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옛날 버릇 나온 연예부 기자들과 충격 상쇄용 아이템, 타깃은 연예인?

너의길을가라 2014. 4. 27.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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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가장 만만한 것은 '연예인'이었다. 국민들의 시선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을 때마다 연예인의 마약 · 도박 · 성매매 사건들이 하나 둘씩 터져나왔다. '기획'됐다는 의혹을 불러 일으킬 만큼 타이밍은 항상 절묘했다. 검찰에서 연예인 관련 사건을 '묶혀두고 있다가 시기를 봐서 터뜨린다'는 것은 관련자를 통해서도 이미 나온 이야기다. 물론 그 범죄들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 타이밍과 의도가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정권에서부터 연예인들을 정부의 방패막이로 사용해왔음은 필자와 당신만 아는 이야기는 아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드라마와 예능은 올스톱 됐다. (지난 25일, MBC는 '사남일녀' '나 혼자 산다'가 정상 방송했다. 차츰 예능도 정상화되고 있는 추세에 있다.) 또, 여건상 어쩔 수 없이 강행할 수밖에 없었던 경우도 있었지만, 많은 가수들이 콘서트 등의 행사를 연기했다. 영화 쪽도 마찬가지였다. 가급적 요란스러운 행사를 자제했고,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드라마와 예능을 보면서 '감상문' 수준(도 되지 않는)의 기사를 쏟아내던 가십 기자들, 연예인들이 출현하는 행사장에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어 올리던 가십 기자들은 즉시 할 일을 잃었다. 오죽했으면 '기레기'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그런 가십 기사들이 사라지고 나서 인터넷 공간이 뿌연 중국발 황사가 사라진 새파란 하늘처럼 맑았다고 한다면 이를 과장(誇張)이라고 할 수 있을까?



- <리뷰스타>에서 발췌 - 


러던 중 연예부 기자들에게 '할 일'이 주어졌으니 바로 연예인의 조문 행렬과 기부 소식이다. 누가 분향소에 다녀갔는지, 누구와 누가 함께 왔는지, 어떤 연예인이 기부를 했고, 얼마를 했는지 시시콜콜 보도되기 시작했다. 이는 연예부 기자들이 기존에 해왔던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 언론 시사회나 패션쇼 등에 참석한 연예인의 사진을 찍어서 온갖 선정적인 제목을 붙여왔던 것과 무엇이 다른가.


분명 연예인들은 '선의'에 입각해서 한 조문과 기부였을 것이다.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그 사랑으로 직업적인 활동을 하기 때문에 국가적인 불행이 닥쳤을 때, 기부를 통해 마음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정말 고맙고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여기에 기자들이 뛰어들자 분위기가 요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기자들의 보도는 '기부를 한 연예인(조문을 한 연예인)= 개념 연예인'이라는 공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또, 기부액을 보도하면서 그 금액으로 줄 세우기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기부는 순전히 자의에 의한 것이다. 또, 그래야만 그만큼의 값어치가 있다. 하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기부(혹은 조문)를 강요하고 있는 듯 하다. 이는 매우 폭력적인 일이다. 이렇게 되면 다른 이들도 떠밀려서 혹은 이름을 알리기 위한 꼼수로 기부(혹은 조문) 행렬에 참여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어떤 방송인은 '인증샷(처럼 여겨지는)'을 올리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이처럼 설령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오해를 사게 되는 일도 생겨나게 된다. 




- <세계일보>에서 발췌 - 


한편, 지난 26일 <YTN>은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에 빠져 있는 가운데 방송인 이경규씨가 골프를 쳐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앵커는 "세월호 침몰 참사로 연예계에서도 애도와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경규씨의 골프는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앵커의 바람과는 달리, 논란이 이는 것은 '이경규의 행동'이 아니라 '<YTN>의 부적절한 보도'였다. 


많은 사람들이 교장 선생님이 될 사람들이 해외 연수를 떠날 궁리를 하고 있었던 것에 분노했던 것은 그들이 학교와 학생을 책임질 '교장'이 될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은 경기도 교육청 소속이 아니었던가. 또, '폭탄주 술자리'에 참석한 새누리당 유한식 세종시장 후보(현 세종시장)에 분노하고, 새누리당 유정복 인청시장 후보가 추모 기간 중에 선거운동을 벌인 것에 분노하는 까닭은 이들이 '공인'이이거나 '공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정복 후보는 한 달 전만 해도 안전행정부의 장관이었다. 


하지만 이경규는 공인이 아니다. 그는 단지 유명인일 뿐이다. 물론 그 유명세 만큼 조심을 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그가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닌 이상 단순한 취미 생활까지 제재할 근거는 없다. 언론의 행태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개인의 취미 생활까지 간섭을 하려 들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가슴 아파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루 24시간을 침울하게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랬다간 5천 만 국민이 모두 만성 우울증에 빠질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일상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미안한 마음을 안고 어찌됐든 살아가야 한다. 누군가는 운동을 하거나 영화를 보는 등 여가 생활을 즐겨야 하고, 누군가는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떠나야 하는 것 아닌가?




<YTN>에게 묻고 싶다. 언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가? 연예인들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며, 그들에게 공인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잣대로 재단하는 것인가? 마치 '먹잇감'을 던져면서 '자, 물어 뜯어'라고 하면 국민들은 그에 부합하듯 달려들어 열을 올려야 하는 것인가? 분노의 흐름을 또 다시 연예인에게로 돌리고자 하는가? 


이경규에 대한 <YTN>의 보도를 보면서, 해수부의 위기대응 매뉴얼을 떠올린 건 필자뿐이었을까?  어처구니 없게도 해양수산부의 위기대응 매뉴얼에는 대형 선박사고가 발생했을 때, 충격 상쇄용(시선 분산용) 아이템을 발굴하라는 언론 대응 지침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혹시 이경규가 해수부의 매뉴얼에 의해 '발굴'된 '아이템'은 아닐까? 언론의 본분을 망각한 채 가십성 기사를 보도하기 바쁜 얼치기 얼론이 존재하는 한추격 상쇄용 아이템 발굴은 계속될 것이고 이러한 보도가 국민들의 눈을 가리는 일 또한 지속될 것이다. 


이것만큼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국민들은 그리 어수룩하지 않다. 충격 상쇄용 아이템 발굴과 <YTN>의 사냥몰이는 분명 실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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