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방통위의 손석희 징계는 아직도 유효한가?

너의길을가라 2014. 4. 25.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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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가 두려운가, 사실을 알리지 못하는 것이 두려운가! 


손석희 앵커에게 위와 같은 질문을 한다면, 그는 분명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국민들의 대답은 무엇인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JTBC <뉴스9>를 향해 징계를 하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나섰다. 방송심의규정 제24조의 2(재난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 위반 여부를 심의하겠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지난 21일 JTBC <뉴스9>가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를 인터뷰한 것이 마뜩지 않다는 이야기다. 



당시 이종인 대표는 "구조 작업에 다이빙벨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뷰 내용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이종인 대표 : 지금 저희가 장비가 있고 그런 기술이 있고 수심 100m까지 작업을 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어떤 다이빙 군까지 그건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손석희 앵커 : 이게 실제로 검증이 된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고려해 봐야 될 문제가 아닌가 생각을 한다.


위의 인터뷰를 보고 국민들은 '희망'을 떠올렸고, 방통위는 '징계'를 떠올렸다. 참 우스운 일이다. 당시 구조 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었고, 온 국민은 발을 동동 구르며 비극적 상황을 지켜보고 있어야 했다. '다이빙벨'이라는 아이디어가 제시되자 여론을 이를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실종자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정부 당국은 다이빙벨 사용을 거부했다.
 

 

- <연합뉴스>에서 발췌 - 


지난 21일, 실종자 가족의 요청을 받은 이종인 대표가 사비를 들여 다이빙벵을 현장에 가지고 갔지만, 정부 당국의 대답은 'NO'였다. 이 대표에 의하면 "해경 측에서 다이빙벨이 안전에 문제가 있고 구조작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투입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논란이 거세지자,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구조팀이 이씨의 다이빙벨 투입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다이빙벨을 투입하는 바지선과 기존의 바지선이 내린 닻들이 서로 꼬일 우려가 있다는 해경 관계자의 의견에 본인도 수긍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한겨레>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 대표는 "닻들이 꼬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 대책본부의 설명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대화가 되지 않아 돌아왔다"고 말했다고 한다. 해경의 말을 믿어야 할까, 이 대표의 말을 믿어야 할까? 물론 필자도 해경의 말을 의심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이미 그 이유는 쌓이고 넘칠 정도로 많다.)


해경에 따르면 다이빙벨은 현재 구조 작업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고철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실종자들을 구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사비를 들여 다이빙벨을 가져왔음에도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 아니겠는가? 과연 그런 것일까? 해경의 말을 믿어도 되는 걸까? 그것이 진실일까?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던가? '진실'은 이내 밝혀졌다.


지난 23일 새벽, 구조팀에 소속된 민간 구조업체 '언딘'이 한국폴리텍대학 강릉캠퍼스로부터 다이빙벨을 빌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정부 당국이 다이빙벨 사용을 거부했던 것은 그것이 '이종인'의 다이빙벨이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혹은 다이빙벨 사용으로 인해 수색 성과과 높아지면 그에 비례해서 높아질 비난이 두려웠던 것은 아닐까?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실종자를 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버린 것은 아닐까?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시점에서,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붙잡아야 할 상황에서 해경을 비롯한 정부 당국이 끌어안았던 것은 '자존심'이란 말인가? 



지난 24일, JTBC <뉴스9>는 보도를 마치기 전에 긴급히 이종인 대표를 전화로 연결했다. 이 대표는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으로부터 '다이빙벨 투입 요청이 왔다는 소식을 전했다. 


"24일 오후 9시 30분께 해양경찰청장에게 전화가 와서 다이빙벨 투입을 요청했다. 현재(오후 10시 10분)는 인천에 있는 회사 앞이다. 화물차를 준비해서 출동할 것이고 준비하는데 2시간 정도 걸릴 것 같다. 내일 오전에 도착할 듯으로 보인다"


'왜 이제서야.. 도대체 왜 이렇게 늦게..'라는 탄식과 함께 부디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솟구친다. "희망이 있다고 보십니까"라는 손석희 앵커에 물음에 이 대표는 망설임 없이 "생존자가 살아있을 희망이 있다고 본다. 그게 다이빙벨을 투입하는 이유이고 내가 현장에 가는 이유"라고 대답했다. 비록 물때가 다시 나빠졌고,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지만 이 작은 희망에 모든 것을 맡겨볼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하는 것뿐이리라.



- <아이뉴스24>에서 발췌 - 


다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게는 한마디 해야겠다. 권혁부 소위원장은 JTBC <뉴스9>에 대한 심의를 들먹이면서 이렇게 말했다. "검증이 안 된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해서 희생자 가족이나 많은 국민들이 다이빙벨을 채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키고 구조작업의 혼란만 부추기는 작용만 했다는 증거가 있다


애초부터 권혁부 소위원장의 주장은 어처구니 없는 것이었다. '검증이 안 됐'는지 여부는 방통위가 가릴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다이빙벨을 채택하지 않은 것'은 뒤늦게 다이빙벨 사용을 요청했다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듯 판단 착오였다. 혼란만 부추긴 것은 JTBC <뉴스9>가 아니라 오락가락하는 정부 당국이었다. 결국 권혁부 소위원장의 주장이 '헛소리'에 지나지 않았음은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이 증명해준 셈이다. 권 소위원장도 이 사실을 이제는 분명히 깨달았으리라. 


방통위가 이 와중에 할 일을 찾고 싶어서 안달이라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에 여념이 없는 여타 종편과 정체를 알 수 없는 공영방송을 열심히 모니터링하길 바란다. 징계감이 수두룩하게 쏟아질 것이다. 그것이 싫다면, 차라리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길 바란다. 부디, 실종자가 생존해있기를.. 그들이 무사히 우리 곁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세월호참사> 논란 '다이빙 벨' 오후 9시께 투입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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