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지쳐가는 사람들, 하지만 아직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너의길을가라 2014. 4. 29.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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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4일이 지났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미 지쳐가고 있다. 그럴 만도 하다. 안산 단원고 2학년 전모 군의 어머니는 사건 소식을 접하자마자 '내일까지 쉽니다'라는 메모를 붙여두고 발걸음을 진도로 재촉했었다. 금세 구조해서 돌아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을 것이다. 단 한 명의 아이들도 구조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 시간만 흘러가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선체 인양해 시신이라도 찾자 vs 객실 반도 안뒤져..무슨 소리 <매일경제>


지난 주말부터 날씨가 다시 악화되기 시작했다. 파도는 높아졌고, 조류도 빨라졌다. 수색구조작업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황은 어려워졌다. 잠수부들의 사정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잠수부들은 사실상 탈진 상태에 빠졌고, 부상자도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악조건들이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선체 인양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 <연합뉴스>에서 발췌 - 


실종자 가족들 중에서도 "배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힘들다는데 무작정 찾아달라고만 할 수 없는 노릇 아니냐. 인양과 수색을 동시에 할 수 있다면 그쪽이 나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인양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내심 반가울 것이다. 어차피 정부로서는 오래 끌어서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인양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훨씬 더 높다. 현재까지의 수색 작업을 정리해보면, 세월호 객실 111개 중 35개 객실에 대한 수색이 완료된 상태이다. 아직 1/3 정도밖에 진행되지 않았다. 실종자 가족들이 "인양을 하면 옆으로 누워 있는 배를 세우면서 애들 다 떠내려가는 것 아니냐. 충격 때문에 몸에 상처라도 나면 어떡하냐"고 주장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또, "정부가 분명히 '마지막 한 명을 찾을 때까지 수색을 계속하겠다'고 했는데 이제와서 그러면 안 되지, 안 돼"라며 정부가 했던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 <연합뉴스>에서 발췌 - 


헌데, 지쳐가는 것은 실종자 가족이나 잠수부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들도 서서히 지쳐가고 있다. 


몇일 전부터 모든 뉴스를 끊었습니다...


매일 매일 잊지 않고 컴퓨터로 보던 JTBC 9시 뉴스도, 뉴스타파, 고발뉴스, 팩트TV도 더 이상 보지 않습니다... 아니 차마 볼 수가 없습니다... 너무나 처참하고 비겁한 우리 모습에 눈길을 줄 수가 없습니다..


(중략)


뉴스를 보기 힘듭니다... 

볼 수가 없습니다... 

컴퓨터 화면 위의 활자, 소리, 영상 그 모든 것들이 날카로운 칼처럼 가슴을 찌릅니다... 

언제 편안한 마음으로 웃으면서 뉴스를 볼 수 있을지... 

그런 날이 올지...


지난 28일, 아고라에는 며칠 전부터 모든 뉴스를 끊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정말이지 가슴 깊이 공감이 됐다. 반복되는 뉴스들을 계속해서 본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게다가 반가운 소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슬프기만 한 뉴스들이 아닌가. 지금은 조금 비중이 줄었지만, 여전히 방송사들은 많은 시간을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이야기에 할애하고 있다. 대부분 같은 내용의 반복, Ctrl + C 와 Ctrl + V 를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치는 것은 당연하다. 



- <티브이데일리>에서 발췌 -


이제 곧 예능 프로그램들이 정상화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애도 기간이라 미뤄졌던 갖가지 행사나 기획들도 다시 시작될 것이다. 또, 그래야만 한다. 언제까지고 유예할 순 없는 노릇이 아닌가. 물론 그렇게 되면 분위기는 급격히 바뀔 것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세월호 참사'가 이대로 잊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이 불편한 뉴스들과 게속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가십성 기사들과 뒤섞인 채 뒤죽박죽이 된 소위 공영방송과 종편의 것과 마주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오로지 진실을 좇고 있는, 양심적인 언론인들이 만드는 뉴스와 함께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사건이 벌어지게 된 진짜 원인들을 찾는 일을 멈춰선 안 된다. 또, 그 진실을 파헤치고자 노력하고 애쓰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격려해야 한다. 무너져 버린, 시스템이 붕괴된 대한민국을 바로 잡는 일을 외면해선 안 된다. 지루한 과정이 이어지겠지만 결코 포기해선 안 된다. 꿉꿉하고 힘들겠지만, 이를 견뎌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잊어서는 안 된다. 



- <오마이뉴스>에서 발췌 - 


지쳐버린 사람들은 도피처를 찾는다. 회피하고 외면하고 싶어진다. 한바탕 웃어젖히고 싶어진다. 그래야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잠시 동안의 휴식이 필요하다면 조금 마음을 추스릴 시간을 가지길 권하고 싶다. 그런 시간을 갖는 것에 죄책감을 갖지 않길 바란다. 또 다른 일보(一步)를 걷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발터 벤야민의 말처럼, '그때그때의 일보만이 진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우리가 내디뎌야 할 것은 '2보도 3보도 n+1보도'도 아닌 지금의 일보다. 조급해하지 말자. 살의 일상을 회복하면서도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응축된 분노와 슬픔을 무의미하게 소비하지 않을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기본이 바로 선 대한민국, 상식이 통용되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다시 움직여야 한다. 


수 백 명의 죽음으로도 바뀌지 않는다면, 그런 대한민국에 무슨 미래가 있단 말인가? 다음은 수 천 명인가? 외면하면 안 된다. 고통스럽더라도 직시해야 한다. 수 백 명의 아까운 죽음, 그 억울한 죽음들을 헛되이 해서는 안 될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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