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백종원의 골목식당' 톺아보기

참담한 자영업의 현실 속 백종원의 노력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

너의길을가라 2018. 10. 11.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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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 해 동안 신규 창업자 수는 128만 5000명이었다. 2016년 122만 7000명에 비해 4.7%가 증가한 숫자다. '자영업의 위기'라는 말이 식상할 만큼 일반상식이 됐음에도 여전히 창업은 계속되고 있다. 놀랍게도 늘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가게를 차리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절박함일까, 아니면 '남들은 망해도 내가 하면 다르다'는 착각(혹은 망상)일까. 


요식업으로 범위를 좁혀 이야기를 해보자. 2017년 음식점 자영업의 폐업률은 90%(정확히는 91.9%)를 넘어섰다. 물론 이 공포스러운 통계는 정확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쓰인 '폐업률 90%'는 10곳의 자영업 중에 9곳이 페업했다는 뜻이 아니라 10곳이 문을 열 때 9곳이 문을 닫았다는 의미다. 이름 탓에 헷갈리긴 하지만, 어찌됐든 결론은 엄청나게 많이 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통계를 살펴보자. 대한민국 요식업의 2년 생존율은 42.3%(2015년 기준)다. 기준을 5년으로 늘리면 17.9%로 뚝 떨어진다. 그 생존율이라는 것도 지난 10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분식집 사장님처럼 손님이 없어 가게를 내놓았으나 팔리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계속 장사를 하고 있는 가게도 포함될 테니 다소 부풀려진 값이라 봐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도 결론은 역시 심각하게 많이 망한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단순히 숫자로 보면 피부에 와닿지 않을 수 있다. 당신을 포함해 입사 동기가 10명 있는데, 2년 후 6명이 고꾸라지고, 5년이 지나면 2명밖에 남지 않는다고 생각을 하면 어떨까. 물론 그 2명에 당신이 포함될 거란 보장은 결코 없다. 어떤 창업 전문가는 "요식업 창업은 폐업률이 높지만, 그만큼 성공의 가능성도 높은 업종"라고 했다는데, 틀린 말은 아니더라도 이런 식으로 부추길 일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일까.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여러모로 고마운 프로그램이다. 실제로 백종원이 사람을 여러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그가 자영업과 관련한 구조적인 문제들, 이를테면 경제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자영업자의 수, 프랜차이즈의 경우 본사와의 갑을 관계에서 불합리한 관행, 임대료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면서 수익 구조가 무너지는 악순환 등을 해결할 순 없다. 그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다만, 장사의 신(神)이라 불리는 그가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요식업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수는 있을 것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요식업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나 심층적인 고민 없이 단순히 의욕만으로 일단 가게부터 차리고 보는 경우가 허다하게 많기 때문이다. 충분한 숙련 기간을 거치지 않았으니 노하우가 있을 리 없고, 결국 앞서 살펴봤던 참담한 통계의 주인공이 되고 마는 것이다. 



"자신이 없어서 그만 하려고요."

"그러면 차라리 이 길에 들어오지 말았어야죠, 애초부터. 일단 들어왔으면 끝장을 봐야지. 식당하면서 최후의 계산은 포기인데, 가게를 그만하실 것까지 생각하신 분이 뭘 못하겠어요. 같이 노력하면 돼요. 들어올 땐 들어와도 나갈 땐 맘대로 못 나가요."

"어디가서 내가 배워가지고 오려면 몇 년이 걸리잖아요. 그걸 단축시켜 주시겠다는 얘기잖아요. 그럼 한번 죽기 살기로 배워봐야죠."


서울 강동구 성내동 만화거리 골목의 중식집 사장님이나 분식집 사장님에게 '백종원'은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과 같은 존재다. 자기 딴에는 요리를 좀 한다고 생각해서 요식업에 뛰어들었지만, 집에서나 통하던 그 맛이 손님들에게까지 먹힐 리가 없다. 그걸 냉정하다고 말할 일은 아니다. 돈을 주고 음식을 사먹는 사람들에게 한 끼 식사의 맛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니까 말이다. 


게다가 요리를 제대로 배우지 않아 아예 기본이 없었다. 중식집의 경우, 고기를 며칠씩 보관해 냄새가 날 지경이었고, 플라스틱 채를 사용해 면발을 식혔으며, 온도가 낮은 가정용 튀김기로 탕수육을 튀겼다. 당연히 맛도 없었다. 분식집은 더 심각했다. 잔치국수를 맛본 백종원은 단박에 '맛없어!'라고 외쳤고, 떡볶이도 간이 전혀 맞지 않았다. 백종원은 '감기 걸린 엄마가 해준 맛'이라고 혹평했다. 맛은 없는데 정만 넘친다는 말이 참 슬펐다.



이러한 모습이 요식업 자영업자들의 '현실'일 것이다. 분식집 사장님을 보면서 조보아가 눈물을 흘렸듯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일종의 교과서처럼 기능하고 있다는 점이다. 백종원이 대한민국의 모든 식당을 일일이 방문하며 솔루션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열의가 있는 수많은 자영업자들이라면 분명 방송을 보면서 반면교사를 삼고 있을 것이다. 


물론 백종원의 솔루션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닐 것이다. 또, 백종원의 프랜차이즈 식당들이 골목에 우르르 진출하면서 골목상권의 생태계를 망가뜨렸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다만, 그의 이중성을 비난하기 앞서 그가 자선사업가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이렇듯 백종원을 향한 여러 비판들이 상존하지만, 그가 골목식당들을 살리기 위해 쏟는 노력들마저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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