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세월호 참사, 주간지를 통해 본 언론의 시선 (2)

너의길을가라 2014. 5. 10.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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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들도 평소에 YTN과 < 연합뉴스 > 를 참고해서 속보를 냈다. 이번에는 그렇게 못하겠더라. 지금은 인용하기가 꺼려진다. 큰 사고는 정확히 보도하는 게 중요한데 속보만 생각하다 오보가 두드러졌다. 일본도 물론 속보 경쟁을 하지만 그래도 기본은 크로스체크다. 한국은 이번에 너무 과했다"

 

"선장은 살인? 박 대통령 놀랍다 '오보' 한국언론, 인용 꺼리게 돼" <오마이뉴스>

 

위의 발언은 일본의 한 언론사 서울지국 B기자의 것이다. 언론이 '속도 경쟁'이 사활을 걸면서 점차 뉴스는 질은 떨어지고 있다. 내용 확인은 물론이고, 오타 확인조차 하지 않고 일단 '올리고 보는' 것이 현실이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온라인 뉴스 탓에 주간지는 갈수록 힘을 잃어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주간지는 일간지에 비해서도 타격이 훨씬 크다. 하지만 주간지가 갖는 장점은 분명하다. 그것은 '심층 보도'다. 물론 일간지도 심층 보도를 하지만, 그 전날에 벌어진 사건들을 즉시 반영해야 한다는 점에서 시간에 쫓기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주간지는 1주일(적어도 며칠)이라는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고, 크로스 체킹 등 정교하고 정확한 기사를 내보낼 수 있다.

 

 

주간지는 이런 문제점에 대한 가장 선명한 대답이다. 빠르기보다 정확한 기사, 선정적이고 자극적이기보다는 풍부하고 다양한 관점의 기사 말이다. 지난 글에서 '세월호 참사'를 다룬 각 주간지의 표지를 통해 '언론의 시선'을 확인해보았다. 이번에는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보기로 했다. 비교 대상으로 선정한 주간지는 총 3개로, <주간조선>, <시사IN>, <한겨레21>이다. 자, 그렇다면 이번 주에 발행된 세 언론사의 주간지를 비교해보도록 하자.

  

 

우선, <시사IN> 제347호는 표지에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과 함께 '참 나쁜 사과'라는 문구를 실어 대통령의 '간접 사과'를 비판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기사들이 실려 있다.

 

 

주진우 기자의 '해경이 청해진에게 "언딘과 계약하라"와 '선장은 7시 30분에 웬 전화를 그리 했을까'는 '세월호 참사'의 실체를 밝히는 데 한걸음 접근하고자 한 노력이 엿보이는 기사였다. 또, '조용한 '비상벨' 요란한 비리 수사'는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유병언 회장과 그의 아들 유혁기 아해프레스 대표를 겨냥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여론을 돌리기 위한 '화살받이'가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한겨레21> 제1010호는 "가만히 있으라"는 종이를 들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표지에 실었다. 다음 페이지에는 '유모차와 행진한 엄마들…. 사회를 질실시켜가는 정부의 대응 전략에 '가만히 있지 않겠다'로 응답하다'는 내용의 표지 이야기를 실었다.

  

 

이어지는 페이지에서는 '늦기 전에, '기업살인법'을 허하라'와 '퇴행하지 않도록 지렛대를 박아라' 등의 기사가 실려있다. 물론 '짐이 곧 국가' 다만 '국가 개조'에선 빠지겠소 등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 기사도 눈에 띄지만, 무엇보다 위의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향후의 대책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반면, <주간조선>은 노란색 바탕에 여성(어머니)의 뒷모습과 '어머니…'라는 문구를 새겨놓았다. 지지난 호에서는 '이래도 수학여행 가야 하나'는 표지를 내보내면서 포커스를 완전히 잃어버린 듯한 인상을 줬었고, 지난 호에서는 '어른들이 너무 잘못했다. 미안하다. 너무도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포스트잇을 표지로 선정하면서 '감성'적인 접근을 했던 것처럼 '정부'에 대한 비판은 최대한 피하는 듯한 인상이다. 

 

  

이번 호의 표지를 통해 얼핏 희생자 가족의 슬픔을 다루거나 그 아픔을 위로하는 기사들로 채워졌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자체만 놓고 보면 충분히 다룰 만한 기획이고 내용이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실제 내용은 예상했던 것과는 달랐다.

 

<주간조선>은 무려 7장 가량의 페이지를 정치인을 비롯한 유명인들이 쓴 '나의 어머니'에 대한 추억으로 채웠다. 이것이 과연 '세월호 참사'에 대한 수색이 한창 진행되고 있고, 그와 관련해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반드시 담았어야 할 내용이었을까? '언딘-해경'의 의심쩍인 관계, 정부와 대통령의 무능함 등 언론으로서 제기해야 할 '물음표'가 수두룩한 이 시점에 '나의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 한 주 간(혹은 그 이상의 기간)의 이슈에 대해 '심층 보도'를 해야 할 주간지가 다뤄야 할 내용이었을까?

 

 

 

게다가 <주간조선>은 '세월호 참사, 야권 지지층 투표장으로 불러내나'와 같은 한심한 수준의 기사를 쓰고 있다. 이 판국에 한가롭게 정치적 셈법이나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굳이 다른 말로 글을 매조지하지 않아도, 이미 이 글을 통해 다들 너무도 명백히 파악하고 이해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대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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