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에서 발췌 -
"다이빙벨은 실패했다. 팽목항에서 완전히 철수한다."
이종인 알파잠수 대표는 지난 5월 1일 위와 같이 말했다. 실종자 수색에 있어 '다이빙벨'은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유족들을 비롯해서 많은 국민들이 다이빙벨 투입을 요구했지만, 정부와 해경은 극구 반대했었다. 소위 '밀당'이 있은 이후 이제와서 다이빙벨이 투입됐지만 실종자 수색에 '실패'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 매체는 '비아냥'으로 일관하고 있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실종자 수색에 있어서도 정치적 공세로 일관하는 천박한 언론이 낯부끄러운 짓이 참담하기만 하다.
차분히 객관적으로 이 문제를 살펴보는 것이 힘든 일이긴 하지만 이럴수록 더욱 냉정해야 한다. 처음 이종인 대표가 JTBC <뉴스9>에 출연했던 당시부터 차근차근 살펴보자. 그래야만 이 문제가 조금은 명확하게 눈에 들어올 것이다. 지난 4월 19일, 이종인 알파잠수 대표는 <뉴스9>에 출연해 '다이빙벨'을 처음 언급했다. 손석희 앵커와의 인터뷰 내용을 확인해보자.
"다이빙벨은 유속에 상관없이 20시간 정도 연속 작업할 수 있는 기술이다."
"당장 사용할 수 없는가"
"당장 다이빙벨을 사용할 수는 없다. 전문가라고 무조건 시켜달라고 할 수 없다. 구조 작업 체계에는 책임을 지는 사람들이 있는 만큼 민간인이 끼어들어 지휘할 수 없다"
뉴스가 방송된 직후 SNS를 비롯한 인터넷을 끓어올랐다. 아마 '다이빙벨'이라는 존재 자체를 이때 알게 된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다. '세월호 구조 작업에 다이빙벨을 투입하라'는 목소리가 들불처럼 퍼져나갔다. 일부에서는 "이종인 대표 말대로 처음부터 다이빙벨이 사용 가능했는데 안한 상황이라면, 정부는 해명해라"는 주장과 함께 이 대표의 천안함과 관련한 이력 때문에 배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실제로 정부와 해경의 태도는 미온적이었다. 한편, 진교중 전 SSU 대장은 YTN과의 인터뷰에서 "다이빙벨은 잠수사가 작업하는 작업 목적지까지 도달하게 하는 장치일 뿐 내부 진입을 돕진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를 들어 '다이빙벨 무용론'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진교중 전 대장의 발언을 악의적으로 이용한 것이다.
다이빙벨의 사용 목적은 그것을 이용해 선내 진입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잠수부들은 보다 수월하게 바닷속으로 이동시켜 체력을 세이브하고, 일종의 안전장치가 있다는 심리적 안정을 도모한 것이었다. 또, 잠시동안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긴 시간동안 잠수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진교종 전 대장의 발언은 틀린 것이 없다. 다만, 이를 '다이빙벨 무용론'으로 몰고간 '그들'이 영악했던 것이다.
- <미디어오늘>에서 발췌 -
지난 21일, 이종인 대표는 사비를 들여 직접 다이빙벨을 사고 현장을 가지고 갔지만, 해경 측이 사용을 불허하면서 결국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해경은 다이빙벨 불허 이유에 대해 "현재의 작업 바지선 옆에 이 대표의 바지선를 대는 것은 앵커체인(배와 닻을 연결하는 쇠사슬)이 얽힐 우려가 있다. 시야 확보가 매우 제한적이고 격실 구조가 복잡한 선체 내부 수색의 경우 공기공급 호스가 꺾여 공기 공급이 중단될 가능성과 오랜 수중체류로 잠수병에 노출될 위험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종인 대표는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구조물 사이로 체인을 넣기 위한 작업은 선체 밖에서 하는 것이어서 선체 내부로 들어가는 수색 작업에 지장이 없다"며 "공기 호스가 꺾이거나 걸리면 다시 돌아가 풀 수 있는 여유가 충분하고 우리는 팀으로 움직이며 뒤에서 줄을 잡아주고 계속 쌍방향 통신을 하므로 문제가 생겨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또, 잠수부의 안정성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1번 잠수부가 선박 내부로 들어가면 2번 잠수부가 입구 쪽에서 공기 호스를 제어해 주고 벨 안과 바지선 위에서도 영상 장비를 모니터링하며 통신으로 이동방향 수색 방법을 지시한다"며 "벨 안에서도 수중 상황에 맞게 감압을 할 수 있는 장치가 있기 때문에 그만큼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 <노컷뉴스>에서 발췌 -
어느 쪽 말이 맞는 것일까? 이는 실제로 다이빙벨이 투입됐던 지난 5월 1일의 상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알파잠수기술공사 잠수요원 3명은 다이빙벨을 타고 수심 23m 지점에 있는 세월호 선미쪽 4층에 접근한 후 객실 진입에 성공했다. 잠수부 A씨는 "오늘 충분히 성과있는 수색을 했고 기존 수색방식에 비해 잠수 시간을 더 길게 가져갈 수 있었다"면서 다이빙벨이 기존의 방식보다 효율적이었다고 증언했다. 또, "사고 초기에 투입됐더라면 더 효과적인 구조작업을 했을텐데 지금은 더이상 희생자를 수습하는 게 의미가 없어 철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필자는 다이빙벨이 만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다이빙벨 무용론의 입장에 서있지도 않다. 사람들의 생각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온 국민이 갖고 있던 생각은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도 모자를 판에 '이래서 안된다 저래서 안된다' 뿐인데 화가 안 나겠어요." 정도가 아니었을까? 이해관계를 따지지 말고, 우선적으로 실종자를 찾는 일에 올인하는 것. 공을 누가 세우느냐, 혹은 문책 여부를 떠나서 일단 할 수 있는 최선을 쏟아부어보는 것. 나중에 돌이켜봤을 때, '그 때 그랬다면..'이라는 후회를 남기지 않는 것 말이다.
-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
이후에 해경 측이 보여준 모습은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이종인 대표에게는 '다이빙벨 투입 불허'라고 못박고 내쫓았음에도 이후 해경은 한국폴리텍대학 강릉캠퍼스 산업잠수과 교수에게 연락을 취해 다이빙벨을 빌려왔다. 해당 교수는 "돈을 받진 않았고 그쪽(해경)에서 위급하다고 말해 잠시 다이빙벨을 빌려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해경은 "대학으로부터 빌린 것은 맞으나 사고 현장에 투입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과정에서 '언딘'이 개입됐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지난 24일에는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이 이종인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다이빙벨 투입을 요청했다. 물론 이는 실종작 가족 측의 강력한 요구에 의한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해경 측은 여전히 다이빙벨 사용에 미온적이거나 거부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사실은 25일 다이빙벨 투입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기존의 바지선을 빼고 이 대표의 다이빙벨을 투입하면 수색이 중단될 수 있다"는 이유로 다이빙벨은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 수색을 해도 모자를 판에 정부의 답변은 '기상이 안좋다, 조류게 세다, 바지선 2대 투입이 불가능하다'이런 답변 뿐이다."며 하소연했다. 또, "합동구조본부가 실종자를 구조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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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마침내 다이빙벨이 '그나마' 제대로 수색작업에 투입됐다. 1차 투입은 20여 분만에 끝이났다. 2차 투입에서는 약 2시간 정도의 수색이 이뤄졌다. 하지만 실종자 수색에 실패하면서 이종인 대표는 철수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실종자들을 모시고 나오는게 목적이었는데 결과가 없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앞서 잠부수 A씨의 말을 통해서 드러난 것처럼 잠수 방식은 기존의 방식보다 수색에 용이했던 것은 분명하다. 여기에서 말하는 실패란 실종자를 '모시고 나오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 제대로 된 수색은 고작 한 번이었다. 만약 실종자를 '모시고 나오지 못한 것'을 실패로 규정한다면 지금까지 해경과 언딘의 수색에 실패했던 잠수는 무엇이라고 해야 한단 말인가? 그들도 무수한 '실패'를 했던 것 아닌가?
이 대표는 철수를 결정하면서 "내가 작업 계속하면 그동안 방식이 비판받을 것이고 그럼 고생해온 군·경의 사기저하가 불가피하다. 수색 마무리를 위해서 빠지는게 낫다고 판단했다. 공도 챙기고 이익도 얻을 수 있겠지만 그건 옳지 않다"고 푸념했다. 현장에 있는 이상호 기자도 "불가피하게 해경에 기댈 수 밖에 없는 구조. 하지만 해경은 끝까지 위협과 속임수로 일관했다. 알파로서는 협업이 불가능함을 판단한 듯. 해경의 협조 '실패'"라고 말했다. 혹시 다이빙벨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아니, 다이빙벨은 실패해야만 했던 것은 아닐까? 이런 의혹을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상호 기자의 말처럼 다이빙벨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다이빙벨만 투입하면 모든 실종자를 구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이빙벨은 수색 작업을 보다 수월하게 돕는 장비였고,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보다 나은 방법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 됐든 할 수 있는 한 해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해관계'에 함몰돼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해 다이빙벨 투입을 '방해'했던 해경과 언딘, 그리고 이를 기회 삼아 비아냥대며 '정치적 공세'를 펼쳐대는 몰지각한 언론들.. 대한민국을 더욱 비참하게 하는 현실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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