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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프닝? 신비주의 탓? 오보로 확인된 '임수정 결혼설'을 대하는 태도

너의길을가라 2016. 5. 1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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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각종 포털 사이트의 '연예' 면을 뜨겁게 했던 배우 임수정의 '5월 결혼설'은 '오보(誤報)'로 결론이 났다. 최초 보도를 했던 기자가 동명이인(同名異人)인 가수 임수정(시현)의 결혼 소식을 배우 임수정의 결혼식으로 오인(誤認)해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황당한 일이다. 당사자는 당혹스러운 상황을 맞이했고, 축하 인사를 건넸던 수많은 누리꾼들은 순간 머쓱해졌다. 그렇게 사건은 일단락 됐지만, 이번 일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겨도 되는 걸까?



"그렇지 않아도 아침에 제가 결혼한다는 기사가 났다고 해서 '제가요?' '누구랑요' '설마요'라고 했었다" (임수정)


'해프닝'만 남았다. 기사는 사라지고 없다. 포털 사이트에서도 그 언론사의 홈페이지에서도 기사를 검색할 수 없다. 지인이 받은 청첩장을 보고 섣불리 기사를 쓴 기자가 누군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기사를 고스란히 받아쓰기 했던 수많은 기자들도 사라졌다. 그래서 찾아봤다. 그리고 기자의 이름과 언론사를 공개한다. 기사의 (임수정에 대한 설명이 담긴 후반부를 제외한) 전문도 싣는다. 


[단독] 임수정, 5월 치과의사와 결혼한다


[스포츠조선 김겨울 기자] 배우 임수정이 5월 결혼한다. 임수정은 오는 28일 양가 친인척 및 가까운 지인들만 모인 가운데 비공개로 결혼식을 올린다. 임수정의 예비 신랑은 훈훈한 외모를 지닌 동갑내기 치과의사로 알려졌으며, 두 사람은 첫 만남부터 서로에게 깊은 호감을 느껴오다, 지난해 결혼을 약속했다. 임수정은 지난해부터 영화 '은밀한 유혹'과 '시간이탈자' 등 바쁜 촬영 틈틈이 예비 신랑과 사랑을 키워온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을 잘 아는 측근은 스포츠조선에 "처음 예비 신랑이 연예인과 사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예비 시부모 입장에서 부담을 가졌다고 하더라. 하지만 차분하고, 소탈한 인품을 지닌 임수정을 직접 만나보고, 신랑 측 부모도 매우 흡족해했다고 하더라"며 "이 커플을 보고 있으면, 서로 아껴주고, 사랑하는 게 느껴질 정도"라며 "서로 생각도 비슷하고, 마음 씀씀이도 닮았다"고 전했다. 임수정은 올 초 소속사 공백을 깨고, CJ E&M 출신들이 만든 신생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YNK와 전속계약을 할 당시에도 결혼 후에도 연기자로서 활동을 이어갈 부분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랑스럽게 [단독] 딱지를 붙인 <스포츠조선>의 김겨울 기자는 (읽어보면 알 수 있겠지만) 상당히 '구체적으로' 임수정의 결혼 소식을 보도했다. 5월 28일이라는 날짜부터 예비 신랑의 직업, 상견례와 시부모의 반응까지 위 기사는 완벽한 구성을 갖추고 있다. <OSEN>의 박현민 기자는 "이처럼 구체적인 사실 기재에 모두가 '혹' 할 수 밖에 없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래서 의심이 없었다"고 스스로도 속았음을 고백했다. ([Oh쎈 레터] '아니면 말고?'..무책임한 열애·결혼보도)


'소스(지인의 청첩장)'를 확보했다면 그 다음에 할 일은 '취재(확인)'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쓴 글은 '소설'일 뿐이다. 결혼 날짜나 예비 신랑의 직업, 시부모의 반응은 동명이인을 착각한 것이기에 이를 감안하고 읽는다면 이해가 되지만, "임수정은 지난해부터 영화 '은밀한 유혹'과 '시간이탈자' 등 바쁜 촬영 틈틈이 예비 신랑과 사랑을 키워온 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은 기자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거짓' 문장이다.



'온라인(더 엄밀하게는 포털 사이트)'을 통해 뉴스가 공급 · 소비되는 현재의 보도 시스템은 '정확도'보다는 '속도'에 민감하다. 언론사들과 기자들의 입장에서는 '더 빨리' 기사를 띄우는 '상대적 우위가 중요하다. 갈수록 '단독'과 '최초'에 목숨을 걸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취재'를 통해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박현민 기자의 말처럼 '과감하게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데, 다만 그것을 '십분 이해'하는 건 다른 문제다.


정확하지 않은 기사에서 비롯된 '혼란'에 대해 기자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 언론사도 마찬가지다. 자성의 목소리는 희미하다. 굳이 해당 언론사와 기자의 실명을 명기한 것은 그 때문이다. 사실 더 어처구니가 없는 건 '반성'은커녕 되레 '콧방귀'를 끼는 어떤 기자의 글이다. <엑스포츠뉴스> 김경민 기자의 [XP초점] 임수정 '결혼설', 과도한 신비주의가 낳은 해프닝은 모든 책임을 임수정 개인에게 돌리고 있다. 기사를 좀 살펴보자.



"배우 임수정이 결혼설로 몸살을 앓았다. 하지만 이는 대한민국의 마지막 신비주의 배우로 고고하게 남고 싶었던 임수정과 소속사가 자처한 해프닝인 셈이다." 첫 문장에서 '비아냥'이 느껴질 정도다. 도대체 임수정과 소속사가 무엇을 '자처'했다는 것일까? 김경민 기자는 "소속사 또한 바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소속사 측의 첫 반응이 "처음 듣는 일"이라는 것이었다며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는 것이다. 


당연히 임수정은 '결혼 계획'이 없는 상태이므로 소속사 측으로선 '처음 듣는 일'이라 대답할 수밖에 없었을 텐데, (자초지종을 파악한 후에도) 그것을 '황당한 답변'이라 쓴 기자의 생각이 황당할 따름이다. 그러면서 '두 명이나(두 명에 '이나'라는 보조사를 붙여야 하는 걸까?) 되는 고위 관계자들은 누구도 연락을 받지 않았'다며 성토한다. 고위 관계자들이 기자들의 전화에 재깍 응답해야 하는 의무라도 있나? 


사실관계 파악에 바빴을 수도 있고, 개인적인 용무 때문에 연락이 안 됐을 수도 있었을 텐데, 이마저도 문제 삼는 기자의 '꼰대 정신'이 놀랍다. "결국 40여분이 지나서야 소속사는 "사실무근이다"라는 입장을 내놨다"면서 "요즘 같은 시대에 전화 한 통화, 문자 메시지 한 통이면 해결되는 내용을 정리하는데 40분이나 걸린 셈"이라 타박하기까지 한다. 기자의 '조급증'이 병원에 가야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 같다.



소속사에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선 임수정과 연락을 취해야 했을 것이다. 물론 그 연락은 전화 한 통화나 문자 메시지 한 통이면 해결된다. 하지만 임수정이 항상 휴대 전화를 붙들고 사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사생활이라는 것이 있다. 잠을 잤을 수도 있고,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했을 수도 있고, 지극히 사적인 일들을 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24시간 동안 소속사의 전화를 항시 대기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


오히려 40분이면 상당히 '빨리' 해결된 것 아닌가? 김경민 기자는 기사의 말미에 "소속사가 다른 연예인의 열애설에 대해서도 다른 두 소속사가 논의를 해 공동보도자료를 배포하는데 까지 불과 20분이 걸린 사례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부족한 대처"라고 꼬집었는데, '20분'과 '40분'에 얼마나 큰 차이가 존재하는지 의문스럽다. 게다가 촌각을 다투는 국가적 사태도 아니고 한 배우의 '결혼 소식'에 대한 진의를 가리는 데 말이다.



그러면서 이 '연락 안 됨'을 '시대착오적인 필요 없는 신비주의 전략'의 탓으로 귀결시키는 놀라운 논리적 전개를 선보였다. 그것이 '전략'인지 배우의 개인적인 특성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배우(연예인)이 자신의 '자연인 상태'를 드러내지 않는 것을 두고 타박하는 건 잘못된 일이다. '조금 더 공개해주세요'라고 요청할 수는 있겠지만, 이를 두고 '잘잘못'을 가리는 건 미개하게까지 느껴진다.


'체크'조차 하지 않고 기사를 내보내는 신중치 못한 기자나 언론사, 배우의 사생활에 대한 그 어떤 존중도 보이지 않는 '관음증'을 앓고 있는 피핑 톰(Peeping Tom) 같은 기자들이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고 언론에서 '서식'하는 한 '임수정 결혼설'과 같은 해프닝은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것이다. 더 씁쓸한 것은 그것을 '해프닝' 정도로 취급하고 넘어가고야마는 무너진 언론의 잔재를 확인하는 뒷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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