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이 상황에서 교원 해외연수, 이건 정말 아니잖아요?

너의길을가라 2014. 4. 24.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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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거기 있으면 다 죽는다. 힘이 들더라도 여기로 올라와야 한다."


지난 16일, 세월호가 조금씩 기울어가던 당시 한 중년 남성은 분주하게 학생들을 구조하고 있었다. 대학생인 A 씨가 탈출에 힘겨워하고 있자, 그를 향해 소리치며 독려하며 손을 잡아 끌어주었다. 대학생 A 씨의 말에 따르면, 그 중년 남성은 "본인이 먼저 탈출할 수 있었음에도 학생들을 구하려고 동분서주 돌아다녔고, 내가 눈으로 본 것만 6~7명을 구했"다고 한다. 



- <경향신문>에서 발췌 - 


"200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에는 힘에 벅차다. 나에게 모든 책임을 지워 달라. 내 몸뚱이를 불살라 침몰 지역에 뿌려 줘라. 시신을 찾지 못하는 녀석들과 함께 저승에서도 선생을 할까"


그 중년 남성은 바로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은 단원고 교감 강모 씨였다. 학생들을 모두 구하지 못한 채 혼자 구조됐다는 사실에 대한 죄책감이 마음 속 깊이 남았던 모양이다. "왜 당신만 살아 돌아왔냐"는 학부모의 원망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지만, 고통스러움에 몸부림치던 당시의 그에게는 버텨낼 수 없는 비수처럼 와닿았다. 결국 그는 마음의 짐을 어찌하지 못하고, 아이들을 따라 가기로 결정했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아픔과 고통이 새겨져 있었다. 


단원고 교감 선생님을 통해 '스승'이라는 말을 오랜만에 다시 꺼내 보았다. 공교육이 깡그리 붕괴되고 학생과 선생간에 신뢰가 산산조각 났다고 하지만, 여전히 진정한 스승은 존재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 EBS에서 발췌 -

 

'학생들은 물속에 있는데'..교원 해외연수 강행 시도 <연합뉴스>


하지만 오늘 들려온 뉴스는 또 다시 '스승'이라는 단어를 바닥에 내팽개치게 만들었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불과 이틀이 지났던 시점(18일)에 경기도교육청은 연수위탁기관인 교원대 종합교육연수원으로부터 온 '교장 자격 해외교육 체험연수(5월 7일부터 5박 7일 일정으로 유럽 또는 미주지역) 참가 협조' 공문을 일선 학교에 전달했다. 


정말이지 묻고 싶다. 꼭 그랬어야만 했을까? 수학여행을 떠난 학생들이 배와 함께 가라앉아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해외연수를 강행했어만 했던 것일까? 도교육청의 관계자는 이렇게 '변명'했다. "전국 차원의 법정 연수라서 도교육청 차원에서 취소할 수 없다. 교육부 판단이 필요하다"


도교육청 차원에서 취소할 수 없는 문제. 교육부의 판단이 필요한 문제. 그것이 과연 대답이 될까? 그렇다면 교육부의 대답은 무엇일까? "연기 여부를 검토 중이다" 아마 가장 큰 문제는 '위약금 문제'일 것이다. 이미 정해진 일정을 취소하는 데 따라 여행사에 지불해야 할 위약금이 부담됐기에 해외연수를 강행한 것이리라. 아니면 애초부터 해외연수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 <연합뉴스>에서 발췌 - 


이번 해외연수에는 교장 승진 예정자인 현직 교감 · 교육전문직 362명(초등 220명, 중등 142명)가 참여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가급적 이 문제를 개인적인 차원으로 몰아가고 싶지 않다. 이번 해외연수에 대해 시기적인 문제를 들어 연기할 것을 건의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믿고 싶지 않다. 적어도 해외연수 대상자 중 대다수가 이 상황이 말이 안 된다고 여겼을 것이다. 다만, 개인적 차원에서 어찌할 도리가 없었을 것이리라. (라고 믿고 싶다.)


결국 도교육청와 교육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도교육청은 공문을 보내면서 "연수가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협조하여 주시기 바란다"는 단서를 달았다. 마냥 교육부 탓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직 교감과 교육전문직 종사자들이 개인적 차원에서 의견을 전달하긴 어렵겠지만, 도교육청은 다른 위치에 있는 것 아닌가? 공식적인 연기를 건의할 수 있지 않았을까? 만약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라면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 아니, 그가 아니더라도 이는 당연히 건의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 <연합뉴스>에서 발췌, 나승일 교육부 차관과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교육국장 -


그러나 역시 가장 큰 문제는 교육부다. 이런 상황에서도 "연기 여부를 검토 중이다"는 유보적 입장을 취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이후 논란이 거세지자 교육부는 연수를 연기했다.) 이런 논란이 벌어지기 전에 미리 취소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 물론 엄청난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난처한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니고, 학교와 아이들을 책임질 교장 선생님이 될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해외연수 아닌가. 이것은 돈의 문제를 떠나 윤리적인 차원의 문제이고,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예외와 관련한 문제다. 


정말이지 지긋지긋한 관료주의. '사람'이 부재한 그 시스템이 싸늘하다 못해 이젠 무섭기까지 하다. 대한민국, 제발 정신 좀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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