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언론, 국민의 분노가 브레이크가 될까?

너의길을가라 2014. 4. 26.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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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이상호 기자의 욕설이 담긴 영상이 화제가 됐다. 당시 이 기자는 고발뉴스와 팩트TV로 팽목항 현장을 생중계하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연합뉴스>의 '물살 거세지기 전에…사상 최대 규모 수색 총력'이라는 기사를 읽고 감정이 폭발한 것이다. 그는 "연합뉴스 기자 개XX야. 너 내 후배였으면 죽었어. 이건 기사가 아닙니다. 저는 쫓겨난 해직기자지만 이 기자는 기자 아닙니다"라고 한바탕 쏟아낸 뒤 "당국은 배 수십척을 동원하고 신호탄 수백 발을 쏘아 올리는 등 밤샘작업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 배 한척도 보이지 않는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다수의 누리꾼들은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만큼 언론에 대한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다. 물론 생중계 중에 욕설을 한 부분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누리꾼들도 있었다. 25일, 이상호 기자는 "그날 욕을 하고 말았는데, 기자는 욕을 먹어야 하는 직업이다. 방송 이후 욕설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아들에게서 문자가 왔는데 사랑한다며, 힘내라면서도 욕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모범적인 행동이 아니었다"며 자신의 행동을 반추했다. 더불어 "해당 매체 관계자와 통화를 했다. 좋은 기사를 쓰겠다고 하더라. 모든 걸 떠나 심심한 사과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 글에서 이상호 기자의 욕설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생각은 없다. 필자는 이상호 기자의 분노에 100퍼센트 동의한다. 이는 단지 이상호 기자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보도하는 언론들의 행태에 진절머리가 난 대다수의 국민들도 욕지기가 솟는 분노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 시청률이나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를 쏟아내는 것도 모자라 '팩트' 자체를 무시해버리는 언론을 계속해서 '언론'이라고 불러야 되는지 모르겠다. 그만큼 언론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이상호 기자는 그 분노를  '물살 거세지기 전에…사상 최대 규모 수색 총력'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쓴 <연합뉴스> 기자 개인에게 쏟아부었지만, 사실 그것은 그 기사를 쓴 기자 개인의 문제는 아니다. 모든 기자들이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을 갖고, 정의감에 불타 팩트와 진실만을 추구한다면 얼마나 이상적이겠는가. 하지만 실제로는 월급을 받는 직장인으로서 기능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이것이 비단 '언론'만의 문제이겠는가. 


한 개인에게 바랄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다. 상사의 지시를 거부하고, 회사의 방침을 어기기를 요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만큼 '개인'은 약하다. 까라면 까야 되는 건 군대만이 아니다. 사회는 그런 '시스템'이 더욱 고착화되어 있다. 이상호 기자에게 욕설을 얻어 먹은 <연합뉴스>의 그 기자가 어떤 생각을 갖고 그 기사를 썼는지 알 길은 없지만, 그에게도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그 모든 사정을 다 이해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비난의 화살을 한 개인에게 '몰빵'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결국은 '시스템'의 문제 아닌가.





- <뉴시스>에서 발췌 - 


"재난을 쇼처럼 보도".. 언론도 원칙 없기는 마찬가지 <경향신문>


지난 23일, 한국기자협회는 "침몰한 여객선뿐 아니라 이를 보도한 언론부터 원칙이 없다. 재난보도에 대한 기본교육도 없이 알권리만 내세운 마구잡이·선정적 보도를 일삼고 있다."면서 언론의 잘못을 반성했다. 지난 24일 방송됐던 <썰전>에서 서천석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는 "아이들이 추워서 그런 것도 아니고 자신들의 얼굴이 비춰질까봐. 안 찍고 있으면 가릴 필요도 없다. 피해자를 더 노출 시키고 2차적인 상처를 주는 것"이라면서 보도준칙을 지키지 않는 언론을 비판했다. 한국기자협회의 반성이 과연 폭주하는 언론을 조금이나마 진정시킬 수 있을까? 냉정히 이야기한다면, 그럴 일은 결코 없어 보인다. 





모르긴 몰라도 JTBC의 기자들은 스스로 '기자'라는 자각을 하면서 현장을 뛰어다니고 있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손석희 사장이 뒤를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첫 방송에서 위베르 뵈브메리의 "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만을" 이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포부를 밝혔듯이 JTBC <뉴스9>는 언론의 정도를 지켜오고 있다. JTBC 기자들은 위쪽의 '눈치' 보지 않으면서 취재를 하고 리포팅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찾고자 하는 것은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가십거리가 아니라 오로지 '진실'일 테니 말이다. 


소위 공영방송이라고 하는 KBS, MBC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외의 뉴스 채널들과 종편들은 '진실'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눈치를 보기 바쁘다. 또는 그저 '시청률'만을 좇고 있을 뿐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말단 기자에게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을 논하는 것은 사실 우스운 일이다. 이들에게 '기자'란 그저 '직업'의 명칭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지난 MB정부 5년과 박근혜 정부 1년을 거치면서, 진정한 언론인이 되고자 했던 이들은 사측으로부터 배제되고 냉대를 받아 왔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의인이 나타나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이상호 기자의 분노, 더 나아가서 망가질 대로 망가진 처참한 몰골의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기자'란 직업을 가진 저들을 바꿀 수 있을까? 저들을 각성시킬 수 있을까? 언론을 바꿀 수 있을까? 역시 대답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분노해야 한다. 또, 요구해야 한다. 지금의 분노마저 없다면, 언론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정신을 못 차리고, '똥 오줌 못 가리며' 날뛸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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