹스러운 모습을 섞어 부담감 없이 연기해냈다. 적어도 세사람의 연기 때문에 몰입도가 떨어졌다는 뒷말은 나오지 않을 만큼 캐릭터를 충실히 소화해냈다.



비교적 젊은 연기자들로 구성된 조합과 웹툰을 연상시키는 다소 발랄한 연출로 인해 자칫 한없이 가벼울 수 있었던 극의 무게 중심을 곽도원(장동식)이 확실하게 잡아 주었다. <변호인>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고문 경찰 차동영 경감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던 그는 이번에도 극악한 사채업차 장동식 역을 완벽하게 연기했다. 영화가 다소 느슨해질 때마다 곽도원의 존재감은 긴장의 끈을 다시금 팽팽하게 만들었고, 이는 관객에게 '다시 집중해'라고 외치는 듯 했다.


시나리오에 대해선 '무난'하다는 평가 정도밖에 줄 수 없을 것 같다. 오락 영화답게 다양한 에피스드가 화려하게 수놓아지고, 딱히 트집을 잡을 수 없을 만큼 부드럽게 전개되어 간다. 또, 복수와 반전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강렬한 임팩트를 주진 못한다.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심장이 뛰는 정도까진 아니다.



그렇기 때문일까? <타짜 - 신의 손>은 다소 지루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47분이라는 러닝 타임은 아무래도 좀 길게 느껴졌다. 또,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아귀(김윤석 분)'와 '장동식(곽도원 분)', 그리고 '대길(최승현 분)'의 목숨을 건 한판 승부는 그 신이 갖는 중요성에 비해서 엉성했고 아쉬웠다. 부풀어 올라 '뻥!' 터지기만 기다렸건만, 바람이 쉭쉭 새어버렸다고나 할까? 충족되지 못한 기대감으로 인한 허탈감이라고 말하면 될까?


그럼에도 <타짜 - 신의 손>은 추석 연휴에 즐길 수 있는 오락 영화로서는 괜찮은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타짜 - 신의 손>을 보는 기쁨과 행복은 신 스틸러(scene stealer)들의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수희, 박효주, 이경영은 언제나 그렇듯 '평균 이상'은 해주는 배우들이고, 오정세와 김인권도 기존의 코믹 이미지를 벗고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역시 가장 압권은 유해진(고광렬)이라고 할 수 있다. 고광렬은 전작인 <타짜>와의 연속성을 알리는 연결고리인 동시에 대길(최승현 분)을 성장시키는 스승의 역할을 담당한다. 또, <타짜 - 신의 손>에서 유일하게 따뜻함과 웃음을 담당한다. 유해진은 자신이 등장만으로도 관객을 웃음 짓게 하고, 극에 몰입하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배우라는 것은 <해적>에 이어 또 다시 증명해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을 각색해서 영화하는 것과 성공한 전작의 후속편을 만드는 것은 모험 중의 모험이다. 대개는 실패에 그친다. <타짜 - 신의 손>도 그런 맥락에서 볼 때는 분명 실패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추석 연휴와 함께 할 오락 영화로써 <타짜 - 신의 손>을 즐기고자 한다면 딱히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