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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마이 프렌즈>, 노희경 작가가 숨겨놓은 복선들을 찾아보자!

너의길을가라 2016. 5. 18.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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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그려내는 작가, 노희경이 이번에는 '시니어(혹은 꼰대)'들의 이야기로 돌아왔다.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살아있다"고 외치는 '황혼 청춘'들의 인생 찬가를 그린 tvN <디어 마이 프렌즈>는 1회 시청률 4.895%, 2회 시청률 4%(닐슨코리아)로 준수한 출발을 알렸다. 신구, 김영옥, 김혜자, 나문희, 주현, 윤여정, 박원숙, 고두심, 고현정, 신성우, 조인성, 이광수, 성동일 등 출연 배우들의 '라인업'은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이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힘은 단연 '노희경'으로부터 나온다.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좋은 작품은 이미 많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이번엔 어른들을 관찰하고 싶었어요. 포장하지 않은 모습 그 자체로요. 그 과정을 통해 우리 곁에 있는 어른들에 대한 진짜 이야기를 담을 수 있게 됐죠" (노희경 작가)


그렇다면 도대체 왜 '꼰대'일까? 노희경은 7일 방송된 <디어 마이 프렌즈 미리보기>에서 "이들은 돈이 되지 않으니까, 이들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으니까"라고 운을 띄웠다. 드라마 제작의 현실을 지적하면서, 노인에 대한 사회적 시선까지 함께 언급한 대목이었다. 이어서 그는 "근데 이제 문득, 진짜 그런가, 진짜 안보나?"라고 반문하더니 "한 번 해보자. 저질러 보자가 첫 번째였고, 그걸 받아준 방송사가 있었고, 고마운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디마프>는 노희경의 새로운 도전과 새로운 드라마 강국으로 자리매김한 tvN의 실험정신이 더해진 결과였다. 노희경은 다른 인터뷰에서 "'나이가 있는 사람은 치열하지 않다. 도전하지 않는다'는 편견에 휩싸여 있는데, 그 편견을 깨주고 싶었다"며 숨겨진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그 편견은 왜 잘못됐는가? 노희경은 "황혼의 청춘 시기가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고, 그 치열함이 충분히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장 목숨이 오늘 또 내일 끊어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드라마의 핵심적인 '소재'이자 '주제 의식'인 '꼰대'들에 대해선 차차 이야기를 풀어놓을 기회가 있을 테니, 이번 글에선 노희경이 잔뜩 던져 놓은 '떡밥'들을 몇 가지만 짚어보기로 하자. 갑자기 웬 떡밥이냐고? 노희경의 전작들을 봤다면 잘 알고 있겠지만, 그의 드라마에는 시청자들의 허를 찌르는 충격적인 '반전'이 숨겨져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탄탄한 극본'과 '촘촘한 복선'으로 그 반전을 시청자들에게 철저히 '설득'하고 만다는 것이다.



가령, KBS2 <굿바이 솔로>, JTBC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SBS <괜찮아, 사랑이야> 등에서 보여줬던 섬세한 '짜임새'는 보는 이들의 '찬사'를 자아내지 않았던가? <디마프>라고 다를까? '시니어'들을 다룬다고 다를까? 그렇게 '허술하게' 생각했다간 큰코 다치기 십상이다. 1, 2회만으로도 엄청난 떡밥이 던져졌고, '눈치'를 챈 시청자들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우선, 이 드라마는 '박완(고현정)은 알고 있다'에서 시작된다. 드라마 속에서 박완은 내레이션을 통해 스스로를 드러내는 '화자'인데, 드라마 속 박완의 직업은 '작가'이다. 박완의 엄마 난희(고두심)는 그에게 틈 날 때마다 말한다. '자신의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로 써보라'고. 아예 제목까지 지어준다. "엄마의 늙은 친구. 디어 마이 마더 올드 프렌드! 즌가?" 그럴 때마다 박완은 "그래봤자, 막장이지"라며 코웃음을 치지만, 그가 결국 엄마의 친구들을 '소설'로 담아냈음을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러므로 '미래'에서 온 박완의 내레이션은 그 자체로 복선이다. 조희자(김혜자)와 문정아(나문희)가 영화 <델마와 루이스>를 보는 장면에서 깔린 박완의 내레이션을 들어보자. "아마 그때, 희자 이모와 정아 이모는 며칠 후 자신들이 세상에서 쓰레기처럼 버려진 델마와 루이스 같은 처지가 되리라곤,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델마와 루이스>의 두 여성이 여행을 떠나 우연찮게 범죄를 저지르고 끝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이 장면은 '전율'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희자와 정아는 둘도 없는 '절친'이다. "치매면 병원 가"라고 말하는 정아에게 희자는 "같이 가. 난 남편도 없고, 자식보다 너니까 네가 같이 가줘야지"라고 말한다.) 또, 공교롭게도 두 인물은 극 중에서 가장 극단적인 변화를 경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아는 '짠돌이'이자 '잔소리쟁이'인 남편 석균(신구)가 한 약속만 철석같이 믿고 지긋지긋한 '오늘'을 견디며 살아간다. 그 약속은 바로 '세계여행을 떠나자'는 것이다. 


"우리 언제 세계 여행 가?"라고 묻는 정아에게 석균은 대꾸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 "나 이번주 도로 연습 끝난다. 우리 세계 여행 차로 가자"는 말에 "그러다 뒤져"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하기도 한다. 박완의 내레이션에서도 확인할 수 있고, 석균의 대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석균과 정아가 함께 세계여행을 갈 확률은 현재로선 '제로'에 가깝다. 아직까진 그 약속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지만, 그 환상이 깨지게 되면 정아가 어떻게 돌변할진 아무도 알 수 없다. 




한편, 희자의 남편은 '옷장'에서 사망했다. 자세한 이유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이 또한 떡밥이다.) 자식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듣던 희자는 "형수, 방금 뭐라 그랬어요?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셔야한다고?"는 민수(이광수)의 이야기에 충격을 받은 그녀는 '홀로서기'에 나선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희자는 계속해서 '이상한 소리'를 한다. '치매'를 의심하지만, 병원에서는 '망상 장애'를 진단 받는다. 그렇다면 이제 헷갈리기 시작한다. 아들인 민수는 '현실'일까, '망상'일까?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정신 분열(강우와 이야기하던 재열이 '혼자' 활짝 웃으며 달려가던 장면은 얼마나 소름 돋았던가!)'을 다뤘던 노희경이 이번에는 '망상 장애'를 통해 인간의 깊은 내면을 그려낼까? 그리고 <델마와 루이스>의 두 여성처럼 희자와 정아는 둘만의 (세계) 여행을 떠나게 될까? 앞으로 두 시니어들이 겪게 될 갈등과 그로 인한 변화들이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궁금하다. 부디 '비극'은 아니기를 바라본다.




이번에는 '조각'처럼 등장하는 서연하(조인성)에 대해 얘기해보자. 딸의 집을 찾아 온 난희는 박완에게 "세상 모든 놈들은 다 돼도 두 종류 놈은 안돼. 유부남, 그리고 너희 삼촌처럼 장애인"이라고 말하고, 순간 박완의 얼굴은 굳어버린다. 이 짧은 대사에 참 많은 내용들이 담겨져 있다. 허투루 들어선 안 되는 것이 분명 노희경은 '유부남'과 '너희 삼촌'과 '장애인'에 대해 '모두' 얘기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유부남'은 출판사 대표이면서 편집국장인 한동진(신성우)를 가리킬 것이 분명하다. '서연하 - 박완 - 한동진'은 묘한 삼각관계를 구성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특별히 언급할 내용은 없다. '너희 삼촌'은 이영원(박원숙)이 난희의 엄마(김영옥)를 찾아갔을 때, 밭에 엉덩이를 댄 채 앉아 일을 하는 장면을 통해 '등장'했는데, 그가 다리와 관련한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은 확실해보인다. 대사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이는 노희경이 굳이 너희 삼촌'처럼'이라고 썼다면, 서연하가 다리 쪽에 장애가 있을 거라 짐작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박완과 서연하는 컴퓨터(노트북)를 통한 영상 통화로 연락을 취하는데, 화면에는 서연하의 '얼굴'만(그것도 애타라고 살짝씩 보여주지만) 보인다. 결정적인 '힌트'는 서연하의 대사에 담겨 있다. 서연하는 박완에게 두 사람의 추억이 담긴 영상과 함께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그 사진 속 내 다리 진짜 훤칠하지? 잘 뻗었지, 내 다리? 말해봐. 내 다리 멋지냐고 묻잖아. 완아? 박완 씨?"라고 말한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서연하와 '에브리데이 연애'를 하기 위해 "엄마에게 맞아 죽을 각오하고, 결혼 포기하고 동거(를) 선택"할 정도로 그를 사랑했던 박완, 두 사람이 '헤어진 이유(박완은 그 이유를 "순하게 살다 지쳤나 보지, 변할 일이 있었나 보지"라고 한 차례 언급했다)'가 위에서 언급한 '복선'과 연관이 짙어 보인다. 행복했던 추억과 교차되는 박완의 눈물에서 그들이 얼마나 아프게 이별했는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 절절한 사랑에 시청자들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게 될까. 


꽤나 많은 등장 인물들과 그 인물들 간의 복잡히 얽히고설킨 관계를 설명하느라 1, 2회를 '왁자지껄' 후다닥 진행했던 <디마프>는 이처럼 굵직한 복선들을 이곳저곳에 깔아놓았다. 글에서 담아내지 못한, 필자가 눈치채지 못한 '복선'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디마프>와 함께 하는 시청자로서는 그 장치들을 미리 찾아가는 재미와 함께 뒤늦게 알게 된 후 '아, 그랬구나!'라며 탄식하게 되는 재미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그저 노희경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마음 편히 그리고 즐겁게 감상하기만 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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